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어에 쓰이는 비유의 표현>
손쉽게 신문 한 장을 펴들어도 수많은 비유적 표현을 보게 된다.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에도 화해의 움이 트기 시작했다", "정당의 수뇌들 전국의 표밭을 누비다"와 같은 기사에서 '움이 트기 시작하다'라는 표현, '수뇌들', '표밭', '누비다' 같은 어구들은 잘 생각해보면 그것이 아주 자연스럽게 쓰이는 비유임을 알게 된다.
우리 일상용어에는 비유로써 표현되는 말이 얼마든지 있다. [쟁반 같은 보름달],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 같은 비유는 옛날부터 써내려오고 있는 비유적 표현이고, [빙산의 일각], [천정부지의 물가], [고속도로의 병목 현상] 같은 말들은 아주 근자에 와서 쓰이는 비유적 표현이다.
비유는 두 가지 사물이나 체험이 연결되고 거기에 유사성이 내재한다는 조건에서 성립된다. 일상 쓰이는 비유는 일상적인 비근한 사물이나 체험끼리가 관련되지만, 시에서와 같이 감정이 세련된 사람,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이 쓰는 비유는 아주 동떨어진 것끼리가 결합되어 듣는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비유법을 설명하는데 있어 직유(simile)와 은유(metaphore)로, 구분하여 "~와 같이, ~처럼(as, like)"이란 말을 써서 비유의 주체와 객체가 관련지어진다면 그것은 직유이고, 그 양자가 동일화되면 은유라고 한다. 그러나 그 구분은 사실상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쟁반 같은 보름달"이라는 표현은 '쟁반'과 '보름달'의 두 가지 사물이 외견상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연결된 직유이다. "하해 같은 은혜"라고 하면 '은혜'아 '하해'의 외견상 유사성이 아니라 은혜라는 말의 질적인 의미가 바다의 양적인 면과 연결되어 추상적인 의미를 구체적 이미지로 파악할 수 있도록 표현된 직유이다. 이런 직유를 은유로 바꾸어 "보름달이 쟁반이다", "은혜는 바다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화해의 움이 튼다"라는 은유를 "움이 트듯이 화해의 징조가 보인다"라고 직유로 바꾸어 말할 수 있고, "그는 생활이 신선놀음 같다"라는 직유를 "그의 생활은 신선놀음이다"라고 은유로 바꾸어 말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비유를 은유니 직유니 하고 구별하여 직유는 단순히 두 가지 사물의 유사성을 강조하고, 은유는 비유의 관계가 내포되어 있어 의미가 훨씬 심원하다는 식의 구분은 단순한 생각이다. 직유와 은유는 때로 혼동되어 구분이 불가능한 것이니까, 그런 구분보다는 비유 자체가 우리의 언어 기법에서 어떤 기능을 갖는가를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비유의 기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유를 통하여 두 가지 동떨어진 사물 혹은 경험이 연결되어 추상적이고 막연한 의미가 구체적인 체험으로 바뀌기도 하고 새로운 의미가 창출되기도 하는 점이다. "인생은 일장춘몽이다"라는 표현은 일상 쓰이는 말이지만 비유적 표현이다. "인생"이라는 개념을 봄날 잠이든 사이에 스쳐간 꿈과 합일시킴으로써, 인생이라고 하는 개념적이고 막연한 생각이 구체적인 일상체험으로 바뀌어 인생은 순간적이고 허망하다는 새로운 의미를 체험하게 한다. "유수 같은 세월", "초개 같은 목숨"등의 비유도 같은 기능을 갖는다.
비유는 또한 두 가지 사물을 대비함으로써 과장하거나 은근히 야유하거나 희화화하는 구실도 하여 대화의 묘미를 더한다. "한끼 굶으니 해골이 다됐다"라는 표현은 일종의 은유인 바 여기에는 과장적인 뜻이 드러나 있고, "샛별 같은 눈동자", "우뢰 같은 박수 소리", "구슬땀을 흘린다" 등의 비유는 과장조이지만 미화의 효과를 드러낸다. 반면 "얼굴에 철판을 깔고", "변덕이 죽 끓듯 한다", "뱁새눈에 하마 같은 입을 하고"와 같은 비유적 표현들은 야유조이거나 희롱조이다. 이런 예를 들자면 한이 업다. 우리가 쓰는 일상어, 특히 다소라도 감수성이 발달한 사람이 쓰는 말을 잘 귀담아 들어보면 비유적 표현이 풍부한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런 표현은 직감적인 호소력이 있어서 이해가 쉽고, 대화에서 권태를 느끼지 않게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비유는 결코 시에만 쓰이는 특수한 수사법이 아니고 우리의 언어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 일종의 언술의 기법이다. 시는 일상 쓰는 말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특수한 언술이기 때문에, 시에 쓰이는 비유도 우리의 일상어에서 쓰는 비유적 표현과 똑같은 원리로 생각해야 한다. 다만 시는 아주 세련되고 심화된 언어 표현의 일종이라고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