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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무엇에 관심을 가질 것인가 - 세상을 바라보는 눈

작성자정병철|작성시간04.02.28|조회수9 목록 댓글 0

 무엇에 관심을 가질 것인가 - 세상을 바라보는 눈

 

 

 

 

 어릴 때부터 봄을 난 3월이 되고 꽃이 피기 시작하는 무렵이라고 생각하며 자랐다. 음력 절기라는 것을 잘 몰랐고, 듣긴 들었으되 지나가는 양 귀담아 새겨듣지 않았기 때문인지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왠지 2월은 여전히 추웠다. 그런데 요즈음 음력 절기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봄은 절기상으로 대부분 2월초면 어김없이 왔으며, 습관처럼 겨울이면 따라붙는 '어, 추워라'라는 말을 빼버리면 맑디 맑은 청명한 하늘과 따스한 햇살이 물결처럼 밀려들어 황금빛 생동감을 느끼게 만드는 소나무 가지들과 파릇파릇한 풀들이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하는 잔디밭 주변에서, 방금 물먹은 듯 빛을 내는 그 옆의 작은 나무들에서 어김없이 머무는 봄의 찬란함을 계속 보게 되었는데, 그것은 예년 같으면 아직 겨울이라며 그냥 지나쳤을 봄의 정경이다.
 도서관 건물로 올라가는 경사로 옆에는 막 준공을 끝낸 오 층 짜리 건물이 있는데 아직 주차장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드나드는 차량이나 사람은 좀체 볼 수가 없었고, 그 앞은 치워지지 않은 각종 자재와 쓰레기들로 늘 지저분했다. 그랬던 건물의 주차장이 어느 틈엔가 깨끗이 정비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 옆으로 조그만 새로운 인도가 막 설치되려는 중으로, 모래를 붓고 다지며 한 장 한 장 초록빛 보도블럭을 깔아가는 형색이 한나절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때마침 날도 화창한 터라 마무리를 향해 나아가는 일군들의 움직임과 눈빛에 생기가 묻어나며, 앞서도 표현했던 봄의 충만감이 예서도 유감없이 보여지고 있어 책을 읽던 난 창 블라인더를 살짝 걷은 채 한참동안이나 그 평화로운 정경을 훔쳐보았다.
 세상은 여느 때나 다름없이 텔레비젼이나 각종 매스컴, 게다가 인터넷 매체까지 가세하여 사건사고나 각종 세상의 새로운 발견을 큰 소리로, 화젯거리로 떠벌리고 있지만 실상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은 푸른 하늘 아래 한 뼘도 안되는 공간이며 대개 고만고만한 경계 영역에서 하루의 일과를 다 보내는, 하루가 일생이 축소판이라고 봐도 좋다면, 것이라 도서관 창 너머로 내려다 본 정경이 나를 포함한 일군들, 가끔 그 시각 지나는 행인들까지 포함해서 소박한 세상을 이루는 전부인 것이다.
 또한, 난, 워낙이 소식 같지 않은 세상의 모든 소식, 주로 매스컴이 알려주는 소문과 정보에 진저리가 난 터라 그것들에 큰 관심과 기대를 걸지않고 있으며, 대신 지금 내가 몸을 딛고 선, 움직이는 영역내의 푸른 하늘과, 소나무 숲의 일렁거림과, 일몰에 맞춰 바쁘게 움직이는 도로변의 일군들과 행인들, 볕을 쬐고 있는 고양이와 그 옆으로 함부로 버려져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들, 그리고 차량들 등에 애정과 관심이 가는 것이다.
 오히려, 그래서 필요한 소식은 자연을 통한 계절과 그 날 기후의 변화를 전해 오는 것일 것이고, 내게 자양분이 되는 것들은 도서관에 꽉꽉 채워져 있는 수많은 책과 그 책을 읽고 사색하기를 멈추지 않는 나의 습관에 있는 것이다. 비록 내가 움직이는 영역이 먹고 잠을 자는 집에서 불과 오, 육 킬로 정도의 반경이내지만 이 안에서 사람들이 일궈내는 것은 지금 이 시간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동일한 일상이며, 또 가장 한국적이면서 동시대적 현재가 되는 것으로, 즉 내가 호흡하고 땀나는 발로 디디고 다닐 삶의 터이기에 따스한 사랑과 애정의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데, 마치 애들이 자랄 때의 환경이나 터가 그들의 전우주이듯이 나 역시 몸 전체적으로 주변에서 벌어지고 일어나는, 거의 우연적이겠지만 필연도 배제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경험과 연륜의 역량을 모두 쏟아부은 시선으로 대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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