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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잠자리가 날아들다

작성자정병철|작성시간17.07.30|조회수30 목록 댓글 0

잠자리가 날아들다

  

  6월이 다가도록 비가 내리지 않아 적잖은 염려를 했다. 작년에도 이 지역에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댐이나 저수지 저장량이 눈에 뜨게 줄어들며 식수뿐만 아니라 농사에도 큰 피해를 주었기 때문이다. 작년 이 맘 때는 여름이 다가도록 비가 더 이상 내리지 않자 금강 물을 끌어들이는 공사를 정부에서 시행했을 정도로 물 부족이 심했던 것이다.

  일을 하느라 본의 아니게 이 지방 곳곳을 가 보게 된다. 오갈 때마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보는 것은  집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외부의 자연 경관이다. 물론 색다른 풍경-눈에 띄는 간판이나 색다른 건물과 집 등-도 보게 되지만 보고 또 봐도 물리지 않는 것은 역시 늘 파릇파릇한 빛깔을 띤 채 제자리를 지키는 산과 들, 그리고 강이다.

  그 외에도 벼와 각종 푸른 채소가 자라나는 논과 밭이 있는데, 모내기가 끝나고 7월의 뜨거운 태양빛 아래에서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벼의 생기발랄한 모습이 특히 눈에 보기 좋다. 해가 채 뜨지 않은 새벽에는 새벽대로 푸르스름한 빛이 좋고, 해가 중천을 넘어가는 낮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조금씩 불어오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파란 빛깔의 투명한 벼 모습이 눈을 즐겁게 한다.

  그런데 작년뿐만 아니라 올해도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각 저수지의 물 저장 율이 현격히 떨어졌는데, 바닥을 드러내는 곳도 많았고 어느 곳에서는 모내기를 할 물이 없어 염분이 섞인 바닷물을 끌어와 심었는데 이것은 순전히 울며 겨자 먹기와 같이 결과는 눈에 뻔해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하는 새까만 촌로의 표정이 지금 물 사정이 어떤 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달리는 차 안에서 보거나 지인을 통해 들어보는 올 해의 물 사정은 예상을 뛰어넘어 모종의 어떤 미세한 불안감까지 감지될 정도였다.

  물이 이렇게 귀하다는 것을 저수지 바닥이 갈라지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경험을 통해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먹통 같은 심정이 가슴을 사정없이 후벼 파고 들었다. 그러고 나자 7월 초에 귀한 비가 내렸다.

  비는 억수같이 내렸다. 언론매체에서는 물폭탄이라는 거친 용어까지 사용하며 각 지역의 강수량을 화면 상단에 조그맣게 자막으로 내보냈는데, 며칠 지나자 각종 도로의 유실이나, 인명 피해, 농가 유실 등 비 피해상황을 과거 어느 때처럼 연일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치 주식 가격의 연일 폭등을 지켜보는 어느 증권 투자가처럼 신나는 마음으로 올라가는 강수량 측정치만 계속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잠자리가 날아들었던 것이다. 그것도 내가 세 들어 사는 집 옥상에만 마치 축복받은 땅인 듯 떼 지어 날아와 사방천지로 난무하는 것이 아닌가. 얼마나 반가웠던지 때 아닌 손님이 찾아온 듯 한참 동안이나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무슨 이적을 바라보는 느낌이 이럴까 싶을 정도였다.

이게 우리의 자연이 주는 지혜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다시 며칠이 걸려야 했다. 늘 곁에 있어서 당연히 계속 같이 머물 것이라는 오만과 착각을 이번 여름 자연은 소중하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201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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