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투 바로 쓰기
⑴ 우리말다운 글이란 무엇인가
현대를 일컬어 ‘국제화’, ‘세계화’의 시대라고 한다. 내것 네것 없이 외국의 상품이나 외국말이 홍수를 이루고 있으며, 거리의 간판이나 상품 이름에서 우리말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어떤 말은 일본말에 깔려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어떤 말은 미국 말에 짓밟혀 아예 자취를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언어는 시대․사회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이어서 이런 현상이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언어 사용에 강제적인 구속력을 발휘하여서라도 외국어의 남용을 없애야 한다고도 한다.
외국과의 접촉에서 생겨난 표현들을 무조건 배척해서는 안 되겠지만, 좋은 우리말을 두고 굳이 낯설고 어법에 맞지 않은 문장을 쓰다 보면 우리말은 설 자리를 잃게 마련이다. 우리말이 사라지면 우리의 얼까지 빼앗기는 결과가 되므로 될 수 있으면 우리말다운 글쓰기를 하여야 한다. 따라서 본 절에서는 한자말, 일본말, 미국말과 또 그 말투로 된 우리말답지 않은 어휘, 문장을 살펴 우리말을 살려 쓰는 훈련을 해보기로 한다.
⑵ 한자말과 한자 말투
국어 어휘의 52%를 차지하는 한자말은 추상적, 논리적인 개념을 밝히기 쉬우며, 표현 효과에서 강건한 느낌을 주어 학술문이나 주장의 글에 두루 사용되어 왔다. 어떤 사람들은 어려운 한자를 많이 쓸수록 유식하다고 여겨 명료한 우리말을 제쳐두고 한자말을 선호하기까지 한다. 물론 요즈음 한글 세대들은 어렵고 딱딱한 한자말 대신에 정감 있는 우리말로 글을 쓰기도 하지만, 아직도 일부 신문 기사문이나 학술문에서는 한자말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 형편이다. 같은 글을 한자말과 우리말을 사용하였을 때, 표현 효과와 독자가 이해하는 측면에서 어느 것이 더욱 효과적인지는 다음의 예문이 잘 보여준다.
(가) 여사(如斯)한 일이 재차(再次) 있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 이와 같은, 다시
(나) 배전(倍前)의 노력을 해야 한다 ⇨ 더 한층
(다) 피아간(被我間)에 다시는 싸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 서로
(라) 폐일언(蔽一言)하고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 한마디로 말해서
이 밖에 우리가 쓰는 문장 가운데에는 잘 알지 못한 채 쓰고 있는 한자 말투가 많다. 어려운 한자말의 앞이나 뒤에 사용하는 접사, “-적(的), -화(化), -하(下), -재(再), -제(諸), -대(對)” 등이 그 예이다.
(가) 이 소설은 형식적으로는 자연주의적인 색채를 띠고 있으나, 내용적으로는 사실주의적인 작품으로 작가의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나) 최근 대학생들은 운동의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 무주택자들, 신도시 건설에 큰 기대감에 차 있다고.
(라) 밀실에서 공천하는 정치풍토하에서는 출마 않겠다.
(마) 협회서 등한시했던 대회, 관중들의 성원에 성공리에 끝마쳐
(바) 수사상의 제문제점, 미해결된 채로 종결하다.
(가)의 ‘-적(的)’은 본래 일부 한자어 뒤에 붙어 “그 명사의 상태로 된, 그런 성질을 띤”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적’의 쓰임이 필요치 않은 곳에도 쓰이고, ‘-의’로 바꾸어도 되는 데에도 쓰이고 있어 문제가 된다. (나)에서도 불필요하게 쓰인 ‘-적’을 없앨 수 있다. “이 소설은 형식으로는 자연주의 색채를 띠고 있으나, 내용으로는 사실주의 작품으로 작가의 세계를 한눈에 보여준다.”로 고치면 더욱 분명하고 확실한 표현 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 (나), (다)의 ‘-성, -감’은 일부 명사에만 붙을 수 있다. 따라서 “기대에 차 있다, 방향을 찾지 못하다.”로 고쳐야 바른 표현이다. (라)의 ‘-하’는 ‘아래’로, (마)의 ‘-시, -리’는 ‘등한히, 성공으로’로 (바)의 접사 ‘제-, 미-’는 ‘여러, 해결 안 된’의 고유어로 고쳐 씀이 바람직하다.
【연습7】다음 한자 말투의 어휘를 자연스러운 우리말 표현이 되도록 고쳐라.
(1) 야당에서는 양심수들의 즉각적 무조건적 석방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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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는 현 체제를 기정 사실화시켜 남북 분단을 더욱 고착화시킬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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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학과 대학생을 전부 좌경화와 좌경시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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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식에 대한 기대감으로 성실성 있게 살아 왔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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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경찰은 3명을 구속시키고 5명은 훈방시킬 예정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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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8】그밖의 한자 어투들 고쳐 쓰기
(1) 노사분규가 과격화해지는 가운데 →
(2) 적대시하다 →
(3) 그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
(4) 사실은 그렇지 않음에도 →
(5) 지속성이 의심된다 →
(6) 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
(7) 이견을 보였다 →
(8) 지속성이 의심된다 →
(9) 관건이 된다 →
(10) 진면목 →
⑶ 일본말과 일본 말투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일상어에는 알게 모르게 일본말과 일본말투가 많이 스며들어 있다. 일제의 식민통치에서 비롯된 일본말은 나이든 사람은 물론, 젊은 세대들까지도 자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가) 사람이 유도리가 있어야지, 그렇게 일을 무데뽀로 빨리 한다고 일이 되나?
(나) 맥주 히야시한 것 두 병하고 아나고 한 접시, 그리고 스끼다시 더 주시고요.
(다) 가오마담과 사바사바하더니 수입을 뿜빠이하자고 하였다.
위에 일본말을 우리말로 바르게 고치면 ‘유도리→ 여유, 이해심’, ‘무대뽀→ 무작정’, ‘히야시→ 차게’, ‘아나고→ 붕장어’, ‘스끼다시→ 곁들이, 안주’, ‘가오마담→ 얼굴마담’, ‘사바사바→ 협잡’, ‘뿜빠이→ 분배’이다. 이와 같은 일본어식 한자어는 그 밖에도 “추월(追越)하다-앞지르다/ 지분(支分)-몫/ 입장(立場)-처지/ 미소(微笑)-웃음/ 축제(祝祭)-잔치/ 납득(納得)-곧이들음/ 취급(取扱)하다-다루다/ 역할(役割)-구실/ 안내(案內)-인도, 길잡이/ 옥내(屋內)-실내, 집안/ 세면(洗面)-세수/ 행선지(行先地)-가는 곳/ 수속(手續)-절차(밟아)/ 노견(路肩)-갓길/ 수취인(受取人)-받는 이/ 할증금(割增金)-덧돈, 얹음돈, 웃돈” 등이 있다.
다음은 우리가 일상 생활에 사용하는 일본말투의 표현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위에서 살펴 본 일본어 낱말은 적절한 우리말로 바꾸어 쓰면 되지만, 일본식 문장 표현은 좋은 우리말을 비뚤어지게 하므로 하루바삐 바로 잡아야 한다. 이제 일본말투의 표현과 우리말 표현이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지다’, ‘-되다’, ‘-되어지다’와 같은 피동조동사의 남용을 들 수 있다.
(가) 잘못된 법률은 마땅히 고쳐져야 하며, 폐지되어야 합니다.
(나) 진상은 반드시 밝혀져야 하고, 또 그렇게 되어지리라고 보여집니다.
(다) 영화계의 귀재라고 불리는 스필버그의 영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피동 보조 동사 ‘-지다’는 행동의 주체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심리 때문에 일본말의 영향을 받아 활발히 쓰이고 있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말에는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주체를 한정하고 있어 피동 표현을 잘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가)의 ‘고쳐져야’, ‘폐지되어야’를 ‘고쳐야’, ‘폐지하여야’로 고쳐 쓰면, 글쓴이의 적극적인 의지가 잘 드러나 훨씬 우리말답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피동 표현의 ‘-되다’보다는 능동 표현의 ‘하다’를 써야 명료하고 확실한 표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되어지리라고 보여집니다’는 피동이 연거푸 중첩되어 문장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따라서 이것은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정도로 고쳐 쓰는 것이 좋다. (다)의 ‘불리다’도 능동의 주체를 확실히 하는 ‘부르다’가 한결 자연스럽다.
둘째, 조사 ‘-의’, ‘-와의’, ‘-에의’, ‘-에서의’, ‘-로부터의’, ‘-에로의’ 따위를 남용하는 것도 일본말의 영향이다. 우선 그 가운데 ‘-의’부터 보기로 하자.
(가) 갈등의 매듭을 풀어 서로의 벽을 허물고, 모두의 번영을 이룩합시다.
(나) 김소월의 시의 특징은 민요조의 율격의 전승에 있다.
우리말에서 조사 ‘-의’는 여러 의미로 쓰이는데, 대개는 일본말 ‘노(の)’에서 온 것이라 한다. 그런데 우리말 표현은 일본말과 달리 ‘-의’를 생략해도 의미가 전달된다. 따라서 되도록 ‘의’를 없애든지, 아니면 다른 조사로 바꾸어 쓰거나, 서술어로 풀어쓰는 것이 의미를 뚜렷하게 한다. (가)에서는 ‘-의’를 없애는 것이 좋고, (나)에서 앞부분은 “김소월이 지은 시의 특징은”이나 “김소월 시가 지닌 특징은”으로 고치는 것이 우리 식의 표현이고, 뒷부분은 “민요조의 율격을 전승하는 데 있다”처럼 거듭 사용한 ‘-의’를 풀어쓰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와의’, ‘-에의’ 따위는 조사의 결합만으로 의미를 전달하려는 데에서 일본말의 영향을 받아 생겨난 말이다. 이에 대한 몇 예를 보기로 하자.
(가) 나에게 있어서의 고등학교 생활은 정말 지옥이었어요.
(나) 정의와의 싸움에서 불의가 이겼다고 해서 불의가 아닌 것은 아니다.
(다) 앞으로의 한국 경제는 새로운 차원으로의 도약을 이룩해야 합니다.
(라) 축구에서의 자책골은 축구 선수로서의 크나큰 수치이다.
(마) 통일에의 열기는 민족사적 발전 과정에서 당연한 귀결입니다.
(바) 부모로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받아 나로서도 한시름 덜게 되었다.
(가)의 ‘-에게 있어서’는 일본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말이다. ‘내’로 바꿔 쓰는 것이 좋다. 나머지 표현들도 ‘-의’를 없애든지, (라)처럼 ‘-로서의’를 ‘로서는’으로, (마)처럼 ‘통일에 대한’으로 풀어쓰든지, (바)처럼 ‘-로부터’를 ‘-에게’로 고쳐야 하며, 자격이 아닌 경우 ‘-로서도’는 ‘-도’로 고쳐 써야 한다.
⑷ 서양말과 서양말투
최근에는 한자말이나 일본말의 남용보다 영문어구가 지나치리만큼 범람하고 있다. 정보화시대인 만큼 외국의 정보가 물밀 듯 밀려들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우리말로 바꾸어 쓰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우리말은 어떻게 보전하겠는가? 따라서 우리말 속에 스며든 영문 번역 말투 가운데 몇몇 잘못 쓰이는 문장만 살펴 보기로 하자.
(가) 우리는 지금 아침밥을 먹는 중에 있다.
(나) 연암의 사상과 그 작품 세계에 대해 알아보자.
(다) 나는 아이 셋을 가지고 있다.
(라) 이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마) 상처의 덧남은 세균에 기인한다.
(바) 사랑, 행복들은 누구나 추구하는 가치이다.
(가)는 영어의 현재 진행 시제를 번역한 표현이다. 국어에는 시제를 나타내는 형태소가 다양하지 않아서 국어답게, 표현하려면 ‘먹고 있다’로 하면 된다. (나)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영어의 정관사 ‘the’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말이다. 즉 ‘그’를 쓰지 않으면 내용이 불분명하게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영어식 표현이 습관화되어 버렸다. 지시 관형사는 드러내고자 하는 대상을 분명하게 하므로 필요한 경우엔 써야겠지만 남용하면 문장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오히려 의미상 혼란을 초래하는 수가 있다. (다)는 영어의 'have'를 직역하는 데에서 생긴 표현이다. 특히 우리는 자녀를 인격체(존재)로 대하지, 사물(소유 대상)으로 다루지 않으므로, “나에게는 아이 셋이 있다.”로 써야 한다.
(라)도 영어 숙어 표현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예이다. 특히 (마)는 국어에 없는 구문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학생들의 글에서 흔히 보이는 번역투 문장이다. 즉, 우리말은 능동적인 표현으로 쓰는 것이 우리말답기 때문에, “상처는 세균으로 덧난다.”로 고쳐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끝으로 (바)는 영어의 복수 표현에서 비롯된 말이다. 우리말에는 ‘-들’을 안 붙여도 이야기의 앞 뒤 흐름으로 보아 복수를 짐작할 수 있는 예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가들이 늘어서 있다.”라는 식의 표현을 흔히 보게 된다. 특히 (바)의 ‘-들’은 셀 수 없는 명사 뒤에 ‘등, 따위’의 뜻으로 사용한 것이다. 따라서 “사랑, 행복 등은 누구나 추구하는…”으로 써야 한다. 이처럼 학생들의 글을 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문장들을 무수히 발견할 수 있다.
【연습9】그밖의 영어 직역투 고쳐 쓰기
* 피동구문
‣ 친구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 →
* 수량 표현
‣ 한 개의 사과 →
‣ 그 도시에는 많은 대학이 있다 →
‣ 여러 가지 이론들이 가능하므로 →
* 명사적 표현
‣ 공부할 것을 충고한다 →
‣ 노력함을 알고 있다 →
* 무생물 주어
‣ 무엇이 이런 당치도 않은 생각을 품게 했는지 모르겠다 →
‣ 그의 춤솜씨는 우리로 하여금 넋을 잃게 만들었다 →
* 접속사
‣ 왜냐하면 그것은 부당한 처사였기 때문이다 →
‣ 그는 경찰임에도 불구하고 범죄에 가담했다 →
‣ 비록 하늘이 무너질지라도 →
* 관용 표현
‣ 그는 관료임에 틀림없다 →
‣ 그 시는 신의 찬가인 것처럼 보인다 →
‣ 추락하는 것은 날개를 가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