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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형식 (3) - 단편소설

작성자정병철|작성시간04.03.05|조회수31 목록 댓글 0
 

글쓰기의 형식 (3) - 단편 소설




삶의 한 단면을 들여다본다. 종결이라는 결말을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된다. 투명한 어항 속의 풍경처럼 해맑다. 모든 글들이 다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나간다. 물론 상상이 그 길을 열고 나간다. 항상 작품은 성공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 그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희미한 선에서 그 성공 여부가 결정지어 진다. 글을 쓰는 작가는 안다. 수많은 애독자와 비평가가 침이 마르도록 격찬하여도 글을 매듭짓는 순간 이 작품의 성공 여부 즉 작가의 의식의 일부분으로 몸에서 빠져나가도 되는 건지 아닌 지를 직감하는 것이다.

물론 글이란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다. 그러나 모든 작가는 자신이 쓰는 글에, 완성되어지는 작품에 굉장한 애착을 가진다. 매번 다른 내용이겠지만 결국은 하나인 것으로 한 사람의 손에 의해 모두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착상이나 영감이 떠오르면 가슴이 무척 설레인다. 이번에는 과연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지금까지 써 온 것보다 훌륭한 작품이 나와질까, 만약 만에 하나라도 마음에 들지 못 할 것이라는 우려가 생기면 펜을 들기가 솔직히 두려워진다. 망설여지는 것이다. 그리고 금방 전까지 떠오른 착상이나 영감을 잠시 의심해보게 된다.

물론 글쓰는 재주가 놀라운 사람은 금방 금방 떠오르는대로 많은 애독자들이 좋아하는 글을 쓸 수 있겠지만 정작 그런 글을 쓰고나면 작가는 허망감에 이내 빠져들기가 쉽다.

그러나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어떻든 어떤 계기를 겪었건 글을 쓰게 된다. 우려반 기대반 속에서, 단편소설은 정갈하고 담백한 맛으로 쓰고 읽는다. 한 편의 시와 같은 것이다. 시가 주는, 그 짧은 문장에서 주는 감흥과 여운을 단편 소설은 좀 색다르게 써서 보여준다는 것이 다르다고 하겠다. 시에 만족 못하거나 상상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그 부분을 보완해서 심미안을 가지고 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장편 소설과 달리 진행 속도가 대체로 느리고 완곡하다. 어찌보면 짧은 글이 주는 미로감도 있다. 즉 의미를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편 소설은 읽다보면 그 줄거리의 대략적인 예측이 가능하고 눈치빠른 독자는 반쯤 넘어가면 결말까지 다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대개 결정한다. 그러나 단편은 다 읽기 전까지는 손을 뗄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정갈함 때문에 다 읽고 나서도 그 여운은 오래가며 새로운 작품을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삶의 진리는 의외로 간단한 곳에 있다. 아무리 세상이 복잡하고 힘들다지만 우리 스스로가 찾으려는 노력이 다소 부족할 뿐 고개만 돌리면 그 어느 곳이든 상재해 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일반인들은 그런 것에 눈길을 돌리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들은 삶의 곳곳의 틈바구니에서 허구와 진실을 가려내는 감식안을 지니고 있으며 그 안에서 인간들이 삶의 기쁨으로서 진정 취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글을 통해 전달한다.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은 개개인 작가들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체험과 특유의 문체로서 드러내는데 읽는 작품마다 소박한 깨우침을 발견한다는 것은 우리 주변의 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진실이 무엇인가를 쉽게 가르쳐주며 그만큼 잘 드러나 있으며 마음만 두면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는, 삶의 의지를 강하게 키워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삶의 진실을 들여다보고 들여다 본 것들은 글이라는 매개체로서 형상화함으로서 독자들에게 더욱 많은 기쁨과 즐거움을 주고 의욕을 높이는 역할을 작가들이 짊어지고 가는 것이다. 정갈한 작품을, 단편 소설을 막 끝낸 작가는 이 작품이 얼굴도 잘 모르는 독자의 손에서 흐뭇한 모습으로 사랑을 받게될 것을 그리며, 작가 자신도 또한 큰 힘을 얻게 되는데 단편소설은 어떤 제약도 쉽게 초월하며 쓸 수 있는 편안하고 다정다감한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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