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언론보도기사

인터뷰 2022.1.10. 전라도인

작성자이나|작성시간22.12.28|조회수9 목록 댓글 0
체득한 삶의 경험들 시어로 ‘새 삶’ 조망[이사람] 시집 낸 연극인 윤여송 극단 예린소극장 대표
시집 ‘수염 난 여자…’ 펴내 존재 의미 조명
"화자의 주관으로 써내려가는 게 시 매력"
표제작 연극 무대에·두번째 시집 출간 계획

전라도인 admin@jldin.co.kr

http://www.jldin.co.kr/article.php?aid=164180762838621004

 

(2022년 1월 제104호=글 정채경 기자)그를 생각하면 연출가와 극작가, 극장을 운영하는 대표 등 다양한 수식어가 떠오른다. 최근에는 시인이라는 수식어도 따라 붙었다. 40여 년간 활동해온 연극인 윤여송 대표(극단예린소극장)가 주인공이다.
그동안 배우와 연출가, 극작가로 활동하면서 출연하는 무대마다 관객들에 몰입도 높은 공연을 선사해온 그는 최근 시집 ‘수염 난 여자를 만나다’(하움출판사)를 펴냈다.
연극인으로서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무대를 중심으로 살아온 그가 시를 쓰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문학과 음악, 연극, 미술. 이들은 곧 예술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극작가로 글을 쓰고, 배우로 무대에서 열연을 펼쳐온 것은 서로 결이 다른 예술이지만, 남다른 감수성을 소유했기에 가능했을 터다. 인간과 인간이 소통하는 방식인 언어와 몸짓, 문자를 모두 활용해 소통을 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그의 시집 ‘수염 난 여자를 만나다’는 그의 첫 번째 시집이다. 여기엔 시의 화자가 겪은 삶의 편린들이 촘촘하게 수록됐다.
윤여송 대표는 "사람 냄새가 나는 세상, 사람이 사람과 어울리는 삶을 사는 것을 목표로 두고 시집을 집필했다"면서 "시집 속 작품들은 인생이라는 소풍 길을 걸어가면서 오감을 통해 체득한 삶의 경험치를 고유한 감성으로 표현한 삶의 기록이자, 문자로 그리는 심연의 노래"라고 설명했다.
시집은 1부 ‘12월의 우체국’과 2부 ‘지난 여름 뜨거웠던 하루는’, 3부 ‘다시, 다시를 기억하다’, 4부 ‘삶, 오묘한 숫자의 행렬’ 등 총 4부로 구성됐다. ‘쓸쓸하다 하지 않을 수 있음은’을 비롯해 ‘팔월의 능소화는’, ‘동네잔치’, ‘소용돌이’, ‘배부른 송편’, ‘보리 뚱뚱이’ 등 총 88편의 시가 수록됐다.


표제작 ‘수염 난 여자를 만나다’는 수염이 난 여자, 즉,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을 시의 소재로 활용한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존재를 통해 사람 자체, 삶의 본질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것이다.
"‘수염 난 여자를 만나다’에서는 남자와 여자. 생물학적 성별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죠. 두개의 객체로 세상을 구분지으면 서로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으니까요. 이같은 관점을 떠나 세상을 사는 존재에 질문을 던지는 거죠. 어쩌면 수염 난 여자는 인간이 아닌 신적인 존재입니다."
하나로 규정하기 힘든, 또 그렇게 해야할 필요를 못느끼는, 그 자체로의 자기 자신. 시를 읽어보니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그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와 함께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난해하지 않고 비교적 잘 읽힌다.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처럼 시를 읽으면서 머릿 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한편, 연극 대사를 옮겨적은 듯한 시 들도 눈에 띄었다. 그는 이 작품들을 통해 "독자들이 받아들이는 대로 읽으면 된다. 표면에 드러난 것을 넘어 숨은 의미를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를 20대 때부터 썼다고 한다. 모아놓은 원고를
나주에 있는 집에 보관해왔는데, 1985년 홍수로 이를 모두 잃었다. 이때 잃은 시 원고가 라면박스로 5박스 정도 된다고 한다. 이후 그는 한동안 잊고 살다 공연홍보를 위해 SNS를 시작하면서 다시금 시를 쓰게 됐다.
"연극인으로 활동하면서 공연을 홍보하려고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북을 시작했는데 거기에 일상을 공유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다시 시를 쓰게 됐죠. 예전엔 수첩을 갖고 다니면서 시상이 떠오를 때마다 꺼내 쓰곤 했는데, 휴대폰을 사용한 뒤론 그 자리에서 바로 기록할 수 있어 떠오르는 단상들을 그 때, 그 때 모으기 좋더라구요."
그렇게 쓴 시 1000여 편 중 80여 편이 세상 밖에 나온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원고를 갈무리하고 교정을 봤다고 한다.
그가 이처럼 다방면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함평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차근히 쌓아온 감성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또래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뺨에 스치는 바람, 여기에 흔들리는 나뭇잎 등 자신을 둘러싼 자연과의 소통을 즐겼다는 것이다. 뭔지 모를 뜨거움이 목젖을 뚫고 나오려는 것을 꾹 꾹 눌렀는데, 연극을 하면서 비로소 해소가 됐다고 한다. 이후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면서부터는 배우 뿐만 아니라 조명 담당, 홍보까지 여러 역할을 동시에 해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점점 활동영역을 넓혀갔다.


자기 극장을 갖는 게 연극인들의 로망이어서 그도 1986년 광주 천변 인근에 블랙코메디라는 카페식 소극장을 연다. 1992년에는 양동에서 씨엘소극장을 열어 운영했다.
2016년 궁동 예술의거리에 예린소극장을 세번째로 차리게 된다.
"작업을 하려면 극장을 빌려야하는데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니 힘들더라구요. 여러 극장을 운영하면서, 여러 일을 겪으며 사람들에 상처를 받게 돼 ‘다시는 안하겠다’고 마음먹었었는데 59세에 다시 소극장을 만들게 된 거죠. 혼자서 이곳을 만드는 데 4개월이 걸렸어요. 사람들에 감흥을 전하는 제 삶의 놀이터입니다."
그에게 연극과 시의 차이를 묻자 "연극은 객관화, 시는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답을 들려줬다.
그에 따르면 연극은 기존의 텍스트를 중심으로 희곡 속에 잠들어 있는 등장인물을 무대로 끌어내 배우라는 제3의 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여기서 작가는 원래의 이야기를 그대로 할 수도, 180도 바꿀 수도 있으며, 그 안에서 텍스트에 충실하게 연기하는 게 배우, 이들 모두를 엮어내는 역할을 하는 게 연출가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공동 작품으로, 씨줄과 날줄을 엮어야 연극이 완성된다
는 것이다. 각각의 매력으로는 작가의 경우 자기 이야기를 써서 무대에 올릴 수 있다는 점, 배우는 한 인물을 산다면, 연출은 등장인물 모두의 인생을 살아볼 수 있는 점을 꼽았다. 반면, 시는 화자가 오감을 통해 느낀, 오로지 주관에 따라 만들어가는 것으로, 누군가가 내 글을 읽는다는 것을 떠나 내 감성, 내 느낌을 그대로 쓰는 게 시라고 설명했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그가 배우로, 극작가로, 연출가로, 시인으로 점차 변화한 것으로 이해했다.
그는 향후 경구형식의 사행시로 이뤄진 시집을 낼 계획이다. 10년 뒤, 20년 뒤에 읽어봤을 때에도 당시를 떠올릴 수 있도록 역사적 가치가 있게끔 사회적 문제와 역사적 사건의 시로 구성해 해설도 곁들일 생각이다. 이와 함께 올해 그의 시 ‘수염 난 여자를 만나다’를 연극으로 만들어 시민들에 선보일 계획도 갖고 있다.
궁극적으로 그는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며 부대끼는 세상, 사람냄새가 가득한 세상을 위해 예술활동을 펼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