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콘강에서 / 윤여송
건너지 말아야만 한다는
전설을 간직한 강 루비콘
사랑한다는 마음만으로
그리웁다는 기다림으로
남자는 강 언덕에 서서
여자도 강 언덕에 서서
천년의 시간을 천 번이나 흐르며
만나지 못해 가슴 저민 사랑으로
강안의 연인들이 흘려 내린 눈물을 먹고
시퍼렇게 멍들어진 강물을 바라보았다
건너지 말아야 한다는 무소의 불문율로
지난 시간들이 만들어 놓은 가혹한 운명
망설이던 남자가
절망으로 파리해진 손을 내밀었다
망설이던 여자도
애절하게 가냘파진 손을 내밀었다
마법은 간절한 사랑의 편이 되어서
마주 내민 손이 길게 다리가 되어서
꼬옥 잡은 두 손을 놓치지 않으리라
남자와 여자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
강물은 환희로 용암처럼 들끓어 오르고
마침내 새롭게 전설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루비콘강에서 맺어진 사랑은
영원으로 흘러 이별이 없다는.
== 시집 '수염 난 여자를 만나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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