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형식 (2) - 시
사는 게 복잡하면 생각도 많이 해야 하고 이리저리 움직여야 소득도 없는 행동들을 본의 아니게 많이 하다보면 몸도 마음도 잘 지치고 허망감에 빠져들기가 쉽다. 사실 돌이켜보면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키는 사람도 없는데 괜히 부산해지고 마음이 쓰이는 것도 일률적이지 못해 정신없이 사는 것이 보편적인 삶인 양 적응해가는 날들이 많아질 때, 이것을 잘 인지할 때 서글퍼지지 않을 사람은 없으리라. 그런 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원고지와 펜을 들어야 한다. 무슨 말이든 토로해야 한다. 써야 한다. 아무런 부담감도-잘 써야 한다는 것, 고상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형식과 내용면에서 함축성과 긴장감이 서려 있어야 한다 등-없이 적어야 한다. 그것은 내가 몸을 담고 지금 살아가는 세상에 느낀 깨달음이며 아픔이며 혹은 기쁨의 발견일 수도 있다. 진솔하게 꾸밈없이 적어야 한다. 마치 만인 앞에서 벌거벗은 양 치부까지 통틀어서 전부를 세계와 세상과 독자와 공유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떨어져 있어도, 혹은 안면이 없어 얼굴을 몰라도 서로를 잘 알고 있으며 속속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야 하며 어떤 의식이나 문제 현상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공유해야 한다. 더 이상 쓸쓸함조차도 버릴 수 없는 나의 보석인 양 보다듬을 수 있도록 마음 가지게 하는 것이 시(詩)다.
시는 그래서 솔직한 것이며 위로를 받을 수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며 자신을 성실하게 이끌어가는 자세가 된다. 혹 우리는 늘 기만당할 수도 있는 세상에서 자신을 붙들 수 있는 인간다움을 실현하는 장으로 시를 지켜가고 써나가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무엇으로 위로와 위안을 얻으며 기쁨과 즐거움을 가질 수 있을 것이며 참다운 삶이 있다는 것을 알겠으며 귀중한 사랑과 평화와 안식을 얻을 수 있겠는가.
어쩌면 삶은 기다란 노정이기에 우리에게 많은 안식과 기쁨을 허락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치열한 각축장같은 삶은 현실이 아무리 그렇다손 치더라도 우리가 일찍이 커가면서 보고 느끼며 지켜가고 팠던 세상은 아닌 것이다. 어릴 적, 아직 눈을 뜨기 전의 세상에서 바라보았던 꿈과 환상은 결코 그것이 실현될 수 없는 영원한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그런 삶을 우리의 살처럼 몸처럼 고향처럼 지켜나가야 한다.
지금도 세상에는 봄을 맞아 새로운 꽃이 세상을 지향하고 있고 우리의 마음들이 영혼들이 간절히 염원하는 생명에 대한 힘찬 약동이 불꽃일 듯 대견스럽게 활달하게 일어나고 있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마음속에서는 벌써 무엇이 중요하고 지켜가야 하는 것이며 소중하게 품어야 할지 알고 있다. 우리가 한 번이라도 기쁨을 맛보았고, 삶의 환희를 느낀 적이 있다면 지키고 싶은 세계는 분명히 있는 것이고, 삶은 그런 우리를 언제나 따스한 대지처럼 받아주고 있는 것이다. 불굴의 정신의 아름다움,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근원적 그리움과 향수 등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항상 보석처럼 우리 곁에서 빛나고 있었다. 현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서 과거와 달라진 것은 없으며 진리는 미래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채 인간들의 삶을 지탱해주고 엮어갈 것이다.
발원하는 생명은 이미 그것들을 알고 있으며 시는 그러한 세계에 대한 희망으로서, 뿌리로서 깊게 자리를 하고 있다. 마음껏 영혼의 자유를 노래하고 감사하고 느끼는 글들은 지친 영혼들에게 감로수같이 갈증을 해갈시켜 주고, 들판에서 이름모를 꽃들은 피고 지는 운동을 멈추지 않는 것처럼 모든 시인은 인간이 살아가는 터전에서 거침없이 마음을 열고 대지가 만물을 포용하듯 하늘이 우산처럼 세상을 감싸주듯 끊임없이 노래해야 한다.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