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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프로그램

[3월 이어달리기 풍경들] 제주4·3생존희생자 그림기록 展 "어쩌면 잊혀졌을 풍경“

작성자달리도서관|작성시간19.04.04|조회수150 목록 댓글 0







 

3월 이어달리기는 세 명(오현림, 박소연, 박진희)의 작가를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작가들은 곧 진행될 또다른 전시일정을 앞두고 있어 바쁜 와중에도 귀한 시간을 내주었습니다.


작가들과 어르신들이 몇 개월 동안 함께 울고 웃으며 채록한 그림들과 그속에 담긴 가슴 뭉클한 사연들...

어르신들은 그동안 가슴속에 꽁꽁 묻어둔 응어리진 이야기들을 어렵게 하나씩 하나씩 풀어놓았다고 합니다.

잊을 수 있다면 잊고 싶은 고통스런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아플지 공감이 됩니다.

게다가 수십년 동안 알게 모르게 연좌제를 당해야만 했다고 하니...

세상이 원망스럽고, 인간이 무섭고, 어떤 말도 툭 터놓고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통곡조차 숨죽였을 그 세월들...


그럼에도 함께 하는 시간이 쌓여가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작가가 방문할 때마다 손수 농사지은 농작물을 손에 쥐어주었다고 합니다.

기억을 되살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통해 어르신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데 도움을 드리고자 했는데 오히려 작가들이 더 힘을 얻고 힐링을 하는 작업이었다고 합니다.

어찌어찌 겨우 목숨만 살아남아 사는 게 고통이기도 했지만,

운좋게 살 수 있어서 감사하기도 하다는 어르신...

아무 죄도 없이 부모, 형제 자매를 총칼에, 죽창에 보내야만 했던 그 어린 아이가 이제는 팔십을 훌쩍 넘은 어르신이 되어서 어린시절을 기억하며 가족을 그리워하고 몸서리치며 그려낸 그림들을 전시하며 손주들에게 자랑할 거리가 생겼다며 기뻐했다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들...

8살에 토벌대에 쫓겨 도망가다 부상을 입고 구타로 인해 평생을 불편한 몸으로 사셨던 어르신은 몇 십년이 지난 지금도 8살 때 얘기를 하면 눈물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집에서 그림 그릴 때가 제일 좋다고...

마당에 유기견들과 길고양이들을 키우며 사는 어르신은 색채가 참 고운 그림을 그립니다.

어르신은 4.3에 부모를 잃고 얼굴에 죽창에 찔린 상처를 안고 평생을 살았다고 합니다.

올해로 91세가 되시는 양성보 어르신은 기억력도 또렷하신 편이고 그림실력이나 표현력도 풍부해 놀랍습니다.

그 분은 남은 생애동안 자서전을 쓰고 싶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죄스러운 마음을 더해 간절히 기도합니다.

어서 털고 일어나시길...  


4.3사건에 팔만명이 희생당한 사건으로서가 아니라 희생당한 한사람 한사람의 슬프고 아픈 사건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는 작가의 말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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