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 TOUCH
회화의 표현적 극한에 대한 보고서
2011.9.2-10.2 조현화랑
이영준(큐레이터,김해문화의전당 전시교육팀장)
이광호의 작품은 극사실회화처럼 보인다. ‘보인다’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그의 작업이 극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 다른 구석에는 작가가 생각하는 회화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가 숨겨져 있다.
작가는 과거 100인의 인물을 대상으로 <Inter-View>라는 시리즈를 진행한 적이 있다. -실재로는 120명 가까이 그렸다고 한다.-인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과 이들에 대한 인터뷰 동영상을 동시에 연출한 작품이다. 그가 작품의 제목을 <Interview>가 아니라 굳이 <Inter-View>라고 명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시리즈에서 인터뷰영상을 제시한 작가의 의도가 단순히 그린 인물에 대한 보충설명이나 보완을 위한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그런 의도라면 굳이 힘겹게 사실적인 작품을 제작해야 할 이유는 없다. 왜냐하면 동영상 자체만으로도 얼마든지 인물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Inter-View> 시리즈는 자신의 아내를 모델로 그리면서 인물화에 대한 새로운 자각을 하게 되었고, 여기에 작품을 그저 스쳐지나가는 관람객의 태도에 대한 비판(?)이 더해져서 진행하게 된 프로젝트다. 작가는 모델과 마주하고 대화하며 그림을 그렸다. 모델과는 항상 180cm 거리를 두었고 캔버스는 25호P를 사용했다. 그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터뷰는 진행되었고 두 개의 결과물이 나왔다. 작가는 영상과 회화를 병렬해서 보여줌으로써 두 매체가 가지고 있는 표현 혹은 재현의 문제를 제기한다. 대상이 가지고 있는 진실이 매체를 통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단숨에 보여주는 이 작품은 잊을 수 없는 강한 임팩트를 가지고 있었다. 다소 이전의 작업을 길게 서술한 이유는 비록 대상은 달라졌지만 작가의 최근 작업에서도 동일한 사유의 일관성을 발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최근 <Touch>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변화를 보여준다. 작가의 탁월한 묘사력으로 재현된 선인장과 풍경들이 전시되어있다. 이 작품들은 자세히 보면 매우 회화적이면서 촉각적이다. 선인장은 손을 데면 가시에 찔릴 것 같고 풍경에서는 자연의 바람결이 피부로 느껴진다. 그래서 촉각적이다. 세필을 이용해 붓 터치를 사라지게하고 심지어 에어브러쉬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극사실회화와는 달리 작가의 작품에서는 풍부한 회화적 장치들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가령 물감이 마르기 전에 나이프로 긁거나 때론 문지르거나 둥근 붓으로 두드리는 작가의 터치가 들어간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회화적이다.
작가의 인물시리즈의 명칭을 <Interview>가 아니라 굳이 <Inter-View>라고 명명한 것처럼 작가는 회화의 ‘내부’에서 회화의 한계를 넘어서려한다. 마치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가 극사실과 추상을 오가며 회화의 극한을 보여준 것처럼 작가는 시각적 체험의 한계를 넘어서는 회화의 극한을 보여준다. 작가가 과거 인물시리즈를 진행하면서 사물의 ‘실재’를 다양한 양상으로 보여주려 했던 것처럼 최근의 작품에서는 선인장이 가지고 있는 시각적 재현을 넘어 보다 공감각적인 표현을 위한 지난한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다. 시각적 재현을 넘어 인터-뷰의 형식으로 인물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를 보여준 것과 지금의 선인장 시리즈는 그런 면에서 동일한 맥락으로 이해 할 수 있다. 사물이 어떻게 드러나는가에 대한 치열한 작가의 물음은 ‘실재’에 다가가는 감각의 ‘힘겨운 여정’을 보여준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에는 일반적인 극사실회화에서 느낄 수 없는 감각의 확장 같은 것을 확인하게 된다. 회화가 태생적으로, 혹은 숙명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었던 시각적 재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의지. 바로 이 지점이 작가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구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