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받은 선물을 생각해 봅니다.
할머니가 이불 속에 숨겨 놓으셨다 주시던 빨간 홍시,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주신 ,꾸깃꾸깃한 돈이 담긴봉투
이모가 직접 만든 구멍이 숭숭 뚫린 엿과 식혜
아버지와 함께 눈덮힌 문중산을 헤매던 성묘길.
노점상 어머니 가슴에서 느껴지던 과일 향과 포근함
형이 가지고 온 어깨 동무
군에 있을 때 첫사랑이 털실로 짜서 보낸 조끼와
유화로 그린카드,
외로웠을 때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회 수녀님이 주신 김치 한 통
예비신자들이 준 감사패, 넥타이
교리 끝나고 신부님이 주신 금일봉
교구장 주교님의 '성가정 축복장'
딸이 보낸 맛있는 '그물에 걸린 바다'의 회,
아들이 보낸 홀베인 32색 수채화 물감
베네딕도가 준 토마토, 고구마, 옥수수, 눈웃음
토마스 아퀴나스가 만들어주고 떠난 나무 블루투스
스테파노가 만들어준 몸이 불편한 아내를 위한 손잡이
80세 손윗처남 부부와 막내처남 부부가 담가준 김치
수산나 자매님,프란치스카 자매님,로사리아 자매님 마리아 자매님 의 반찬
참 감사합니다.
눈에 안 보이는 기쁨과 감사와 기도도 좋지만
눈에 보이는 선물도 못지 않게 좋아하는 요한입니다.
누가 하느님 나라에 먼저가든
먼저 가신 분들이 나중에 오시는 분 마중 나오실 거지요?
"친구야 반갑다."
삶은 목걸이를 하나 만들어 놓고 여기에 진주를 하나씩 꿰는 과정입니다.
방 한칸에 여러 형제가 자면서 서로 이불을 차지하려고 킬킬거리고
노점상 아버지가 집에 돌아와 나를 꼭 안아주실 때 느끼던 먼지 냄새
어느 여학생을 만나려고 토요일 그녀 집앞 버스 정류장에서 10시간을 기다리던 설레임
뭐 그런 것.
다른 것들은 잠시 그저 이력서에 한 줄 자리를 차지했을 뿐입니다.
밤에 쏟아주는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로움을 맛보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에 조용히 함께 눈물흘리고 토닥이던 순간,
나는 다른 사람의 자기소개서, 자신만의 복음, 투병기록이
가끔 궁금합니다.
부럽기도 합니다. 그 사람만 아는 그 마음 속 그 지평이.
낙원이 있다면 일상에 있습니다.
이제 천천히 가자. 꽃의 세포를 볼 수 있도록,
음표가 보이도록, 자전거 여행 하는 사람처럼.
아들의 편지.... 지켜보는 하느님 (2001년)
아빠 편지 고마워요.제가 모자른 점이 많은데 힘이 된 것 같아요.
벌써 중 3이 되네요.제가 중 3이 되서는 달라질께요.
게임도 줄이고 공부 더 열심히 할께요.
아빠 힘드시조 수술뒤 후유증으로 약해진 아빠의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이젠 제가 더 철이 들어 아버지의 짐 덜어드릴께요.하느님께서 아버지를 살리셨던 것처럼 지금도 아빠를 지켜보고 계실꺼예요.
사랑하는 아빠
언제까지나 건강하시고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말로만 하지는 않을께요. 사랑해요. 생신 선물 로 묵주기도 5단 바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