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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진건 문학상 ♣

제7회 현진건 청소년문학상 심사평

작성자현진건문학상운영위원회|작성시간18.10.09|조회수482 목록 댓글 0


현진건청소년문학상 심사평

   

 

해를 더할수록 응모작이 늘어나는 것이 우선 눈에 띄었다. 90편의 작품을 쌓아놓고 다섯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가을은 엽서처럼 날아든다는 표현처럼 탁자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문학상 응모작이 계절의 변화를 일깨워주었다. 응모작의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열정으로 밝힌 습작생들의 고통스러운 밤이 떠오르고, 앞으로 이어질 이들의 소설이 우리 문학의 미래를 밝게 지켜줄 것을 믿어본다. ‘깨어 있음을 택한 사람들.’ 그들의 응혈이 작품이 되어 한자리에 모였고, 그 자리에 함께 한 것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심사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매년 작품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우선 메스미디어의 확대로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의 변화를 무시할 수 없겠으나 그보다는 문학의 마력이 그들을 발굴해낸 것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옳겠다. 소설은 문학의 선택을 받은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간절한 열정으로 추구하는 자만이 해낼 수 있는 지난한 작업이어서 더욱.


원고를 나누어서 심사한 결과 11편의 소설이 최종심에 올랐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 중에서 7편의 소설을 고르는 일은 무척이나 신중을 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90편에서 11편의 소설을 골라낼 때보다 11편에서 7편을 고르는 일이 더 어려웠다. 하나 같이 버리기 어려운 작품이어서 선택이 더 신중해지고 조심스러웠다. 좋은 작품이 많았지만 아깝게도 작품이 너무 어른스러워서, 아무리 봐도 청소년 소설 같지가 않아서 내릴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심사의 기준이 필요했다. 글을 쓴 이들이 파릇파릇한 청소년들이기에 나이에 어울리게 소설이 신선하고 실험도가 두드러지는 작품을 우선으로 채택해야만 했다. 실험도와 신선도야 말로 소설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기에.


야구소설 9회말 2아웃을 어렵지 않게 대상으로 골라냈다. 자폐아 동생의 얘기를 우화적으로 풀어낸 소설의 신선한 감각이 돋보였다. 야구의 전문용어를 소제목으로 선택한 발상도 뛰어나고, 열 살이나 어린 야스퍼스 증후군을 앓는 동생을 내 멘토라고 표현한 상큼함에 더하여 어느 한 부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디테일한 표현들이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두 번째로 눈에 띈 작품이 고래의 눈이었다. 고래의 사체를 응시하며 자아를 탐색하는 관념이 예사롭지 않았다. 더러 문장이 서툰 구석이 없지 않으나 하나의 포지션을 주목하고 있는 전체적인 그림이 그 결점을 덮고 있었다. 작품을 읽으며 이 작가, 앞으로 좀 쓰겠네.’ 하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내면을 짐작하게 하는 관념적인 서술이 드물게 읽는 이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치매환자인 아버지와 이를 지켜보는 아들의 모습을 그린 역행과 해녀의 일상을 그린 숨비소리는 밀도 있는 문장과 서술이 너무 어른스러워 청소년 소설만의 패기만만한 열정을 주춤거리게 한 점이 조금 아쉬웠다. 잔잔하게 흐르는 감정을 포착한 솜씨가 돋보였지만 문장이 조금 거칠어도 그 나이에만 쓸 수 있는 십대의 감성을 살렸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 콩쿠르 출전으로 사회적 비리를 고발한 소설 요람의 노래와 노숙자의 삶을 풀어간 세태소설 삼각섬은 사회로 눈을 돌린 조감도가 마음에 들었다. 소설이 사회를 대변하는 매체의 한부분이기에 두 사람의 용기 있는 소재 선택을 높이 산다. 클럽에서 선생님과 맞닥뜨린 여고생을 그린 상큼한 소설 스무 살 고 삼을 더하여, 이 세 작품을 가작으로 선택하기까지 적잖이 고심한 점을 언급해두고 싶다


심사위원 이연주 윤중리 장정옥 이근자 권이항 



심사위원 약력


이연주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및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대구소설가협회장 역임. 창작집 그리운 우물, 장편 탑의 연가등이 있음.

윤중리

대구소설가협회 회장 역임. 대구가톨릭문인회 회장,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대구문학상, 대구예술상 수상. 저서 소설집 페스탈로찌 선생, 유폐와 보석, 내일은 너, 칼과 장미, 산문집 조금 더 높은 곳에서등이 있음.  

장정옥

대구 출생. 1997해무로 매일신문 신춘문예 등단.

2008년 여성동아 제40회 장편소설 공모에 스무 살의 축제당선.

장편소설 스무살의 축제, 비단길, 고요한 종소리, 나비와 불꽃놀이외에, 중단편집 숨은 눈이 있음.

이근자

201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바닷가에 고양이의자가 있었다 당선

단편 옥시모론의 시계, 선사기 정원, 생일, 여섯 번째 직녀, 델러스의 침묵, 노을이지다 히포가 말씀하시길등 발표.  2018년 대구예술제 단편소설 옥시모론의 시계로 낭독 연극 공연

권이항

201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농담이 아니어도 충분한 밤 당선, 2016가난한 문장에 매달린 부호의 형태에 관하여로 심훈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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