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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소묘 - 겨울 풍경

작성자정재홍-undine|작성시간04.12.22|조회수117 목록 댓글 4
열흘쯤 전에는 서울 한양대학 병원에서 출퇴근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마흔즈음에 속병을 크게 앓으셔서
위 절제수술을 받으신 뒤로는 큰병없이 지내오신 제 아버지께서
요즘 유난히 가슴이 쓰리다는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검사 한 번 받으실 요량으로 입원을 하셨던겁니다.
마침 서울에 와계셨던 터니, 자식된 도리하는 당연셈이었던겁니다.
어머니 연세도 일흔을 두해 전에 넘기셨으니
간호하시는 일로 병원에서 주무시는 일은 옳지 않은 일이겠다 싶었던거지요.

입원하신 다음날 아침 일찍 검사가 시작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술이 바로 집행될 수 있으니
보호자가 동반해야 된답니다.
심장을 두고 오가는 많은 혈관 중에 두 곳이
유난히 가늘게 좁아들어 있었습니다.
'혈관 확장 수술'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술되어 오던 터라
의사분들은 안전하면서도 아주 손쉽게 혈관확장수술을 마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7,8여년전에 여수로 낙향하셔서
4,50대 주부 여나문 넘는 분들에게 수필작법을 가르치는 일을
낙으로 삼고 지내십니다.

며칠 더 쉬면서 회복되면 내려가시라 말씀드리니
'올해 마지막 수업이 곧 있다'시며 총총 내려가셨습니다.

한 열흘 가량을 아버지 병 간호하는 일로 정신을 두고 살다보니
겨울바람 매서워진 줄도 모르고 지냈습니다.

출근길 차창 밖을 보고 있자니
그 며칠 맵찬 바람에 낙엽들 다 지고 빈 가지만 앙상합니다.
빈 몸으로 길게 늘어져 바람에 하늘거리는 빈 가지를 보고 있자니
그날 아침 모니터로 지켜보던
제 아버지 가는 혈관이 자꾸만 생각나 눈물이 납니다.

어제 전화 소식에 아버지께서는 훨씬 맑아진 음성으로 제게 한말씀 놓으십니다.
'그래, 수필집은 언제 나올것 같으냐?'

올해 12월 한 달은 제 아버지 수필집 출간 준비로 몸 바쁘고
아버님 병 간호로 몸 닳았던 긴 한달이었습니다.

겨울 그새 깊어진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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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이선경_길산 | 작성시간 04.12.22 심려가 크셨습니다.-.-
  • 작성자형성사/박상률 | 작성시간 04.12.23 아버님 주신 수필집 참 좋았었어요..
  • 작성자땡비 | 작성시간 04.12.23 자주 안뵈이신다 했더니 그런 일이 있었군요........쾌차하실겝니다......수필집 꼭 보고싶습니다
  • 작성자정재홍-undin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4.12.23 주신 관심 덕분으로...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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