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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술

작성자김광욱|작성시간17.10.10|조회수21 목록 댓글 0





국화술 / 김광욱 장독대에서 잠자던 바람이 뜨락을 휘돌아서 검불을 날리며 고샅으로 날아간다. 뒤쫒던 햇볕이 문을 열고 내려다보는 하늘 향해 방끗 웃으며 돌아보고 백발의 시어머니는 늙은 며느리와 텃밭애서 갓 따 온 붉은 고추를 멍석에 쏟아 놓고 나서 담장 안에 말리려고 세워 둔 콩줄기를 다른 멍석에 털어 손과 발로 비빈다. 마른 콩깍지와 콩이 잘 떨어지는 것도 있고 잘 안 떨어지는 것도 있어 손잡이 없는 도리깨로 후드려 패는 두 여인 콩깍지에서 튀어나온 콩들이 좁은 멍석을 멋어나 마당으로 흩어진다. 콩들은 자유를 좋아하나 보다. 며느리는 툇마루 앞까지 굴러간 콩들을 닭이 못 먹게 줍느라 시어머니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 콩은 닭들 먹으라고 놔두고 앞등에 가서 남은 깨나 베어 놔라. 그것이 제일로 큰돈이 될 것이니 말려 털어서 모두 다음다음 장에 팔게 어여 베어 놔. 어머니 오늘은 그만하고 촐촐한데 깨전이나 부쳐 먹읍시다. 깨전 부칠 깨가 어디 있냐. 먹고 싶어도 참고 한 알이라도 돈을 만들어야지. 도시에서 공부하는 네 아들이 빨리 돈 보내 달라고 편지 안 왔어? 가을 햇살이 따갑게 마주 앉아 콩타작하는 늙은 고부 잔등에 내려쬔다. 좀 쉬었다 하면 쓰련만 며느리는 고소한 깨전에 국화주 한 잔 걸쳐 먹고픈 상상에 뜰 옆 장독 쪽만 바라본다. 장독대에서 국화술 익는 향기가 진하게 풍겨 나온다. 그것은 술이 아니고 국화향이 술 담그라고 며느리에세 보내는 신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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