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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리뷰]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엄기호 지음

작성자민욱아빠|작성시간14.07.21|조회수30 목록 댓글 0


  난 이제 마흔을 바라보고 있다.  사십이라는 숫자를 의식하며 둘러 본 세상은 역시 숫자를 통하여 거칠게 경계지어지고 있었다.  위로는 오십과 육십이라는 숫자를 짊어진 세대와 아래로는 이십이라는 숫자를 쥐어든 세대.  세대를 구분하는 이 거친 경계를 의식해보면, 또다시 막연하지만 흐리게 존재하는 어떤 벽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소통의 부재라기 보다는 왠지 소통하기가 조금 어려워지는 그런 벽 말이다.  위로는 자신의 경험과 사고 안에서만 판단하려는 주름진 어른들과, 아래로는 내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세상과는 조금 동떨어진 세상을 생각하는 것 같거나 때로는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듯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이 보인다.  확연히 구분지어지지 않으면서도 물과 기름같이 잘 섞이려 들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의 모임같다.

  이질감은 내 느낌 속에 확실히 존재한다.  그것은 내가 세상을 고민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끊임없이 생각할 때, 위로는 자신의 가진 것과 굳어진 사고로 이대로 안주하고자 버티는 것 같고, 아래로는 점점 힘들어지는 세상에 대해 고민이나 생각없이 어떻게든 먹고 살 길만 찾아 헤매는 것 같다.  '나만 아니면 돼', '우선 나부터 챙기고 보자' 는 어떤 이기심도 보인다.  그러다보니,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젊은 친구들이 반갑고 고맙기까지 하다.  얼마전 모임에서 만난 젊은 친구의 거칠고 날 선 말과 행동들이 사뭇 부담스럽기는 했어도,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하고 있는 모습에 흐뭇함을 느꼈던 기억이 떠오른다. 

  생각해보면 나의 그런 생각들은 상당히 이기적이다.  그런 생각과 판단의 전제는 '나의 생각과 고민은 세상에 정말 필요한 것이고, 그것이 옳다'에 있기 때문이다.  과연 나의 이런 생각과 고민이 옳은가?  답을 낼 수 없다는 게 맞는 답일 것이다.  마흔의 나이에 생각을 끊임없이 유연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하자는 다짐은 은연 중 소홀했음도 증명되는 순간이다.  나는 내 시야 안에 보이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나의 판단 안으로 싸잡아 몰아넣어버린 것이다.  꼰대이기를 거부하면서도 꼰대가 되어버린 나는 여전히 나를 돌아봄에 있어 부족한 존재였다.  동시에 세대의 거친 구분은 사실 구분할 수 없는 연속성을 지닌다는 사실도 망각하게 만든다.  세상은 한 세대가 누리고 다음 세대가 다시 그들만의 생각으로 색다르게 누릴 수 있는 그런 시간적 구간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세대는 세대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세대의 현상은 앞세대가 만들어놓은 세상의 필연이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앞세대의 완고함과 아래세대의 답답함을 바라보며 비판만 할 줄 알았지, 자신을 되돌아보고 조용히 생각하거나 상대를 이해하는데 꽤 인색했다.  특히 20대를 바라볼 때, 우리는 세상의 변화 속에서 반응하는 그들만을 바라보았지, 세상의 그런 변화에 일조한 우리를 돌아보는 데에는 얼마나 어색했던가...


  '88만원 세대'를 통한 우석훈의 충고가 더 이상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고 귀찮기만 한 꼰대의 잔소리로 전락한 세상이 된 것은 분명하다.  7-8년의 시간차 속에서 충고가 잔소리로 전락한 것은 세상의 급격한 변화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런 변화를 방치한 윗세대들의 태만때문일 수도 있다.  하나의 인간이 스펙을 쌓은 사물로 간주되고, 사랑이나 자유 등등의 당연한 가치들이 이제는 계산하에 가능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가치들로 전락했으며, 민주주의와 공공의 삶이란 자신의 절박함을 해결해 줄 수 없는 허공의 테제가 되어버린 이십대들에게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만들어 물려준 것일까?  분명한 설명이나 답은 없다.  다만 세대의 연속성 상에 존재하며, 윗세대에 위치하면서 이십대의 답답함만 비판할 줄 알았던 우리에게 우리 자신들부터 돌아보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을 이 책은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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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칼을 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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