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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서울 책사넷 후기 + 3월 모임 안내

작성자김상진|작성시간26.02.16|조회수359 목록 댓글 1

2월 12일 목요일 김상진, 심선진, 이예림, 최규호가 만났습니다.

김승철 선생님은 월간 김승철로 참여했어요.

 

 

 

 

심선진  [산 자들] 장강명, 민음사 

1. 그런 생각을 항상 했다. 나는 몸이 재산이라는 사람ㅠㅠ
가진 재산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돈을 벌 수 있다.
모든 것을 잃더라도 건강한 몸이 남아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몸 부서져라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이 있기에 요즘 노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됐다.
건강관리 잘하자.

2. 진짜보다 진짜 같은 이야기들이 주는 두려움. 내가 지나왔던 시간의 이야기들이기에 소설보다는 다큐 같은 느낌이 들었다. 10편의 단편 소설. 장강명 작가는 기자 출신으로 2010년대 한국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주제로 연작 소설을 쓰기로 마음 먹고 4년 동안 단편 여러 편을 썼다고 했다. 작가는 부조리하고 비인간적인 장면들을 단순히 전시하기 보다는 왜 어떻게 그런 현장이 일어났는지들여다보고 싶었다고 했다.

 

“공감 없는 이해는 자주 잔인해지고, 이해가 결여된 공감은 종종 공허해집니다”
공감 없이 이해하는 사람들과 이해 없이 공감만 하는 사람들 양쪽을 다 불편하게 하는 소설.

우리인지 혹은 나만 그런건지 외면하고 싶었던 노동과 생존의 민낯을 다시 정면으로 들이민다.[산 자들]의 인물들은 대부분 고독하고 지쳐 있다. 시스템의 부조리함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그저 오늘 하루를 버텨내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하지만 작가는 이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인간적인 연대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는다. 완벽한 해결책이나 거창한 혁명은 없지만,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고 작은 도움을 건네는 순간들이 조금씩 보인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소설 속 인물들의 상황에 깊이 공감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크든 작든 '산 자들'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취업 준비생이든, 자영업자든, 직장인이든, 우리는 모두 불안정한 미래와 싸우고 있으니. 우리에게 현실의 냉혹함을 직시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그 냉혹함 속에서 서로의 손을 잡을 수 있는 작은 용기의 필요성을 말하는 듯하다.

비정규직 알바를 해고하려는 사장과 중간관리자, 그리고 알바생의 입장. 알바생 자르기.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현실과 인간관계의 복잡성.
혜미는 업무태만이 부각되는 단점 많은 인물이지만, 동시에 학자금 대출과 아픈 다리로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약자이기도 하다. 

새들은 나는 게 행복할까였나. 
아이들은 부조리에 맞서지만, 본질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없다. 해결되는 척할 뿐이다. 가장 무력감을 많이 느꼈던 편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바뀌기 힘들 것 같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미리 알려주는 교육 시스템이 혐오스러웠다. 누구나 겪었을 그 이야기라 하기엔, 겪지 않았으면 좋겠고 알려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이 책에 깔려 있는 감정은 불안함과 무력감이다.
죽지는 않았지만 언제든 추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그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을 때.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것부터라도 시작해야할 때.
그러다보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그게 당장 지금은 아니더라도.
그래왔던 것처럼.

 

 

김상진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오디언

조여정 배우님 목소리 오디오북으로 들었습니다. 1906년에 나온 120년 전 소설인데도 잘 읽혔습니다 들렸습니다. 도쿄에서 살던 주인공이 부모님 돌아가시고 형과도 인연이 끊긴 후, 시골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겪은 일을 주로 담은 이야기 입니다. 다른 가족에게는 홀대 받던 주인공이지만 할머니 뻘 되는 하녀 기요가 늘 도련님이라고 불러주며 사랑해 주고 믿어줘요. 그 덕분인지 도련님이지만 샌님이 아닌 불의를 보면 바로 잡고자 직진하는 멋진 남자가 됩니다.

주인공 도련님을 보며 재작년에 읽은 [인간 실격]의 주인공 오바 요조가 떠올랐습니다. 두 사람은 몰락한 부잣집 출신에 가족 내 천덕꾸러기라는 유사점이 있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걷습니다. AI에 질문하니, 도련님이 '직진하는 불꽃'이라면, 요조는 '가라앉는 안개'라고 합니다. 적절한 비유라 무릎을 탁 쳤습니다. 비슷한 배경의 두 사람이 달랐던 것은 끝까지 사랑하고 믿어주는 존재 유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요조는 잘 생긴 외모 덕분에 많은 여성을 만나지만 가족과 친구를 포함헤서 진심으로 사랑하고 믿어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합니다. 반면 도련님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믿어주고 시골 교사 생활에도 계속 편지를 주고 받은 기요가 있었지요. 

 

  기요는 가끔 부엌에 아무도 없으면 “도련님은 성품이 대쪽 같으셔서 좋아요” 하고 나를 칭찬하곤 했다. 그러나 나는 기요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정말로 좋은 성품이라면 기요 말고 다른 사람들도 나한테 잘해주어야 되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요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나는 누가 아첨하는 것 듣기 싫어”라고 했다. 그러면 기요는 “그러니까 대쪽 같다는 거예요”라고 하면서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당시 뚜렷하게 되고 싶은 것이 없었다. 그런데 기요가 옆에서 자꾸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될 거야 하니까 뭔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소설 말미에 도련님은 도쿄로 돌아와 미요와 짧은 기간이지만 같이 살고, 그의 유언에 따라 장례까지 치러 줍니다. 사회사업가가 해야 할 일은 도련님 곁에 기요 같은 사람이 있게 돕는 일 아닐까 싶었습니다. 곁에서 함께 하고 믿어주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얘기해 주는 그 사람이요. 그런 관계를 주선하는 일이 참 중요하겠다 싶습니다.

 

 

이예림  [시이노키 마음 클리닉] 구보 미스미, 이소담 역, 은행나무

  “시노하라 씨, 앞으로는 자기가 해낸 일을 가점 방식으로 칭찬해줘요.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은 너무 성실하고 자기 자신에게 엄격해서 무심코 감점하게 되거든요. 어떤 일이든 좋아. 세수했을 뿐이어도 1점, 침대를 정리했을 뿐이어도 1점….” 그리고 사실은 시노하라 씨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100점이야.”  51쪽

 

  “지금은 이 파르페의 달콤함에 의지하고 싶다. (중략) 이 파르페가 나를 기대게 해준다. 입가에 묻은 초콜릿 소스를 훔치며 생각했다.”  139-140쪽

  ‘“‘찻집 준’이구나? 나도 거기 파르페를 좋아해요. 한동안 안 갔는데 나도 오늘은 준 선생님이랑 가볼까나?” 사오리 선생님의 그런 말을 들으며 나는 책장의 십자가를 보고 마음속으로 고개를 숙였다. 사람의 마음은 회복된다.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준 선생님과 사오리 선생님에게 이걸 배운 것 같았다.’  141쪽

 

단편마다 등장하는 다양한 주인공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와 비슷한 모습을 찾고 있었던 듯하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저마다의 상처와 불안을 품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특히 마음 클리닉에서 사오리 선생님과 마주 앉아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장면들은 인상 깊었다. 누군가에게 평가받지 않고, 조언을 강요받지 않으며, 그저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들어주는 시간이 사람을 얼마나 편안하게 만드는지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이 작품 속 인물들이 진짜로 필요했던 것은 거창한 해결책이 아니라, 나를 믿어주고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며 “괜찮다”고 말해줄 단 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힘들 때마다 정답을 찾기보다, 그저 누군가의 진심 어린 공감과 응원이 더 큰 힘이 되었던 순간들도 함께 떠올랐다. 그래서 단순히 어떤 사람들 이야기라기보다, 결국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으로 다가왔다. 누군가에게 그런 ‘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내게도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최규호  [작은 일기] 황정은, 창비
12.3내란이 일어난 시점부터 몇 달간의 기록입니다. 어처구니 없고도 두려운 사건에 대해 작가가 할 수 있었던 말들은 ‘작은’ 일기일 뿐이라는 것을, 작가의 답답하고 참담한 마음에 크게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그냥 일반적인 단편소설의 일상적 소재였다면, 뭔가 이리저리 재고 따져보고 토의해볼 만한 이야기거리였다면 달랐겠지만, 불법계엄이라는 압도적인 사건 앞에서 작가는 그 특유의 재치와 귀여움(?)을 다소 잃은 듯 느꼈습니다.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구구절절 시원한 반박이나 논평을 하기가 애매하고, 풍자나 해학이 끼어들 틈이 적은, 그저 탄식과 답답함을 토로할 수밖에 없는 상황.  
절망이 압도적일 때 우리는 어떻게 희망과 아름다운 것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하지만 세상엔 정말 악한 게 있어.
  정말 나쁜 게 있어.
  사람의 다면성을 이야기하며 악을 고민하는 글을 읽을 때마다 그 내용에 십분 공감하면서도 바로 곁 여백에 연필로 부기한다.
  타고나는 걸 나는 악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아.
  그건 자연.
  그보다는 사람이, 사람들이 어쩌다 혹은 의지를 가지고 하는 일.
  멍청하게.
  그중에 악이 있다.
  종일 뉴스를 듣는다.
  최종적으로는 “개인의 양심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데 어떤 양심들의 상태가 내 예상이나 기대보다 처참하다. 그걸 목격하느라 매일 지치고 다친다. 기운을 너무 잃지 않으려면 거리로 나가 사람들 얼굴을 봐야 한다. 이게 옳지 않다고 외치는 사람들을 보고 말을 듣고 그들 곁에서 걷는 일이, 그런 사람들도 세상에 있다는 걸 확인하는 일이 내게 필요하다. (내란 옹호 집회에 참석하는 이들도 이러하면 어쩌지.)  67쪽

 

  록산 게이의 칼럼 모음집을 읽기 시작했다. 희망보다는 가능성을 믿는다는 이야기에 깊이 감응했다. 희망을 나는 믿는 것 같지 않은데 그럼에도 세상을 보는 마음엔 늘 모종의 믿음이 남아 있고 이것이 뭘까, 이것을 다른 이들은 뭐라고 부를까,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가능성. 너무 평범한 말이라서 그 말을 발견하는 데 오래 걸렸다. 가능성을 믿는 마음, 그걸 믿으려는 마음이 언제나 내게도 있다. 언제나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가능성만을 바랄 수 있을 뿐인 세계는 얼마나 울적한가. 희망을 가지고 그것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기가 너무나 어려운 세계, 그 어려움이 기본인 세계는 얼마나 낡아빠진 세계인가. 너무 낡아서, 자기 경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세계. 다만 이어질 뿐인.
  하지만.
  내가 이 세계를 깊이 사랑한다.  171쪽

  
이 세계를 깊이 사랑한다는 말은, 거창하거나 두루뭉술하지 않고, 아주 작고, 구체적으로 들립니다. 연인에 대한 사랑고백만큼이나 사적이고 내밀해 보입니다. 다른 무엇이 아니라 그저 우리 나라와 사회와 이웃과 삶의 터전이 더 평화로웠으면 하는, 혐오보다 양심과 다정함의 힘이 더 크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부인 ‘작은’ 행동.  

1년전을 떠올려보면
도대체 파면은 언제 이루어지나,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이렇게 어둡고 추악한 행태를 또 보는구나, 또 예기치 못한 아름답고 창조적인 선한 연대가 이루어지는구나, 등등 많은 생각을 하며 늘 불편한 주말을 보낸 기억이 있습니다. 이 책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사건에 대한 아주 특별한 일기이기를 바라며, 아주 사적인 문장들이 널리 공유되고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김승철  [작게 나누어 생각하기] 스가와라 겐이치, 김정환 역, 센시오 

위의 문장들을 보며 지금 나의 관점은 어디쯤에 머물러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합니다. 관점의 수준이 행동을 결정하고 그 행동으로 결과물이 만들어지니, 관점의 수준이 곧 결과물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관점을 나 중심에서 점점 더 넓혀갈수록, 점점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나름의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를 우리 일로 돌려서 본다면. 복지기관과 사회사업가 관점에서 점점 더 넓히며 당사자와 지역사회까지 나아가본다면 점점 더 나은 사회사업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넓혀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겠으나, 책.사.넷과 같은 모임과 함께하는 동료가 있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덕분에 저도 지금까지 꾸준히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도 나의 현장에서 당사자와 지역사회까지 바라보는 관점을 갖고자, 애쓰고 있을 선배, 동료 선생님들에게 응원과 축복을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2026년 3월 서울 책사넷 모임 안내
일시 : 3월 23일(월)  저녁 7시 30분 ~ 9시 30분
장소 : 가람작은도서관 (가양5종합사회복지관 1층)
참여자 : 참여를 원하는 당신!
준비물 :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 1~2권


신청 : 기존 참여자 외에 참여를 원하는 분은 
  비밀 댓글 혹은 연락책에게 문자 남겨주세요. 
연락책 : 김상진 (010-7308-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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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정보원 | 작성시간 26.02.16 고맙습니다. 설 명절 잘 지내고 3월 모임도 잘되기 바랍니다.
    서울 책사넷 회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아서 잘되고 건강하고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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