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솔송
진달래과의 상록 작은떨기나무
백두산을 비롯한 우리나라 북부지역에 자생한다
꽃은 6-8월에 핀다
백두산 야생화 탐사 3일째 만난 이 작고 앙증맞은 가솔송은 생각보다는 매우 작다.
어른 손가락 크기와 같으면서
군락을 이루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진홍빛으로 피어난 꽃이
솔잎 같은 잎 위로 살포시 올라와 있고
꽃의 모양은 항아리나 종을 닮아 보였습니다.
새벽에 출발하여
동트는 무렵에 만난 가솔송
가솔송 꽃망울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느 도공이 빗어낸 항아리에서 맑은 종소리가
온산에 울려 퍼질 것 같다.
이 종소리를 들으며
우리 일행은 여기서 아침을 먹는다
가솔송이 온 사방에 펼쳐져 있다
우리는 여기서 라면을 먹는다
아름다운 종소리에 산새의 지저귐도 들린다
천상의 화원 백두산에서 먹는 컵라면은
내가 이제껏 먹어본 라면 중에 최고의 맛이다
젓가락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서
주변의 나무가지를 잘라서 먹는 컵라면은
어느 만찬에 비할 바가 아니다.
커피를 마시며
가솔송 향기를 맡는다
다소곳이 속을 감추고 피어 있는 가솔송
그 깊은 속내를 알 수 있을까?
푸른 솔잎 사이 끝 줄기에서 저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우다니
식물세계의 아름다움의 종착지는 과연 어디까지 일까?
꽃이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자신의 모습을 치장하는 능력을
인간은 전혀 흉내내지 못하리라
꽃으로의 생이 짧아서 그 아름다움이 더 해진다고 할까?
가솔송은 꽃잎이 떨어지고 나면
암술대 하나가 남아서
처량하면서도 주위와 조화를 이룬다.
꽃의 아름다움에는 구차한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다.
그져 몸과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
무리지어 피어 있는 가솔송을 보고 있노라면
백두산 고산화원에 있다는 느낌 보다는
뜬구름 위에 앉자
푸른 솔잎 위를 내려다 보고 있노라니
꿈인가 생시인가 어디선가 맑은 종소리가 들린다
이제 나는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다.
2017.6.30. 백두산에서 찍은 가솔송
올해 판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두 사진을 참조하여
밑그림 그리고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적 없다"
글귀도 같이 판각하기 위하여
붓펜으로 완성 하였습니다.
조금씩 파기 시작하고
바닥을 끌로 파내고
대충 윤곽이 그려지고
바닥은 다 피고
모양을 다 만들어
바닥은 먹물로 칠하고
꽃도 칠 하였습니다.
2019.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