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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서재

바다

작성자이나|작성시간23.01.05|조회수3 목록 댓글 0

 

바다 / 윤여송

 

 

 

여자는 바다를 사랑했다

남자는 여자를 사랑했다

 

바다를 사랑한 여자는

견딜 수 없는 그리움으로

별빛이 물비늘에 내려앉는 날

푸른 산호초가 노래하는

바다의 품에 몸을 맡겼지

 

여자를 사랑한 남자는

바다로 떠난 여자가 그리워

폭풍이 헤진 가슴을 후비는 날

거칠게 출렁이는 파도를 마시고

스스로 깊은 바다가 되었지

 

두 개의 사랑을 삼킨 바다는

부서져라 갯바위에 몸을 부딪치고

남자와 여자가 떠난 자리

쓸쓸한 바람이 웅웅대는 해변에는

메말라 푸석한 이끼만 가득하고

 

아픈 사랑이 퍼렇게 멍든 바다에서는

두 개의 사랑이 운다.

 

== 시집 '수염 난 여자를 만나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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