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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지게, 고무신: 영어가 한국어처럼 되었고, 한국어가 영어처럼 되었다. 3/4

작성자달스탄|작성시간26.06.11|조회수22 목록 댓글 1

 

한국어의 영어화와 미군의 은어

 

6.25 전쟁 직후, 미군(GI)들은 낯선 한국 땅에서 생존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들의 문화적 기준에서 한국인들의 일상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은어(slang)를 만들어냈다. 당시 미군들이 목격한 한국의 독특한 풍습이나 상황에 대해 붙였던 흥미로운 표현들을 살펴보자. 그런데 ‘A-frame’이나‘"iriwa shoes처럼 널리 기록으로 남은 표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미군 병사들이 사용한 은어나 별명은 대부분 부대 내에서 구전되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전쟁과 전후 주둔 시기의 미군 회고록, 참전수기, 군사 잡지 등에 나타나는 흥미로운 사례들을 정리해 보자.

 

1. 음식문화와 관련된 표현이다. 김치(Kimchi)는 전쟁 전에는 미국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금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한국음식의 대표이자 글로벌 통용어이다. 6.25 당시 미군들에게 한국의 식사는 신기하면서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기에 그들의 방식대로 아래와 같은 이름을 붙였었다.

 

* Kimchi-Cabbage(김치 캐비지)는 단순히 배추를 의미하기도 했지만, 미군들은 한국의 모든 매운 채소 반찬을 뭉뚱그려 이렇게 불렀다. 생소하지만 대표적인 한국음식이므로 먹기에는 사람마다 느낌이 달라서 초기에는 이름도 다양했다. Korean Sauerkraut(독일식 절임찌), Red Cabbage(열 받은 캐비지), Atomic Cabbage(핵 캐비지), Fighting Cabbage(성난 캐비지) 등이 있는데 이중에서 Atomic Cabbage는 냄새가 강하다고 농담 삼아 부른 이름이다.

* Garlic Breath(마늘 냄새)는 한국인들이 마늘을 즐겨 먹는 것을 보고 미군들이 부르던 한국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별명이었다. 한국인들을 만날 때면 마늘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그들 나름의 관찰로 표현한 것이다.

* Mixing Food(섞음밥)은 비빔밥이나, 국에 밥을 말아 먹는 문화를 보며 미군들은 이를 Everything in one bowl(몽땅 한그릇), 혹은 Mixing Food(섞음밥)라고 불렀다. 당시 미군들은 각 재료를 따로 먹는 식습관을 가졌기에, 모든 재료를 섞어버리는 방식이 매우 낯설고 신기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 ‘국밥은 국에 밥을 말아먹는 문화인데 미국인들에게는 매우 낯선 식사법이었다. 미군들은 Rice soup(쌀 스프), Flooded rice(물말은 밥), Drowned rice(물에 빠진 밥), Swamp rice(물에 담은 밥) 같은 표현을 쓰곤 했다. 특히 Drowned rice라는 표현이 회고록에 종종 나온다. 당시 미국에서는 밥과 국을 섞어 먹는 문화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더 웃기는 것은 한국사람들은 지나칠 정도로 개끗함을 강조한다고 생각했던 같다. 쌀을 여러번 씻어서 뜨거운 불로 밥을 짓고, 그 밥을 또 한번 깨끗한 물에 씼어서(말아서) 먹는 것처럼 보였으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 젓가락 (Chopstick)  사용도 신기하게 보였을 것이다. 당시 미국인들은 대부분 포크, 나이프 문화였다. 한국인의 젓가락질을 보며 Chopstick Wizard(젓가락 도사), Finger Chopsticks(손가락 젓가락), Metal Chopsticks Experts(쇠젓가락 달인) 등으로 표현했다. 특히 은 숫가락이나 스텐 젓가락은 일본이나 중국과 다른 젓가락 문화와 달라서 더욱 신기하게 여겼다.

 

2. 미군이 한국 물건에 붙인 별명들 중에서 흥미로운 것도 많이 있다. 당시 미군들이 사용한 이러한 단어들은 '문화적 거리감을 줄이기 위한 그들 만의 번역'이었던 것도 있다.

 

* 지게는 주로 A-frame(A자 물건)이라고 했는데 이 밖에도 Korean Backpack(한국식 바랑), Human Mule(인간노새, 지게군), Walking Crane(만능 기중기) 등의 표현이 있다. 특히 Human Mule(인간노새)은 짐을 엄청나게 싣고 산길을 오르는 모습을 보고 붙인 별명이다. 지게를 A-frame이라 부른 것은 그 모양이 알파벳 글자 A를 닮았기 때문에 미군들이 가장 빨리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꾼 것이다.

* 고무신을 Iriwa Shoes(손가락 신발)라 부른 것은 매우 재미있는 표현이다. 한국인들이 이리 와’, ‘이리 오라라고 손을 까부를 때에는 손등이 위로 가고, 손바닥이 아래로 가게 펴서 손가락을 모두 오므렸다 폈다한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손바닥을 위로하고 손가락만, 특히 검지 손가락만 오므렸다 폈다하는데 그러한 동작은 미국인들이 이리와’, ‘이리 오라는 동작이다. 그런데 여자 고무신의 코가 마치 미군들이 이리 오라는 동작 같아서 여자 고무신을 이리와 슈즈(Iriwa Shoes)라고 불렀고 그것이 한국의 고무신을 대표하는 GI식 바디 랭기지(body language)가 되었다.

 

이러한 표현들은 단순히 문화와 풍속을 비하하는 의미라기보다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낯선 타국인과 공존해야 했던 미군들의 적응 방식이었다. 당시 미군들이 아마 자기들끼리 모여 있을 때는 한국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하며 자신들만의 단어를 만들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서로가 신기하게 보면서 지었던 이름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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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박노원 | 작성시간 26.06.12 글을 읽다 보니 미군 회고록 속에 비친 당시 우리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하면서도 참 흥미롭습니다. 교수님의 날카로운 통찰력 덕분에 글이 더 생생하게 와닿네요.

    처음에 지게에 짐을 가득 싣고 가는 지게꾼들을 보았을 때 그들이 얼마나 놀라웠으면 '인간 노새(Human Mule)'니 'A-frame'이니 불렀을까 싶습니다. 밥을 물에 말아 먹는 걸 '물에 빠진 밥'이라고 한 표현은 참 웃음이 나면서도 당시의 문화 차이가 확 느껴지네요. 미군들이 질색하던 마늘 냄새가 김치 때문이라는 것도 다 낌새를 챘을 것 같습니다.

    매번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글입니다. 혹시 다음 편에는 기회가 된다면 미군 기지 주변의 애환이 서린 '양공주'에 대한 이야기도 한번 써주실 수 있을까요? 다음 글도 큰 기대 안고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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