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쓸 것인가 (1)
글을 쓴다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자신과의 대화이지만, 좀 확대해서 따져본다면 세상과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동안 글을 쓰는 이의 장시간 배관 파이프에 오물처럼 걸려 있던 생각들이 속 시원히 빠져버림으로서 새로운 공기를 주입시키는 것과 같은 신선한 느낌을 머릿 속에 채울 수 있게 된다.
원래 글을 쓰는 작가들이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잡다하기 짝이 없는 망상과 공상 그리고 상상 등의 오만 생각들로 머리 속을 꽉 채우고 사는 사람들이라 글을 씀으로서 일반인들과 같은 건강한 정신의 소유자로 돌아올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 대부분은 미쳐버리거나 병원 신세를 톡톡히 져야하는 사람들이다.
창 밖의 날씨가 봄이 오고 있어서인지 무척 화창하다. 아직 찬기가 느껴지는 바람이 전신을 휘감아 몸을 움츠리게도 하지만, 만약 어젯밤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거나 그래서 마음이 모처럼 울적했다면 지금의 이 화창하게 맑은 날씨는 마음을 넉넉하게 감싸주고도 남음이 많다. 그래서 곧 마음이 풀어진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이런 것을 써야 할 것이다.
만물을 생동하게 하는 것들, 부드러운 바람이 주는 감미로움, 푸른 창공이 주는 상쾌함, 화창한 날씨 속에 근교에서 보내는 시간의 즐거움, 홀로 오붓한 시간을 즐길 수 있는 호젓한 길, 그 옆으로 난 잡풀과 온갖 잡동사니 쓰레기들, 그러나 한적한 시골처럼 마치 버려진 듯 뿌려져 있는 정적 등, 글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생기를 찾게 하고, 상처난 마음은 치유를 해주며, 삶에 심신이 지친 이에게는 편안한 쉼터나 안식처의 역할을 해주며, 바쁘고 혼란한 삶의 노정에서 제 갈 길을 잃은 채 방황하는 현대인이 있다면 등불처럼 길을 밝혀주며, 인생의 긴 노정에 무미건조해 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기쁨과 즐거움을 그리고 인간사에 펼쳐지는 진정한 슬픔이나 웃음을 보여줌으로서 새로운 활력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글들이라면 좋을 것이다.
글이란 정신을 담는 그릇이다, 혹은 집이라고 서양의 철학자는 정의하기도 했다. 세상에 사는 수십억의 인구의 얼굴이 모두 제각각이듯, 모두는 살아가는데 있어서 천차만별이며, 생각하는 방법도 그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다. 그 다양성 속에서 몇몇 부류의 인간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하며, 나누고 싶어하는 본능적 충동을 가지는데 그들은 바로 작가이다.
그들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일부에서는 같으리라고 여기면서도 자신만의 특수 체험이나 특별한 사유 방식을 유독 문장이라는 형식을 빌어 표현하고 싶어하는데, 그것은 그들만의 사유체계를 펼쳐보임으로서 뭔가 특별한 존재의 의미를 확신하고자 하며, 살아있음의 기쁨을 누리며, 다른 이들에 대한 이러한 문학적 작품화는 자신의 생존의 이유이자 기쁨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래서 글쓰기의 영역에는 곧 울타리나 한계는 설자리가 없게 되는데 그것은 글쓰기를 통해 얻는 희열과 카타르시스와도 관계가 있으며, 글이란 곧 정신의 씨줄과 날줄적 논리정연한 혹은 감성적인 틀임으로 철학적 이상인 인간 정신의 영원한 자유와 고귀한 생명성에 대한 뿌리깊은 성찰이라면 그 어느 것도 걸리적거리지 않는다는, 즉 모든 것이 글쓰기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