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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앞둔 11월의 금요일 : 83日前

작성자정병철|작성시간23.11.10|조회수10 목록 댓글 0

겨울을 앞둔 11월의 금요일 : 83日前

-정병철

 

 

 

1

길가의 앙상한 나무들

물기라곤 없는 듯

 

한순간의 찬란을 보이고

다음 봄을 기다리는 은행나무들

 

지나간 시간은 늘 신기루 같은 것

현재는 늘 버텨야만 하는 것

 

어떤 기억은

놓치면 한순간 장님이 되게 하고

 

도원경(桃源境)에서 나온 사람마냥

갑자기 늙어버린다

 

점심 먹고 보는

11월의 가을하늘은 푸르기만 하다

 

 

2

어디서 나사가 풀렸을까

일상이 헐겁게 돌아간다

 

무언가에 홀렸을까

 

움켜잡은 꿈 한순간에 놓은 것처럼

일상이 또렷하게 다가온다

 

오랜만에 감기가 불쑥

손님처럼 찾아왔다

 

 

*후기(後記)  :

책 빌리러 한 번씩 도서관에 가면 열람실에서 보는 사람이 있다

일용직처럼 안전화에 복장은 언제라도 일하러 갈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

일을 못 구한 날은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일 터

(탁월한 선택을 축하할지니!)

 

오래전 취직을 못했을 땐 나도 도서관에 죽치고 살았더랬다

그때 그 사람은 점심용으로 과일껍질 같은 말린 음식을 비닐에 넣어 밖으로 나가곤 했다

난 그런 그를 멍한 눈길로 관심 있게 보았는데

사는 게 구질구질하게 느껴지던 시간이었다

그래도 버틸 수만 있으면 저렇게 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곤 했다

 

이제 직장을 구하고 책을 빌리러 가는데

그 사람을 간헐적으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그 사람은 여전히 날 모르는 눈치

나보다 대여섯 살은 아래로 보이는 안경 쓴 채 고집이 엿보이는 남자

 

아직 살아있구나

여전히 잘 버티고 있구나

그의 세계가 여전히 건재한 것이

대견하고 또 대견하고

 

계속 지켜보고 싶다

 

나는 결코 갈 수 없는 그 길을

그 남자만의 세계를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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