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 윤여송
여자는 바다를 사랑했다
남자는 여자를 사랑했다
바다를 사랑한 여자는
견딜 수 없는 그리움으로
별빛이 물비늘에 내려앉는 날
푸른 산호초가 노래하는
바다의 품에 몸을 맡겼지
여자를 사랑한 남자는
바다로 떠난 여자가 그리워
폭풍이 헤진 가슴을 후비는 날
거칠게 출렁이는 파도를 마시고
스스로 깊은 바다가 되었지
두 개의 사랑을 삼킨 바다는
부서져라 갯바위에 몸을 부딪치고
남자와 여자가 떠난 자리
쓸쓸한 바람이 웅웅대는 해변에는
메말라 푸석한 이끼만 가득하고
아픈 사랑이 퍼렇게 멍든 바다에서는
두 개의 사랑이 운다.
== 시집 '수염 난 여자를 만나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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