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동부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 2층의 한 강의실. 여성가족부의 국비 지원을 받는 직업 교육 프로그램 '실감콘텐츠 디자인 제작자 양성과정'을 수강하는 20·30대 여성 15명이 눈코 뜰 새 없이 자리 앞 모니터를 응시하며 3D 모델링 제작 실습을 하고 있었다.
이날 매일경제와 만난 교육생 김수희 씨(27)는 프로그램을 통해 구직 분야를 더 넓히겠다는 목표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삼성전자, 신세계 등 대기업을 비롯해 스타트업 구직까지 나서봤지만 취업에 모두 실패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교육·게임 업계에 도전해보려면 이쪽에 실력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경제'가 위축된 가운데 여성들이 강점을 보이는 업종이 타격을 받으면서 여성의 일자리 절벽이 현실화됐다. 특히 코로나19로 학교, 어린이집, 유치원의 휴교·휴원이 장기화하면서 자녀를 둔 부모들의 경력 단절 사례도 속출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고용 환경이 위협받는 가운데 여성들은 부단한 자기 계발을 통해 창업이나 직종 전환 등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4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취업자 감소 폭은 2009년 금융위기(9만3000명) 이후 최다치인 13만7000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남성 취업자가 8만2000명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피해가 여성에게 더 크게 작용한 것이다. 여성이 많이 종사하는 대면서비스업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는데, 해당 업종에서 감소된 취업자 가운데 62%가 여성이었다. 코로나19로 학교, 어린이집, 유치원 등이 휴교·휴원하면서 육아·가사로 인한 여성 비경제활동인구가 16만명 늘어났다. 이처럼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여성 고용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서도 여성들은 자기 계발을 통해 직종 전환과 창업 등으로 활로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2014년부터 여행사에서 일해온 윤의연 씨(29)는 지난해 말 코로나19 확산으로 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인원 감축과 희망퇴직이 이어지면서 여행업 자체에 대한 회의도 밀려왔다. 그러나 희망의 끈마저 놓지는 않았다. 지난달부터 서울 종로새일센터에서 '공연기획자 양성과정'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공연기획자로서 새 삶을 꿈꾸고 있다.
사랑요양원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장정화 씨(52)는 지난해 코로나19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경리직 일을 그만둬야 했다. 이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고 취업을 시도했지만 경력이 없어서 쉽지 않았다. 장씨는 "사회복지사 경력이 없어 취업을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새일센터에서 연락이 왔다"면서 "경력이 없었는데도 새일여성인턴 제도를 통해 사회복지사로 취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새일여성인턴은 새일센터가 3개월간 매월 인건비 80만원을 지원해 인턴으로 일한 뒤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비서 업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이희선 씨(26)는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비서직으로 일하던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퇴사했다. 퇴사 이후 창업을 고민하던 중 '비서 서비스 플랫폼'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비서 일을 5~6년간 해와 업무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씨는 "소규모 기업은 규모가 작아 임원이 별도로 비서를 고용하기 모호한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비대면 비서 서비스를 제공해주면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중소기업에서 회계사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수민 씨(36)는 2019년 11년간 일했던 여행사를 떠나 지난해 초 새로 여행사를 차렸다. 그러나 곧바로 코로나19가 터지면서 4개월 만에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가만히 낙담하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 회계·세무 학원을 찾아 전산세무회계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면서 "그러나 나이가 좀 있고 경력이 없었기 때문에 취업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취업에 실패하면서 김씨는 종로새일센터를 찾았다. 김씨는 "경력이 없었지만 새일여성인턴 제도를 통해 지난 4월 채용됐고 7월부터 정규직으로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다"면서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