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 거부선언 / 하나다 에구보
자원봉사자는 나의 적
나는 자원봉사자 그놈들을 거부한다.
자원봉사자 그놈들은 나를 교묘하게 자멸시킨다. 자원봉사자 그놈들은 나를 능숙하게 응석부리도록 만든다.
자원봉사자 그놈들은 바라지도 않는 것을 해 주려 한다. 자원봉사자 그놈들은 겨우 남아 있는 힘마저도 약화시킨다.
자원봉사자 그놈들은 나를 액세서리로 만들어 거리를 활보한다. 자원봉사자 그놈들은 내 휠체어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자원봉사자 그놈들은 나를 멋진 젊은이들의 결혼식을 장식하는 가련한 도구로 쓴다. 자원봉사자 그놈들은 나를 여름휴가의 과제로 여긴다. 자원봉사자 그놈들은 그들의 자녀들에게 관찰일기를 쓰게 한다.
자원봉사자 그놈들은 사회 속에 환상의 섬을 만들어 나를 그 속에 고립시킨다.
나는 그놈들에게 꼬리를 쳤다. 그놈들은 교묘하고 능숙하게 나를 사육하여 길들였고, 더러운 손으로 나의 턱을 어루만졌다.
나는 더 이상 그놈들의 기분을 맞추어 주지 않을 것이다. 또 다시 그놈들의 손이 뻗쳐 오면 나는 반드시 그놈들의 손을 깨물어 버릴 것이다…
「자원봉사활동조정자」 쯔쯔이노리꼬 저, 박태영·최경익 역, '93 도서출판 은익 pp. 46-47. ‘자원봉사자 거부선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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