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이지스운용 최대주주·모건스탠리 고소…"사기적 부정거래"
(뉴스1)
공정 입찰 방해 및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고소
"'프로그레시브 딜' 진행하지 않은 것 처럼 가장해"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흥국생명이 이지스자산운용 매각과 관련해 최대주주 손화자 씨와 주주대표 김애미 씨, 공동 매각주간사인 모건스탠리 한국 IB부문 김세원 대표 등 5명을 공정 입찰 방해 및 사기적 부정거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흥국생명은 11일 오후 3시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피고소인들을 엄중히 수사해 처벌해 줄 것을 요청했다.
손 씨는 이지스자산운용 발행 주식의 12.4%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고, 김 씨는 손 씨의 딸로 주식 매각에 참여하는 이지스운용 주주들의 위임을 받아 주주대표 지위로 본건 입찰에서 주식 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당사자다. 또 김 대표 등은 매각 주간사 모건스탠리의 임원으로 이번 입찰 진행의 실무를 담당했다.
흥국생명은 "최대주주 손모 씨와 김모 대표 등 피고소인들은 소위 '프로그레시브 딜' 방식으로 입찰 가격을 최대한 높이기로 공모했으면서도 표면적으로는 프로그레시브 딜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는 것처럼 가장했다"고 주장했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11일 본입찰에서 1조 500억원의 최고가를 입찰 가격으로 제시했고,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와 한화생명은 각각 9000억 원대 중반의 입찰 가격을 제시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 측은 흥국생명 입찰 가격을 중국계 사모펀드인 힐하우스 측에 전달하면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주겠다는 취지로 제안했고, 이에 힐하우스는 다시 1조 1000억원의 입찰가격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흥국생명은 "가격 형성 및 경쟁 방법에 있어 지켜져야 할 공정성은 파괴됐으며, 이번 입찰에서 보장받아야 하는 공정한 지위를 박탈당한 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정당한 기회를 상실하게 됐다"며 "이는 명백히 위계 또는 기타 방법으로 이번 입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입찰 방해 행위에 해당하고, 아울러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침해한 행위로서 금융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라고 했다.
jcppark@news1.kr
[단독] 국민연금, ‘투자기밀 제공’ 이지스운용 자산 이관 검토
(한국경제)
삼성SRA·KB 등 거래사에 수용력 등 문의
운용업계 '이지스 물량 나누기' 돌입에 촉각
국민연금이 국내 1위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에 맡긴 투자금 전액을 다른 운용사로 이관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국민연금 위탁자산 관련 내부 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정황이 드러난 데 따른 조치다.
국민연금이 사실상 이지스운용과의 '관계 단절'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면서 경영권 매각은 물론 국내 부동산 운용업계 전반에 적잖은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날 오전 삼성SRA자산운용을 비롯해 거래 관계가 있는 부동산 운용사 일곱 곳에 자산 이관 방침을 공지했다. 코람코자산신탁, 캡스톤자산운용, KB자산운용, 퍼시픽자산운용, 페블스톤자산운용 등이다.
국민연금 내부 규정상 신규 운용사 선정 없이 기존 거래 운용사에만 자산을 이전할 수 있어 현재 위탁 운용 계약을 맺은 일곱 곳의 운용사가 이관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운용사별 자산 수용 능력과 기존 위탁 포트폴리오와의 조합 가능성 등을 문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내부적으로 이관 시나리오를 짜둔 상태에서 실행 단계로 넘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전날 열린 정기 투자위원회에서 이지스운용에 내준 투자금을 전액 회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사실상 회수 방향을 확정한 뒤 곧바로 이관 준비에 돌입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연초부터 이지스운용의 정보 관리와 관련한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고, 더는 사안을 방치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기금운용본부 내부에서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정적 계기는 이지스운용의 ‘투자 정보 유출’ 논란이다. 이지스운용은 역삼 센터필드빌딩, 마곡 원그로브 개발사업 등 핵심 자산을 담은 일부 펀드에 대해 국민연금의 사전 동의 없이 운용 현황과 평가액 등을 잠재 원매자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원매자에게는 “국민연금에서 수취할 성과보수가 10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내부 수익 전망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한 정황도 드러났다. 국민연금은 이를 단순 계약 위반을 넘어 ‘국가기밀 유출에 준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민·형사상 법적 대응에도 나설 방침이다.
여기에 핵심 LP(출자자) 의사와 무관하게 경영권 매각이 추진됐다는 불만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싱가포르계 사모펀드(PEF)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의 인수전 참여 사실 역시 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한의 교감조차 없는 상태에서 외국계 자본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택한 데 대해 내부 반발이 컸다는 설명이다.
이지스운용은 누적 운용자산(AUM) 약 65조원을 굴리는 국내 최대 부동산 전문 운용사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이 회사의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26조2000억원, 이 중 14조3000억원이 국내 자산이다. 국민연금이 이지스운용에 출자한 금액은 약 2조원 수준으로, 시장 평가액 기준 7조~8조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지스운용이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구축해 온 위상 상당 부분이 국민연금 자금에 기반해온 만큼 이번 회수 결정은 사실상 이지스운용의 시장 내 입지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결정으로 평가된다.
국민연금의 초강수는 이지스운용 경영권 매각 작업에도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이지스운용은 최근 본입찰을 거쳐 약 1조1000억원의 최고가를 제안한 힐하우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자산 기반인 국민연금 투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운용자산 축소에 따른 기업가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운용업계 전반의 지형 변화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연금 투자 철회 방침에 따라 이지스운용이 보유한 자산이 다른 운용사들에 재분배되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하우스들 간 ‘이지스 물량 나누기’ 구도가 형성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한 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 자금 운용사로서 자산 이관에 협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앞단에서 이뤄지는 부분에 대해선 조심스럽고,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