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女 검사다
‘나는 여 검사다’ (원제; Close to Home)라는
예사롭지 않은 이름표를 단 여러 편의 미국영화가 있다.
그 중의 하나인 ‘스토킹당한 여대생’은 신념을 굽히지 않고
약자를 지키는 여검사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거기에다가 아랫사람을 믿어주는 아버지 같은 상사가
자신의 용기 없음을 고백하는 대목이 신선하게 돋보이는 영화다.
그 줄거리는 이렇다.
[ 한 여대생이 파티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자,
경찰은 납치 사건으로 판단하고, 파티에서 여학생에게 접근했던
한 남학생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소환해서 조사한다.
용의자인 남학생은 취조에 응하지 않고 변호사를 불러달라고 한다.
주인공인 여검사는 생사를 알 길이 없는 여학생을 찾아야겠다는
일념에서 용의자의 요청을 거부한 채 자백을 강요한다.
이 때문에 상사에게 꾸지람을 들으면서도,
여검사는 빈 건물에 팽개쳐진 여학생을 구해낸다.
이를 지켜본 상사는 ‘고통당하는 사람 편에 서서’
직무를 수행해내는 여검사를 칭찬하고 격려한다.
그러면서, 여검사처럼 하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워서,
그를 나무라기만 했다고 고백한다.]
영화에서 보는 검사는 참으로 멋진데,
우리나라 검사의 실상은 그러하지 못한 모양이다.
알려진 대로 광우병문제를 다뤘던
엠비시 피디수첩의 수사를 맡았던 주임검사가 사표를 냈다.
그 배경을 어느 신문은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농림수산식품부가 수사의뢰를 할 때만 해도
검찰 안에서는 법률적으로 개입할 영역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피디수첩 보도를 두고
‘심각한 문제’라고 의견이 모아지고,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일벌백계’ 발언이 나오자
검찰은 곧바로 특별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피디수첩의 오역 부분 등을
자세히 밝히며 처벌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임 부장검사는 사실관계 파악과 법률 검토를 거쳐
피디수첩 제작진을 처벌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러저러한 정황을 감안해보자면, 거대한 조직에 맞서기가
너무나 버거운 부장 검사가 ‘사표’로 소신을 지킨 것 같다.
대통령은 신년 라디오 연설에서 국회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거론하며
“그냥 그대로 흘려버리면 정치 발전이 없을 것”이라 했다.
이는 ‘법대로’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이는데,
까딱 잘못하면 공안 통치에 빠지기가 쉽다.
민주주의는 과정이다. 서로 다른 의견을 경청하고 토론하여
일치점을 찾아내는 ‘과정’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어떠한가? 엠 비 악법‘이라고까지 불리는
언론 관련법에 관한 국회의장의 증언에 따르면
“국회의장도 제대로 알지 못했고,
한나라당의원들도 몰랐다”는 것이다.
제안세력 안에서조차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는 지적으로 들린다.
이처럼 과정이 무시되는 판에서 보이는 것은
오직 ‘한’ 사람의 뜻 앞에 침묵하는 ‘다수’의 매가리 없는 모습이다.
이런 판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예수께서 이르신다. “너희는 말할 때에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 라고만 하여라.
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마태 5,37).라고
새해가 막 시작되었다.
내 안에는 그런 모습이 없는지 살피자.
그리고 힘 가진 자들이 민심(民心)을 천심(天心)으로
읽을 수 있는 양심(良心)편에 서기를 기도하자.
유항검 사도회장
한상갑 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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