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채 임대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면, 임차인은 자신의 보증금을 어느 순위로 회수할 수 있을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특히 저당권 등 선순위 권리가 임대차 시점 이전부터 잡혀 있던 사안이라면, 일반 우선변제권만으로는 보증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할 위험도 있다. 법조계는 이런 사안에서 임차인이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제도를 마지막 안전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4일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는 소액임차인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일반 우선변제권과는 별도로 보증금 중 일정액을 다른 채권자보다 최우선으로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며 "확정일자를 받지 못한 임차인이라도 대항요건만 갖추고 있으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우선변제권과는 성격이 다른 보호 장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소액임차인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보증금이 시행령에서 정한 일정 금액 이하여야 하고, 그 한도와 최우선변제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임대 주택의 소재지(수도권·광역시·기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는 만큼, 자신의 사안이 보호 대상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려면 임대차계약 시점, 경매 신청 시점, 그리고 시행령의 해당 시기 기준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분쟁 양상은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수도권 다가구주택에 보증금 7000만 원으로 거주하던 임차인 H씨는 임대인의 채무 문제로 임대주택이 경매에 넘어간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H씨는 임대차계약 체결 직후 곧바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마쳤지만, 같은 건물에는 임대인의 사업 대출과 관련된 거액의 근저당권이 임대차 시점 이전부터 잡혀 있어 일반 우선변제권만으로는 후순위로 밀려 사실상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만 H씨가 임대차 시점·보증금 액수·전입신고 시점 기준으로 소액임차인 요건을 충족하면서, 시행령상의 최우선변제액 한도 내에서 보증금 일부를 우선 회수할 수 있게 됐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는 보증금 중 일정액의 보호에 관한 규정이다. ① 임대차 보증금이 시행령에서 정한 소액 보증금 한도 이하인 임차인에 대해, ② 임대주택이 경매에 부쳐졌을 때, ③ 보증금 중 일정 금액을 다른 담보물권자보다도 최우선으로 변제받을 수 있도록 정한 내용이다. 일반 우선변제권(확정일자 기반)과 달리, 최우선변제는 다른 담보물권의 설정 시점이 임대차 이전이든 이후이든 상관없이 작동한다는 점에서 임차인 보호의 마지막 안전판으로 평가된다.
다만 모든 임차인이 자동으로 적용받는 제도는 아니다. 보호받기 위한 시점 조건과 보증금 한도 조건이 시행령에 명시돼 있고,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또한 한도를 넘는 금액은 최우선변제 대상이 아니라 일반 우선변제권에 따라 별도의 순위로 회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자신의 사안에 적용되는 시행령 기준이 임대차 계약 시점과 경매 신청 등기 시점 가운데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결정되는지 정확히 검토해야 한다.
임차인이 자주 오해하는 지점은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와 전세금반환소송이 서로 무관한 제도'라는 인식이다. 그러나 두 제도는 경매가 진행되는 사안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한다. 최우선변제로 일정액을 회수하더라도 잔여 보증금이 남는 경우, 임차인은 일반 우선변제권으로 추가 순위 회수에 참여하거나, 임대인을 상대로 잔여 보증금에 대한 전세금반환소송을 별도로 제기해 미회수분을 청구하는 식으로 절차를 이어갈 수 있다.
엄 변호사는 또 "경매가 진행되는 임대주택의 임차인이라면 가장 먼저 임차권등기명령으로 대항력과 — 확정일자를 받아 둔 경우라면 — 우선변제권까지 유지해 두고, 동시에 자신이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대상에 해당하는지 시행령 기준에 비춰 검토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두 제도를 별개로 보지 말고 같이 검토해야 보증금 회수 가능성이 최대로 확보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우선변제로 회수하지 못한 잔여 보증금에 대해서는 전세금반환소송과 강제집행 절차를 통해 별도로 청구할 수 있으므로, 경매 절차 진행 중에도 자신의 권리 순위와 잔여 채권 관리를 시계열로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출처 : 금강일보(https://www.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