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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의 능소화는

작성자이나|작성시간23.02.23|조회수4 목록 댓글 0

팔월의 능소화는 / 윤여송 

 

 

 

남자가 여자를 사랑했다

여자도 남자를 사랑했다

 

버드나무 물오른 가지에

보송한 솜털로 싹 티움 시작되는

봄날 어는 언저리에

 

키 높은 담장을 사이에 두고

모르는 남자와 모르는 여자가

사랑이라는 생경한 언어를 안았다

 

그리고

시간은

연정이라는 이름으로 흐르고

 

어느 날

담장 밖 남자는

해후를 약속한 별리의 시간을 통보하고

 

애틋한 그리움으로

가을이 가고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여름이 오는 시간들을

까치발로 담장 밖을 그리던 여자는

 

기다림에 그리움에 지쳐서

꽃이 되었다지

담장 밖을 그리는 까치발로.

 

== 시집 '수염 난 여자를 만나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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