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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서재

창문으로 바라 본 세상

작성자이나|작성시간22.12.16|조회수7 목록 댓글 0

창문으로 바라 본 세상  /  윤여송 

 

 

 

귀뚜라미가 울지 않았던 날이 없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바람이 불지 않았던 날들이 언제였었는지

살진 유방을 탐닉하는 파랑의 손끝으로 스멀스멀 기어오른 담쟁이 넝쿨의 속살거림에 속아 들어

거여한 자유를 상실당하고 가로로 길게 드러누워 신음하는 노쇠한 담장 아래에서는

하양 시계풀꽃이 피었다 스러지고

빨간 봉숭아꽃이 피었다 스러지고

노오란 국화꽃이 피었다 스러지고

좀 벌레에 갉아 먹히우며 시간의 줄기가 비명을 지르던 그 시절에는 

우편배달부의 핑경 소리가 가져오던 그리움의 끝을 매듭지어 줄 귀뚜라미가 울지 않았었다.

 

- 시집 '수염 난 여자를 만나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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