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
- 사제 성화의 날 -
찬미 예수님!
레오 교황님은 2025년 12월 8일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사제 양성에 관한 교령 “온 교회의 열망”과 사제의 생활과 교역에 관한 교령 “사제품” 반포 60주년을 기념해 교서 “미래를 탄생시키는 충실성”(Una Fedelta’ che Genera Futuro)을 반포하셨습니다. 이 교서에서 사제들의 충실성은 사제들이 부름받은 모습이라고 언급하십니다. 그리고 이 충실성은 하느님의 은총인 동시에 주 예수님의 부르심에 기쁘게 응답하기 위한 끊임없는 회개의 여정임을 강조하십니다.
모든 봉사에는 방향을 제시하는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만남에서 출발합니다. 모든 헌신, 선한 개인적 열망, 그리고 봉사에 앞서 “나를 따라오너라.”(마르 1,19)라고 부르시는 스승님의 목소리가 있다고 강조하십니다. 주님을 직접 뵙지 못했지만 다른 제자들의 모범을 통하여 우리에게 전달되어 용기 있는 삶의 선택으로 구체화 되어 가는 영적인 이끌림 과정입니다. 우리 성소에 대한 충실성은 특히 시련과 유혹의 시기에, 그 부르시는 주님의 목소리를 마음 깊이 기억하고, 영성 생활에 정통한 이들과 함께해 주는 필수적인 동반에 우리 자신을 맡길 때, 그 충실성은 더욱 강화됩니다.
모든 성소는 지속적인 회개의 역동성 안에서 충실히 지켜져야 할 하느님 아버지의 선물입니다. 부르심에 대한 순명은 날마다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성사들 특히 성찬의 희생 제사를 거행하며, 복음을 선포하고, 우리 가운데 가장 작은 이들에게 다가가며, 사제적 형제애를 실천하는 가운데 길러집니다. 이 모든 것은 주님을 만나는 가장 탁월한 자리인 기도를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오늘 복음은 낮은 자들을 위한 예수님의 기도이자 호소입니다. 낮은 자리는 진정 하느님의 처소요 그분이 스스로 머무셨던 자리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낮은 자의 마음이야말로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위대한 자리입니다. 바오로 사도도 일찍이 주님의 권능은 약한 자 안에서 완전히 드러남을 체험했으며, 베드로 사도 역시 여러 번 실패하고 나서 주님께 더 의지하는 위대한 인생이 되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사람이 낮아질 수 있을 때 하느님의 사랑과 진리를 더 깊이 체험하게 됩니다. 하느님은 진실로 낮은 자의 하느님이십니다. 많이 배우고 권력이 높고 가진 것이 많다 해도 저 밑바닥으로까지 내려가는 겸손과 순수함이 없다면 그는 하느님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 이 말씀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많은 위로를 받습니다. 고달픈 삶 속에서 그 누구도 자기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 때,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는 인생의 서러움을 헤아려 주는 멋진 말입니다. 또 ‘힘들고 어려운 삶 속에서도 언젠가 나도 편안한 삶을 살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이 예수님 앞에서는 반드시 이루어지리라는 확신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매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마태 11,29). 안식을 얻기 위해서는 모든 멍에를 벗어던진다는 뜻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멍에를 멘다는 뜻입니다. 지금껏 짐을 지어 온 방식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보여 주시는 방식으로 멍에를 메고 예수님께서 주시는 짐을 지고 가는 것입니다. 즉,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것처럼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온유하고 겸손하게 살아가면 우리의 짐은 훨씬 편하고 가볍습니다.
주전자와 물병을 떠올리며, 자기 것을 주면서도 몸을 숙이는 삶을 묵상해봅니다. 자기 몸을 숙여야만 남에게 줄 수 있습니다. 꼿꼿한 자세로는 줄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우리에게 주시기 위해 당신을 낮추셨습니다. 예수님의 온유과 겸손을 배우면 신앙생활의 핵심을 배운 것입니다. 모든 사제는 예수님의 겸손과 희생을 배워야 합니다. 사제는 그리스도께 속해 있기 때문에 모든 이에게 온전히 봉사하는 사람입니다. 사제는 기도 안에서, 주님과 ‘마음과 마음을 맞대고’ 머물며 그리스도의 뜻을 점진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사람들의 구원과 행복, 참된 해방을 위하여 봉사하는 교역자로 성숙해 가는 것입니다.
사제 성화의 날입니다. 우리 교구를 위해 충실함과 헌신으로 애쓰고 계시는 신부님들께 감사를 드리며 행복한 날 되시길 청합니다. 아울러 신앙 여정 안에서 봉사와 배려와 사랑으로 교구 사제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계시는 신자분들께도 감사드리면서, 사제들이 예수님의 마음을 닮을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