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본부도정 박하늘 선수의 몽골 원정 레포트 어린만큼 솔직한 표현이 돋보이네요 -(언제 점잖아 질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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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미도원 박하늘입니다. 4박 5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어제 돌아왔습니다. 시합 결과부터 먼저 말씀드리면 1회전에 졌습니다. 그동안 연습을 안한 것도 있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도 있었습니다. (타격-붙잡기-넘기기-키메 하면 내가 이기겠지라는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는 자신감)
컨디션은 왼쪽 관절 세 개(어깨, 무릎, 발목)가 아픈거 빼고는 잠도 푹잔데다 시합장도 멀지 않고 버스로 모셔다주셔서 몸상태가 나쁘다는 핑계는 댈 수가 없네요. (대고 싶지도 않지만여)
시합 전날 몽골 사람들이 심사보는걸 봤는데 그걸 보고 너무 우습게 생각했었네요. 걔들이 못한 거지 제 상대는 진짜 강했습니다. ㅋㅋㅋㅋㅋ 몽골 선수들이 딱히 메치기나 네와자의 숙련도가 높아보이지 않고 그냥 힘캐인거 같았는데... 메치기는 강력했고 네와자는 생각보다 잘하더군요.
아무튼 시작하기 전에 상대가 씩 웃는데 조금 불안했습니다. (물론 이 예감은 적중) 시작하고 나서 얼마 안가 바로 훅이 머리에 꽂히는데.... 아프다기 보단 온몸이 흔들리는 기분? 골이 흔들려서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일단은 붙잡았는데 바로 메쳐졌습니다만 키메는 안당하고 딥하프가드에 갔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제가 탑을 잡긴 했는데.... 그 다음엔 기억이 잘 안나네요. 그냥 겁나 쳐맞았다는것 외엔...
확실히 전체적으로 저보다 강했고 심지어 저는 기세도 부족하니깐 쫄아서 맞지도 않는 단타만 던지다 끝났네요.
저의 1회전 상대가 작년 세계대회 2위 시미즈를 잡는걸 보고 굉장히 놀랬습니다. 그 러시안들을 가지고 놀던 애가 저렇게 어이 없이 당하는걸 보니 진짜 세상이 넓다는걸 새삼 느꼈네요.
그리고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선수들의 약진이 돋보였습니다. 사실 쟤들은 떡밥이라 생각했었는데 이 친구들도 강하더군요. (떡밥은 역시 중동 애들인거 같습니다.)
일본 선수들 중 몇 명은 소년부 시절부터 해온 선수들이 있는데 그들의 움직임을 눈 앞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정말 자연스럽게 공도를 하는 느낌이었는데 흐름을 타고 움직이더라구요. 그냥 즐기면서 하는게 느껴졌습니다. 언제쯤 저렇게 할 수 있을런지 ㅎㅎ
멀리까지 시합 나가서 꼴랑 3분 만에 끝나서 많이 아쉬웠지만... 국제 대회에서 느낄 수 있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스타일을 느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전한귝 대회 이후로 제 스타일을 바꿔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 방향이 잡히지 않았습니다만 이번 시합 덕분에 그 방향을 알 것 같습니다. 공도 라는 종목의 개념을 다시 한 번 파악하게 됐네요.
이렇게 거창하게 뭘 느꼈네 앞으로 이렇게 할거네 어쩌구 했지만 역시 실천이 가장 어려운것 같습니다. ㅋㅋㅋ 말뿐이 아니라 실천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날씨 좀 추워지면...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