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그 여름의 끝

작성자홍빈|작성시간05.08.31|조회수153 목록 댓글 2

          그 여름의 끝  

 

                                                                       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 
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 
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 
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백일동안 지지 않는 꽃이 백일홍이며, 꽃말은 멀리 떠나간 친구 생각입니다. 백일홍에 대해 슬프고도 아름다운 전설이 있습니다. 아직도 더위는 남아 있지만 날자 구분별 여름 끝자락입니다. 붉은 백일홍이 살며시 고개 들고 수줍어합니다.     

옛날 평화로운 어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이 마을에는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처녀를 잡아먹는 이무기가 나타났던 것입니다. 이무기가 동네 처녀들을 마구 잡아가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의논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해마다 아름다운 처녀를 제물로 바쳐서 이무기를 달래기로 했습니다. 그러던 중 그 날 제물이 될 처녀는 가난한 노인의 아름다운 외동딸이었습니다. 노인은 딸의 모습을 보며 통곡하고 있었고, 딸은 두려움을 참지 못하여 하얗게 질린 채 눈물만 흘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드디어 이무기가 나타날 시간이 가까워졌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웬 낯선 청년이 나타났습니다. 그 청년은 성큼성큼 아름다운 처녀에게로 걸어가더니 말했습니다. 
"아가씨, 저와 옷을 바꿔 입으시지요. 제가 이무기를 처치하겠습니다." 
두려움에 떨던 처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옷을 바꿔 입었습니다. 사람들은 느닷없이 나타난 그 청년에 대해 수근 거렸습니다. 
"못 보던 청년인데, 늠름하게 생겼지? 게다가 정말 용감하군!" 
"저게 용감한 거야? 미친 거지." 
시간이 되자 동굴 안에서 기분 나뿐 소리가 들리며 싸늘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조금 후에 머리가 셋 달린 이무기가 나타나 청년에게 달려들려 했습니다. 그때 청년은 칼을 빼어 이무기의 목을 내리쳤습니다. 목 하나가 잘린 이무기는 피를 내뿜으며 도망쳐 버렸습니다. 수근 거리던 사람들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청년은 말없이 일어나 떠나려 했습니다. 그때 청년을 붙드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제물이 될 뻔한 처녀였습니다. 
"저는 이미 죽을 뻔한 목숨입니다. 저는 제 생명의 은인을 평생 모시고 살고 싶습니다." 
청년은 여의주를 찾아 길을 떠난 옥황상제의 아들로 하늘나라의 왕자였습니다. 여의주를 찾아 여행을 하던 중 잠시 이 마을에 들른 것이었습니다. 왕자는 아름다운 처녀와 헤어지기가 싫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머물러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왕자는 처녀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내가 백일 후에 여의주를 찾아서 곡 돌아오겠소. 그 때까지만 기다려 주시오." 
왕자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내가 돌아올 때 그 이무기가 복수하러 나타날지도 모르오. 내가 그 놈과 싸워 이기면 배에 흰 깃발을, 죽음을 당하면 붉은 깃발을 달고 올 것이오. 그럼 부디 몸조심 하시오." 
"왕자님, 꼭 돌아오셔야 해요." 
왕자가 떠난 날부터 처녀는 매일 정성스럽게 기도를 올리며 기다렸습니다. 
"옥황상제님, 왕자님이 무사히 여의주를 찾아 돌아오게 해 주십시오. " 
마침내 약속한 백 일째가 되었습니다. 처녀는 곱게 단장하고 산에 올라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흰 깃발을 단 배를 기다렸습니다. 왕자는 무사히 여의주를 찾아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왕자가 마을에 다다를 무렵, 왕자의 말대로 이무기가 나타났습니다. 왕자는 이무기와 죽을힘을 다해 싸워 이무기를 처치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흰 깃발이 이무기가 내뿜은 피로 온통 붉게 물들었습니다. 왕자는 처녀를 만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 올라 미처 그것을 바꿔 달 생각도 못한 채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던 처녀의 눈에 배가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 이제 드디어 왕자님을 만나는구나!' 처녀는 다시 한 번 배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배에 매달려 있는 것은 흰 깃발이 아닌 붉은 깃발이었습니다. 
"아니, 저건 붉은 깃발...! 흐흐흑... 돌아가셨구나.! 그렇다면 나도..." 
처녀는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왕자가 도착해 보니 처녀는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습니다. 왕자는 자신의 부주의로 죽은 처녀를 묻고는 흐느껴 울었습니다. 얼마 후 처녀의 무덤에는 빨간 꽃이 피어나 백 일이 되도록 지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백 일 동안 기다린 처녀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하여 그 꽃을 '백일홍'이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부처 꽃과에 속하는 갈잎 떨기나무인 배롱나무의 한자 이름도 백일홍 또는 나무백일홍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이 전설은 배롱나무에도 적용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서의 백일홍은 국화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풀을 일컫고 있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하늘 | 작성시간 05.08.31 그렇군요 확실히 구분되었습니다...
  • 작성자지니 | 작성시간 05.09.01 아 그래서 백일홍이군요. 빈씨 잘 읽어 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