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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자 회원

비워둔 시간

작성자하경자|작성시간26.06.05|조회수6 목록 댓글 0

비워둔 시간

물 빠진 모랫길을 걸으면

너는 비워둔 시간으로 나를 맞는다

파도가 접어놓은 주름에서

어머니의 거친 손등을 만나고

게가 구멍 곁에 쌓아 올린 흙무더기는

파도가 스치면 흩어진다

고동이 긋고 간 선을 따라가다 보면

아직 색칠이 덜 된 그림동화책

한 권이 펼쳐지고

유모차에 앉은 손녀가 고래소리 한 번 내면

갈매기 몇 마리 허공을 가르고

파도는 덩달아 물살을 뒤집는다

밀려오고 밀려가는 것들의 등 위로

나는 잠시 다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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