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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의 재처럼

작성자야고보 아저씨|작성시간15.02.17|조회수41 목록 댓글 0

2015218일 재의 수요일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 6,1-6.16-1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에게서 상을 받지 못한다.

2 그러므로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3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4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5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6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16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17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18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한 줌의 재처럼

 

나는 공무원으로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내가 결혼을 하고 고향에서 대전으로 근무처를 옮긴 것은 야간대학을 잘 다닐 수 있도록 해주신 상사의 따뜻한 배려 때문입니다. 정말 어렵게 2년제 방송 통신대학을 졸업하고 편입학검정고시를 합격하고(초창기에는 편입학 검정고시가 있었음) 야간대학에 다닐 때, 아내는 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나와 형제, 자매들의 학비를 모두 내주는 학부모였기 때문에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이 없었다면 우리 식구들 아무도 공부를 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오늘 재의 수요일의 의미처럼 아내는 평생 우리 집안의 재로 살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재로 산다는 의미를 누구보다도 더 깊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직장을 옮겨 대전의 빈민가들이 사는 동네에서 혼자 자취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은 고향에 있고, 6개월간 혼자 자취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자장면 한 그릇에 60원 정도 할 때 음식백화점에 가서 혼자 자장면을 많이 먹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날인가 저녁 늦게 일을 끝내고 그날도 우동을 한 그릇 시켜 놓고 뜨거운 국물을 마시며 외로움과 서러움을 감추려고 천정을 바라보는데 입구에서 왁자지껄 소리와 함께 여러 사람이 몰려왔습니다. 그런데 들어오는 사람들은 아주 눈에 익은 이들이었는데 내가 다니던 직장 근처의 큰길가에 머리를 흔들며 구걸하던 바로 걸인들이었습니다. 가끔 큰맘을 먹고 50원짜리 돈을 주면서 동병상련(同病相憐)으로 그들을 만났기에 그들은 나를 몰라도 나는 그들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구걸할 때 온갖 궁상을 다 떨면서 중풍에 들린 듯 잘도 흔들어 대서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들어와서 600원이나 하는 탕수육과 군만두를 시키고 온갖 음식을 아주 푸짐하게 시켜 놓고는 오늘은 벌이가 시원치 않았다는 둥, 사람들이 점점 짠돌이가 되어 간다는 둥하고 떠드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갑자기 속았구나 생각하니 그들이 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먹는 음식 값의 열배나 더 비싼 것을 먹으면서 구걸을 하다니 말입니다.

 

그러니 벌써 40년이 지난 옛날 얘기지만 지금도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구걸하는 사람을 그다지 곱게 바라보게 되지 않는 것은 그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대전에서 가장 복잡한 중앙시장에서 하반신 마비로 검정고무 옷을 입고 온몸을 질질 끌거나 밀면서 손수레에 좀약, 때수건, 치약 등을 파는 장애인이 있습니다. 어느 날 하루는 1,000원짜리를 내고 800원짜리를 사서 오면서 200원을 그냥 두라고 했더니 그 분이 선생님, 물건을 사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저는 거지가 아니니 이 잔돈을 받아주십시오.”하고 200원을 거슬러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 분만 보면 일부러 그런 것을 여러 개 사가지고 와서 어떤 때는 왜 있는 물건을 또 사들고 오기를 좋아하느냐?’고 아내에게 혼나기도 하지만 그 장애인의 마음은 걸인이 아니라 그렇게 돈을 벌어서 탕수육을 시켜 먹어도 나는 떳떳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가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만나면 호주머니에 돈이 없어서 아무도 도와주지 못할 때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지나치면서 화살기도를 간절하게 드리고 때로는 외면하게 되는 경우에 주님께서 자비를 베풀어 주시어 그들의 마음이 강건해져서 열심히 일하고 떳떳하게 살도록 이끌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구걸하는 사람을 내 기준에 맞추어서 차별을 두고 가린다는 것은 이미 자선이 아닐지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 말씀이 더욱 가슴에 와 닿습니다. ‘오른 손이 하는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두어라.’자선을 행하는 일은 자신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합니다. 자선은 바로 하느님께서 하시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자선을 베풀 수 있는 마음을 일깨워 주시고, 자선을 하도록 마음을 불러일으키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도와주실 때 우리가 알 수 없도록 하시고 도와주시며 은총을 주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유난히 존우사상(尊右思想 : 오른 손을 높이는 사상에서는 오른 손은 하느님, 왼손은 나를 상징합니다.)을 강조하면서 삽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말씀에서 강조하시는 것은 오른 손이 상징하는 하느님께서 하시는 자선을 왼손이 상징하는 내가 모르는 것처럼 자선을 행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그 크신 기적의 사랑과 자선을 우리는 흉내 낼 수 없습니다. 그게 주님께서 원하시는 사랑입니다. 한 줌의 재처럼 평생을 좀 더 나은 세상과 가정을 위해서 헌신한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사랑 속에서 하느님을 발견합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서 상을 주실 것이라는 말씀에 위안을 삼습니다. 우리가 베푼 사랑은 아주 작은 것도 모두 갚아주시고, 상을 주실 것이라는 말씀에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만하게 자선을 저울질하면서 자랑스러워했던 자신을 부끄러워합니다.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 하느님!

비천한 저희가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방법과 가르치심을 따라서 살지 못하고 교만한 생활을 고집하면서 살아온 삶을 용서해 주소서. 재를 머리에 얹으며 흙으로 돌아갈 저희가 헛된 이기심을 버리고 자선을 베풀고 기도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예수님을 닮을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새 아침이면 자선을 행하는 하루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고 어두운 밤이면 자선이 없는 하루를 반성하게 하시어 가족과 이웃을 따뜻하게 사랑하는 방법을 더욱 일깨워 주소서.


야고보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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