6월 20일 하느님 안에서 살기
“목숨을 부지하려고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또 몸을 보호하려고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마라.”(마태 6,25) 이 예수님 말씀을 아주 잘 알지만, 아침 기도가 끝나면, 어떤 때는 잠자리에서 일어서자마자 오늘은 뭘 해 먹을까 생각한다. 먹는 거뿐만 아니라 오늘 일정을 생각하며 일이 잘 안되면 어쩌나 하며 걱정도 한다.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중요한 자리에 작업복 차림으로 갈 수는 없다. 그게 무엇이든 세상살이는 만만치 않고, 그 자체로 참 수고스럽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지, 생각하지 말라고 하지 않으셨다. 생활할 때, 일할 때 계획하고 궁리하고 어려운 선택과 결정도 해야 한다. 아무 노력 없이 그냥 저절로 되는 건 죄밖에 없다. 등산할 때 산 입구에서부터 하산 후 계획을 짜는 사람이 있다. 고마운 사람이다. 그 덕분에 다른 일행은 고민할 필요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등산 시작 때와 하산 길에 사람들 마음이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무계획으로 일을 시작할 수는 없다. 언제든지 상황에 맞게 그 계획을 바꿀 수 있게 마음을 열어놓는다. 우리는 계획하고 하느님은 섭리하신다.
아무 계획 없이 되는 대로 막 살지 않는다. 하루를 시작하며 일정을 생각하고 이런저런 준비도 한다. 그 훨씬 전에 이미 준비해 놓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걱정하지는 않는다. 언제나 찾아오는 불청객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오면 그것과 맞서 싸우지 않고 오히려 그걸 온몸으로 느낀다. 그리고 그냥 지나가게 둔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주님이 기쁘시기를 바란다. 내 계획이 실패해서 주님 뜻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테니까.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으로 인류 구원이라는 하느님 뜻이 이루어진 거처럼 말이다.
걱정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삶에 도움이 안 돼서 아니라 그 모든 게 우리가 사는 데에 필요하다는 걸 하느님이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 다른 민족들이 애써 찾는 것이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필요함을 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2-33) 참으로 하느님의 아들다운 말씀이다. 이는 하느님을 믿으면 사업이 잘 돼서 부자가 될 거라는 뜻이 아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를 알려주시는 말씀이다. 모든 것에는 그의 도(道)가 있듯이, 장사에도 지켜야 할 상도(商道)가 있다. 돈벌이도 중요하지만 돈보다 사람이 먼저다. 누구나 다 아는 거지만 세상살이에 너무 집착하면 그걸 잊어버린다. 안타까운 사고가 난 후에야 정신을 차리곤 한다.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아도 하느님과 하늘나라를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람은 영원을 향하도록 만들어져서 영원을 생각하지 않으면 길을 잃는다. 그러면 세속에 몸과 영혼을 빼앗긴다. 그것만 보이니까 그렇다. 기도하고, 마음속으로 주님과 친구처럼 대화하고, 하루 중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며 긴 한숨과 함께 하느님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이게 우리가 하느님 현존 안에 살아가는 가장 쉬운 방법일 거다.
예수님, 마음에서 주님을 잊어버리면 짐승처럼 때론 짐승보다 못한 존재가 돼버립니다. 일이 저질러진 후에 후회하곤 합니다. 말로만이라도, 오늘도 하느님의 뜻이 주님처럼 하늘에서와 같이 제 안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 이콘을 수시로 바라보고 기도하니 저는 길을 잃지 않는 줄 압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