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박상륭 觀界

김현이 기억하는 박상륭

작성자지옥변|작성시간07.01.10|조회수209 목록 댓글 1

---------------

박상륭이란 놈


김현


내가 박상륭(朴常隆)을 처음 만난 것은 무교동에 있는 어느 다방 이층에서였다. 그날 그가 무슨 옷을 입고 왔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시커먼 살결에 여드름이 다닥다닥 난 험상궂은 얼굴은 뚜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그는 나에게 자기는 나의 나이를 과장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투의 말을 다방 밖의 사람들에게까지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말함으로써 나와의 인사를 했다.

그때 그는 <뙤약볕>을 막 발표한 뒤여서, 여기저기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었는데, 그로서는 그것이 퍽 대견스럽고 기쁜 모양이었다. 사실상 그는 그 소설이 실린 잡지사의 편집장에게, 대낮에 그 흉악한 얼굴에 술기를 띠고, 걸작을 못 알아보는 잡지쟁이가 무슨 잡지쟁이냐는 투의 전투를 청한 적이 있었다고 후에 말한 것을 미루어보면, 작품 발표에 곤란을 느낀 판에, 그에게 주어진 관심이 즐겁지 않을 수 없을 터였다.

여하튼 나는 그날 그의 흉측망측한 얼굴과 겁 없이 큰 목소리에 꽤나 놀랐다. 그 후에 그가 그의 아내를 이끌고 캐나다로 이민갈 때까지 나는 상당히 빈번히 그를 만났다. 그런데도 역시 지금 그를 생각하노라면 그의 검은 얼굴과 큰 목소리만이 기억된다. 그와 나는 지독하게 술을 많이 마셨고, 많이 다퉜다. 그러는 도중에 나는 그가 무주 출신의 순 촌놈이고 막둥이이며,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는 할머니처럼 느껴질 정도로 나이가 많으며, 결코 오입을 하지 않으며, 오입하는 친구를 그렇다고 욕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에게는 지금 월간문학사에 있는 이문구라는 친구밖에 친구다운 친구가 없었다. 서정주, 김동리라는 풍문의 이름만 듣고 서라벌예대의 우중충한 강의실에 앉아 있게 된 그 두 촌놈의 상면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할 수 없지만, 그 두 촌놈은 나중에 유일한 단짝이 되어, 서로 십 원 한 장을 주머니에 넣고 막걸리집에서 만나, 오 원짜리 왕대포 두 잔을 짠지와 함께 두서너 시간 동안 마시면서, 기세등등히 한국 문학판을 매도하게 되며, 급기야 전서라벌예술대학 출신들에게 스승을 모욕한 놈이라는 몰매를 맞기에 이른다.

내가 그와 사귀게 된 것은 그의 형편이 이러할 때였다. 그의 아내는 메디컬 센터에서 수간호원으로 있었고, 그는 적은 원고료로 남편의 위치를 고수하며, 금호동 구석에서 살림을 차리고 있었다. 그는 나와 인사를 튼 후 2년 만에 캐나다로 떠났다. 그 동안에 나는 그와 크게 한 번 술을 마셨고, 종로 5가에서 반발광을 하였고, 떠나기 전날 그는 광화문 우체국 곁의 흙을 계속 씹어먹으면서 자기가 버린 조국을 한탄하였다. 그가 근무하고 있던 사상계사 옆에 있던 북경반점에서 주로 그와 술을 마셨는데, 술은 항상 배갈이었고, 안주는 부추잡채였다. 우리가 거기에서 제일 많이 마신 때가 그가 떠나기로 결정된 뒤인데, 그때 우리는 열여덟 개의 배갈병을 센 후에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는 주사가 심해 나 같은 소심한 술꾼을 항상 당황하게 만들었는데, 그의 겁 없는 큰 소리가 그러나 퍽 애교 있었다.

언젠가 그는 그와 비슷하게 주사가 심한 박태순에게 서로 상대방에게 네가 제일가는 소설가라고 대판 싸움을 한 끝에 잡채 그릇으로 두들겨 맞아 이빨을 두 개나 잃었다. 그날 저녁이든가 그 다음날이든가, 그는 부러진 이빨을 내보이며 박태순과 다방에 앉아 해해거리며, 시디신 이빨의 감각에 대해서 노닥거리고 있었다. 그는 중국집에서가 아니면, 항상 막걸리를 마셨다. 그는 항상 막걸리 한 되와 이문구와 낙지를 먹는다. 그가 술을 마시는 광화문 골목은 그의 소리로 항상 가득찬다. 그런 그가 서툰 영어로 지금은 캐나다에서 종합병원 시체실 청소부 노릇을 하며, 혼자 술에 취해 호수가에도 가보고, 인적 없는 거리에서 한국말로 크게 소리지르며, 한국 문학을 매도한다. 그는 금년초에 딸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를 20여 년 후에 장인으로 모실 사람은 귀의 고막과 위장이 꽤 튼튼해야 할 것이다.

-----------------

(가져온 곳: 상지영서대 문예창작과 카페)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민들레 | 작성시간 07.01.10 귀하신 분들을 세 분이나 만나는군요. 김현님, 이문구님, 그리고 박상륭님! 옷깃 여미며 불러 봅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