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花蛇) 일명 유혈목이
■ 화사(花蛇) / 서정주
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을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아리냐
꽃대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던
달변(達辯)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낼룽그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물어 뜯어라,
원통히 무러뜯어,
다라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 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사향(麝香) 방초(芳草)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안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석유(石油) 먹은 듯……
석유(石油)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늘에 꼬여 두를까부다.
꽃대님보단도 아름다운 빛……
크레오파투라의 피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흔 입설이다……
슴여라! 배암,
우리순네는 스물 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운 입설…… 슴여라! 배암.
서정주 시인의 화사라는 시는
시인 자신의 젊은 날 방황하는
생명의 역동을 표현한 작품이 아닌지 ~
우리 피끓는 젊은 청춘시절 !
무언가 가슴속에 치미는 말못할 시대의 고민,
현실과 이상의 갈등속에서
누구나 겪으면서 홀로 몸서리치는 날도 있었으리라.
시인이든 소설가든 누구든 지
끓어 오르는 내면의 혈기, 억누르면 터져버릴 듯한
뜨거운 심장을 부여잡고 문학으로 라도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을까!
서정주 시인의 화사라는 시는 프랑스 낭만주의 보들레르의 악의 꽃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 작품이 쓰인 시기만 해도 우리나라가 근대화의
물결로 인하여 외국문학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유학생들이 늘어나면서 그래도 영어를 지껄이거나
외국작품을 논하는 것들이 어쩌면 좀 남들보다 돋보이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위 작품에서 쓰여진 싯귀들이 요즘에 쓰이는 언어가
아니라서 읽기가 난해한 면이 없지 않다.
외래어도 있고 또 우리 토속적인 방언들과
지금 쓰이지 않는 고어(古語)들이 쓰여서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하고
고민하는 젊은 학생들도 많지 않을까 ~?
사향방초, 석유먹은 듯 꽃대님 등 ~
성경에서 뱀은 악으로 간주된다.
동양사조에 그것도 불교에 가까운 서정주 시인이 초기엔
서양종교를 인용한 것은 젊은 날
어떤 사상으로 부터의 속박됨이 없이
자유로움이 표현된 것이 아닐까?
태초에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먹지 말라는
하느님의 계시를 지키며 사는 순진한
이브를 꼬드겨서 선악과를 먹어 원죄를 짖도록
만든 것이 뱀이라 했다.
그리하여 여자는 뱀과 원수지간이 되었다고 한다.
서양의 클레오파트라의 아름다운 붉은 입술을
피묻은 입술로 표현하여 강렬한 표현속에
꽃뱀의 아름다운 무늬를 도입하였다.
원초적죄로 인하여 용서받지 못하는
슬픈사연을 아름다운 꽃무늬로 치장한 채 살아 가는 것들과
결론에서 이쁜 우리 순네로 끝맺음 하는 이 시는
뒷날 그가 추구하고자 한 동양샤머니즘의 복선이
깔려 있는 게 아닐까 ?
현대에 와서는 퇴폐사조의 영향으로 꽃뱀이 엉뚱하게
뭇남성들을 꼬셔서 돈을 뜯어내는 나쁜 여자로 인용되고 있어서
요즘 학생들이 혼돈을 일으키게 한다.
사실 원래 꽃뱀은 독이 없어서 물려도 큰 탈은 없다.
그렇지만 도회지에서 활보하는 꽃뱀에게
물리면 가산을 탕진하고 인생을 말아먹어 버리는 경우가
있으니 우리모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세상이다. ㅋㅋ
어린 시절 무서웠던 꽃뱀의 추억을
떠올리며 오월 한낮에 ~ 시인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