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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원 박사

우유니, 하늘과 땅이 마주하는 곳

작성자달스탄|작성시간26.06.21|조회수33 목록 댓글 1
 인류의 진화 맨앞이 필자 우유니 소금사막 큰거울

유유나 사막 여행기

 

1. 나 홀로 떠난 비행, 그리고 새로운 인연의 시작

볼리비아의 행정 수도이자 고산 지대의 숨 가쁜 활기가 가득한 라파즈. 그곳에서 한국국제보건 의료재단( KOFIH)후원으로 가천의대에서 시행하는 한달 동안의 의료인 교육봉사 활동을을 하는 중 이었다. 하지만 낯선 고산(해발1450m) 증세와 뜨거운 열정 속에서 몸과 마음에 조금씩 피로가 쌓여갈 무렵, 나는 주말을 이용해 짧지만 강렬한 탈출을 감행하기로 했다. 목적지는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이라 불리는 우유니 소금사막(Salar de Uyuni). 1박 2일이라는 짧은 일정이었기에 시간을 아끼고자 과감히 우유니행 왕복 비행기 표를 끊었다.

 

가이드도, 일행도 없는 온전한 나 홀로 여정이었기에 탑승구를 나서는 발걸음엔 묘한 긴장감과 설렘이 교차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우유니 공항에 도착해 찾은 현지 여행사는 나처럼 혼자 온 여행자들과 각국에서 모여든 이들을 하나의 팀으로 끈끈하게 묶어주었다.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서도 '우유니'라는 경이로운 목적지를 공유한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금세 오랜 친구처럼 가까워졌고, 든든한 동행이 되어 지프차에 몸을 실었다.

 

2. 하얀 바다 위에 떠 있는 섬과 100년의 세월을 품은 선인장

지프차가 우유니 시내를 벗어나 얼마간 달리자, 창밖의 풍경이 순식간에 온통 눈이 시리도록 새하얀 세상으로 뒤바뀌었다. 그것은 모래 사막이 아니라, 끝을 알 수 없이 펼쳐진 거대한 소금의 바다였다. 문득 가이드가 발밑을 가리키며 이곳 소금층의 두께가 수십 미터에서 수백 미터에 달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수만 년의 세월 동안 호수가 증발하며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그 엄청난 두께의 소금층 위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자연의 압도적인 스케일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짚차로 그 하얀 소금 바다를 가르고 한참을 달리다 보니, 거짓말처럼 사막 한가운데 툭 튀어나온 거대한 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물고기 섬(Isla del Pescado)'이었다. 사방이 하얀 소금으로 둘러싸여 정말 바다 위의 섬처럼 보이는 그곳에 내리자, 내 키의 몇 배는 훌쩍 넘는 거대한 선인장들이 섬 전체를 빽빽하게 채우고 있었다. 매서운 가시를 단 채 메마른 바람을 견뎌온 선인장들은 대부분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자리를 지켜왔다고 했다. 인간의 수명을 비웃기라도 하듯 척박한 소금 땅에서 묵묵히 자라난 세월의 흔적 앞에서, 나는 자연에 대한 깊은 경외감을 느끼며 섬 정상에서 하얀 지평선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3. 만국기 속 펄럭이던 태극기의 감동과 유쾌한 사진들

다시 지프차를 타고 달린 사막 한가운데에는 전 세계 여행자들이 저마다의 추억을 남겨둔 소금 호텔과 만국기 광장이 있었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수십 개국의 국기들이 하늘 높이 펄럭이고 있었는데, 그 수많은 깃발 사이에서 선명하게 빛나는 태극기를 발견한 순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울컥하는 감정이 솟구쳤다. 라파즈에서 외롭게 봉사활동을 하며 한국과 가족을 그리워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위로받는 듯했다. 타국 땅, 그것도 지구 반대편 소금사막 한가운데에서 마주한 태극기는 어찌나 반갑고 자랑스럽던지, 한참 동안 그 아래 서서 펄럭이는 모습을 눈에 담았다.

 

오후가 되자 우유니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사진 촬영 시간이 시작되었다. 지평선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완벽한 공간이었기에 원근법을 이용한 착시 사진을 찍기에 완벽했다. 가이드의 유쾌한 지휘 아래, 우리는 공룡 인형에게 밟히는 시늉을 하거나 인류의 진화 모습,작은 프링글스 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하며 배를 잡고 웃었다. 혼자였다면 절대 만들지 못했을 유쾌한 기억들이 동행들의 카메라 속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4.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울, 그리고 다시 라파즈의 교실로

오후 늦게 가이드가 우리를 안내한 곳은 잔잔하게 물이 고여 있는 구역이었다. 차에서 내린 순간, 나는 한동안 숨을 쉴 수 없었다. 발밑으로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맑은 거울처럼 그대로 투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하늘 위에 서 있는 것인지, 대지가 하늘을 품은 것인지 경계조차 모호한 완벽한 거울 효과의 세계. 물고인 소금 바다 위에 서서 동행들과 손을 잡고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반영 사진을 남기는 동안, 나는 비현실적인 공간이 주는 황홀경에 완벽히 매료되었다.

 

해가 지며 온 우주가 보랏빛과 황금빛 노을로 물들고, 밤이 되어 발밑으로 수많은 별들과 은하수가 쏟아져 내릴 때까지 우유니는 내게 지우지 못할 기적을 선물해 주었다.

짧은 꿈같았던 1박 2일의 여정을 마치고 다시 라파즈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홀로 떠났던 길은 어느새 전 세계에서 온 친구들과의 우정과, 태극기가 주었던 애국심, 그리고 대자연이 선물한 거대한 위로로 가득 차 있었다. 몸은 비록 피곤했지만, 내 마음의 서랍 속에는 평생 꺼내어 볼 눈부신 하얀 거울 조각이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 벅찬 에너지는 다시금 라파즈의 교실로 돌아가 내가 지도하는 볼리비아의 의료인 들에게 더 큰 사랑과 열정을 쏟아낼 수 있게 하는 단단한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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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박노원 | 작성시간 26.06.21 우유니 사막 여행기는 2부에 계속 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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