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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형식 (1) - 소설

작성자정병철|작성시간04.03.05|조회수14 목록 댓글 0

 글쓰기의 형식(1) - 소설

 

 

 

 

 참담한 현실을 이기는 방법은 무언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것도 어중간하게 갖다대는 것이 아닌 몰입할 정도로 바짝 들이대야 한다. 잠시라도 쉴 수 있다면, 잠시라도 그 안에서 나의 영혼이 안식을 할 수 있다면 끔찍할 정도로 고단한 현실을 꿋꿋하게 이어갈 수 있겠는데.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동안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즐거운 것이다. 내 앞에 갖춰진 부족하고 어쩌면 비루하기 짝이 없는 현실을 이야기 속에서 통쾌하게 복수하는 것이다. 때로는 양심을 저해하는 일들을 과장되게 써 보기도 하고, 나의 일그러진 모습을 자학하는 즐거움도 누려보며, 결코 현실에서는 주어질 것 같지 않은 일들을 강렬한 터치로 설정해서 이끌기도 해보고, 그러다 보면 여러 알 수 없는 불만들은 무마되고 들뜬 감정이나 어설픈 광기로부터 차분하게 놓여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그야말로 나의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그러니까 자꾸만 땅으로부터 들려 올려지려는 발꿈치를 다시 땅에다 붙들어 매놓게 된다고나 할 것이다. 사는 것이다.
 그런 글을 읽는 사람은 재미있을 것이다. 위태한 현실을 잠시라도 벗어나 보고자 할 때, 자신의 어떤 노력으로서도 지금 휩싸인 그러나 결코 안주하거나 붙들려서는 안될 불온한 분위기를 떨치고자 애를 쓸 때 소설은 유용하고 상황이 복잡하고 애매할수록 그가 읽는 소설은 재미를 배가시킨다. 사는 것은 어쨋거나 한 편의 이야기이다. 태어나서 살아온 이야기는 개인마다 비슷하지만 결국 다르고, 진행 속도도 천차만별이라 밋밋한 이야기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종횡무진 사건을 돌출시키는 긴박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으며, 이야기는 시대에 따라 개인적 연령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된다. 그런데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작가는 내게 있어서 누구인가 라는 의문을 한 번쯤 가져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 있어 순전히 나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펼쳐지는 나날이 많으며 그런 날이 자꾸 늘어갈 때는 한 번쯤 의심을 하게 된다. 정말 하느님이 계셔서 내 인생의 드라마를 끌고 가는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 내 삶을 자기 방식대로 끌고 가려고 음모를 꾸미는 건가라고 말이다.
 소설은 그런 삶의 무대를 배경으로 현실과 꾸민 이야기라는 이중적인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삶을 보다 더 윤택하게 기름칠하는 장르다. 그리고 그런 자세는 세상을 그렇게 구상한 방향으로 대개 이끌어가게 되는데 그것은 인간이라는 기본 심성을 바탕으로 과학자처럼 실험하고, 모색하며, 오랜 시간 관찰해서 적어내는 보고서처럼 주도면밀하기 때문이라 마치 확대해 보면 신과 같은 일을 실제로 하고 있는 것 같다. 간접적인 체험(독서)을 통해 충동과 용기와 확신을 심어줌으로서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 재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기존의 방식으로서는 결코 해결하거나 변화시킬 수 없는 자신의 고민이나 진로, 삶의 방향들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쉽게, 그러나 정확한 방법으로 해결을 유도해내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래서 보람을 느낀다. 내가 쓴 글들은 내 자신을 비롯한 주변에서 찾는 모든 독자들을 위한 훌륭한 삶의 처방이자 마술적 신비를 곁들인 삶의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또한 맛있는 요리와 같아서 그들의 감각을 기쁘게 해줄 것이라고 여긴다.
 세상이란 누구 하나가 나서서 열심히 광분한다고 해서 변화되는 것은 아니며 내 안에 깃든 잠재적인 놀라운 감성의 능력과 이성의 마비를 들깨우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며, 그것이 살아가는 의미를 더해준다고 할 때 글쓰기, 즉 소설의 매력은 참으로 놀라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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