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발심수행(止觀)

[아찬 수메도 스님] 15. 태국 ‘숲속 수행 전통’ 서양에 확립

작성자혜명|작성시간12.08.31|조회수104 목록 댓글 0

[세계의 수행자들] <15> 아찬 수메도

태국 ‘숲속 수행 전통’ 서양에 확립



8년 전에 태국 동북부의 우본 라차타니를 방문해 1975년 아찬 차 스님이 아찬 수메도를 위시로 한 서양의 제자들을 위해 설립한 왓 파 나나차에서 필자는 하루 밤을 머문 적이 있었다. 넓은 숲 속에 전기도 없는 쿠티(스님들이 거처하는 작은 오두막)에서 밤을 지내고, 아침 예불과 아침 공양에 참석하는 등, 숲 속 수행의 전통을 따르는 왓 파 나나차의 스님들의 생활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 태국의 사원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움과 생활 속에서 이어지는 수행의 전통을 잠시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이곳 왓 파 나나차는 이번에 소개하는 아찬 수메도 스님을 초대 주지로 하여 서양인들이 영어로 태국불교 전통을 배울 수 있도록 설립된 곳이다.


태국에서 10년간 수행


올해로 세수 70세가 되는 아찬 수메도 스님의 본명은 로버트 잭맨(Robert Jackman)이다. 1934년에 미국 워싱턴주의 시애틀 태생으로 1951년에서 53년까지 워싱턴 대학에서 중국어와 역사를 공부하다가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부터 해군 의무병으로 일본에서 4년 동안 군 복무를 하였다. 이 때, 스즈키 다이세츠의 선불교를 알게 되었다.

 

불교를 만나기 전에 한 때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로버트 잭맨은 기독교의 믿음과 무조건적인 수용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으며, 기독교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였다고 회고하고 있다. 하지만 불교는 단순히 신앙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의심에서 벗어나는 길을 제시해 주었고, 자신의 체험을 통해서 진리를 찾아가는 실제적인 가르침이었기 때문에 불교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Ajahn Sumedho Interviewed’ 1981, Interview by Roger Wheeler)


군복무를 마친 후, 1959년 워싱턴 대학에 복학하여 극동아시아에 대한 연구로 학사과정을 졸업한 후,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분교에서 1961년부터 63년까지 남아시아 연구로 석사과정을 졸업한다. 그 후, 1964년에서 66년까지 보르네오섬에서 평화봉사단으로 영어를 가르쳤으며, 1966년에 태국의 방콕으로 가서 1년간 재가자로서 불교를 배우면서 영어를 가르쳤다.


1967년 5월에 출가하여 농 카이에서 비구계를 받았으며, 영어를 할 줄 아는 아찬 차 스님의 태국인 제자를 만나, 왓 농 파 퐁에서 제자들을 지도하고 있는 아찬 차 스님을 소개받는다. 그 후 1977년까지 10년간 아찬 차 스님의 지도를 받으며, 서양인 최초의 제자가 된다. 1975년, 아찬 차 스님은 늘어나는 서양인 제자들을 위해서 왓 농 파 퐁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에서 잠시 언급한 왓 파 나나차를 설립하고 아찬 수메도 스님을 초대 주지로 임명하였다. 이듬해인 1976년 미국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도중에 잠시 영국에 들리게 되었고, 런던 근교의 햄프스테드(Hampstead)에 있는 작은 절에 머물렀다.

 

1977년, 1956년에 영국불교 발전을 위해 설립된 영국 승가 후원 재단(The English Sangha Trust)의 초청으로 스승인 아찬 차 스님을 모시고 두 번 째 영국을 방문하게 되었을 때, 스승의 권유에 의해서 자신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본격적으로 영국에서 수행과 포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1979년, 영국 남부의 웨스트 서섹스(West Sussex)에 위치한 유서 깊은 햄머우드(Hammerwood)의 숲 (한 독지가에 의해 기증된 108에이커, 약 13만2천평의 숲)에 찌따위웨까(Cittaviveka) 사원을 건립하여 최초의 원장이 되었다. 이 사원은 태국의 숲 속 수행의 전통이 서양에 뿌리내리는 발판이 되었다.


1983년, 늘어나는 승가 인원 때문에찌따위웨까 사원이 한계에 이르자, 영국 승가 후원 재단은 런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헤멜 햄프스테드(Hemel Hempstead)의 옛 학교부지를 구입해서 1984년 8월에 두 번째 사원인 아마라와띠(Amaravati)를 설립하고 아찬 수메도 스님을 초대 원장으로 모신다. 이 두 사원은 영국 승가 후원 재단의 경제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청정한 상좌불교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이후, 영국을 위시로 해서 서양에 전해진 태국 숲 속 승가 전통(http://www. forestsan gha.org/)은 영국의 몇 곳과 이태리, 스위스,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 분원을 두게 되었으며, 아찬 수메도 스님은 이러한 분원의 지도자로서 서양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남방의 전통적인 불교 승가를 이끌어온 선구자가 되었다.


76년부터 영국에서 수행지도


사실 아찬 수메도 스님은 출가해서 특별한 스승을 찾을 마음이 없었다고 한다. 1967년에 아찬 수메도 스님이 처음 아찬 차 스님을 만났을 때, 현명한 분이라는 확신은 있었고, 좋아하게 되었지만, 특별히 헌신적으로 따라야겠다는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적지 않았던 왓 농 파 퐁에서 아찬 차 스님과 함께 10년 가까이 지냈다.

 

아찬 차 스님의 지도 방식은 승가의 계율을 지키면서 자연스럽게 생활하는 가운데 수행하는 것이었다. 아찬 차 스님은 수행처인 사원을 건립하고 사람들이 출가하여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즉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었다. 특별하게 강조하는 수행법도 없었다. 단지 각자가 경험하는 생활에서 항상 깨어서 마음챙기고 알아차리면서 조건들의 무상함을 관찰할 것을 강조하였다.


아찬 수메도 스님은 아찬 차 스님을 만나기 전에 방콕에서 스스로 수행을 하면서 나름대로 수행법을 이해하게 되었고, 아찬 차 스님을 만난 후에도 그 방법대로 수행하라고 권유받았다고 한다.


마음관찰-지계 강조


승려가 지켜야 할 계율에는 엄격했지만 수행법에 대해서는 그 동안 익혀온 방식대로 계속하라고 북돋아 주었다. 이러한 수행 가풍은 아찬 수메도 스님이 1981년에 미국의 메사츄세츠의 ‘Insight Meditation Society’에서 처음으로 8박 9일 동안 집중수행을 지도할 때 그대로 나타난다. 아침 예불 시간의 간단한 염불과 하루 2시간의 법문, 그리고 법에 대한 질문을 하는 시간 외에는 자유로운 생활 속에서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관찰하는 수행을 하도록 지도하였고, 25명의 초보 수행자들은 아찬 수메도 스님의 이러한 자연스런 수행 가풍에 점차 적응해 갔다.

 

 

수행법 집착말고 계율부터 지켜라

 

 

스승인 아찬 차 스님의 가르침이 단순하듯이 아찬 수메도의 가르침도 단순하다. 아찬 수메도 스님이 강조하는 것은 계율을 지키는 일과 사성제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일과 마음챙김 수행(satipatthana)으로 요약할 수 있다.


태국 불교의 전통을 통해서 계율에 입각한 남방 상좌불교의 실천체계를 서양에 뿌리내린 아찬 수메도의 계율관을 살펴본다. 여기에 소개하는 아찬 수메도의 가르침은

‘Ajahn Sumedho Interviewed’

 (1981, Interview by Roger Wheeler, 

http://www.geocities.com/Athens/Academy/9280/asint1.htm)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다.


악기 조율하듯 수행


먼저 아찬 수메도는 계율을 지키는 것을 음악을 연습하는 일에 비유해서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피아노를 배울 때, 어떤 곡의 변주곡을 연주하는 법을 처음에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먼저 테마를 배워야만 한다. 악기를 다루는 기법을 먼저 배우고 난 후에 음을 조정하게 된다. 그리고는 몇 시간 동안이라도 익숙해 질 때까지 반복해서 연습을 해야 한다. 그래야 표준적인 테마를 연주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연습을 하면 결국에는 연주 기법이 향상되어어 더 이상 남을 따라하거나 흉내 낼 필요가 없어진다. 자연스럽게 연주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때가 되면 테마곡을 자유롭게 변형시켜 연주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연주는 듣는 사람들을 기쁘게 해준다.

 

하지만 테마곡을 제대로 연주할 줄도 모르면서 변주곡을 연주하면, 그 음악은 듣는 사람들 모두에게 별로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승려가 계율을 지키는 것이 바로 피아노 연습과 같은 점이다. 처음 몇 년 동안은 지루하다. 자신이 연주하는 곡을 수 없이 반복해서 들어야 한다.

 

모든 일은 정해진 방식에 따라서 해야만 한다. 조금은 귀찮기도 하고, 큰일에 들어맞지 않는 듯이 보이기도 하지만, 일단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배우기만하면, “이 키보드를 눌려야 하나, 아니면 저 키보드를 눌러야 하나?”라고 망설이면서 생각할 필요가 없어진다. 자동적으로 눌러야 하는 키보드를 누르게 되는 것이다. 특정한 악기를 다루는 기법을 익히게 되면, 그 때부터 자유롭게 그 악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피아노 연주자처럼, 어떤 비구들은 정해진 테마곡만을 반복해서 연주하는 것처럼 살아간다. 왜냐하면 표준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확신이 없다.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조건 속에 묶어둘 뿐이다.

 

계율의 중요한 점은 조건에 묶어 두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자유를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그 자유는 욕망을 따르는 자유가 아니라, 자발적인 자유이다. 아찬 수메도는 말한다. 우리는 욕망을 통해서가 아니라 지혜를 통해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욕망이 있는 한 자발적일 수 없다. 그 욕망에 지배받기 때문이다. 계율이란 육체적인 행동과 말을 훈련하는 방법이다. 계율을 지킬 때, 아름다움과 좋은 모습을 갖추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세우게 되는 것이다.


삶에 대한 자기 반성이 우선


이와 같이 전통적인 계율을 지켜야 하는 이유에 대한 아찬 수메도의 해설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이처럼 우리는 계율을 지킴으로써 우리는 육체적, 언어적인 잘못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아찬 수메도를 중심으로 하여 영국에 세워진 아마라와띠 등의 사원에서는 자연스럽게 계율을 지키면서 수행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아찬 수메도는 마음챙김 수행은 부처님의 가르침 전체라고 한다. 그리고 마음챙김 수행에 대한 이론적인 이해보다도 실제적인 수행이 더 중요하고 본질적이라고 강조한다. 어떤 사람들은 불교를 이해하기 위해서 학문적인 방식을 선호하지만, 아찬 수메도는 자신의 경험에 의하면, 사성제와 마음챙김 수행이라는 기본만 잘 갖추면 충분하다고 한다.

 

아찬 수메도의 법문에 사성제에 대한 내용과, 호흡에 대한 마음챙김(入出息念) 등이 자주 언급되는 것도 이와 같은 개인적인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초기 경전에 의하면,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은 사성제에 포섭된다고 한다. 이러한 입장에서 사성제를 이해하되,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과 수행을 통한 체험적 이해가 중요함을 아찬 수메도는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아찬 수메도는 수행을 하기 전에 경전을 많이 읽었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수행을 하고 나서 경전이나 논서를 읽어보니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제로 자신의 삶을 통해서 받아들이면서, 다른 사람이 내린 이론적인 정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괴로움의 본질을 탐구한다면, 그러한 수행을 통해서 사성제와 팔정도와 연기법(緣起法)이 아주 분명하게 이해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 가지 조심해야 할 점은 마음챙김 수행법에도 그저 맹목적으로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마음챙김 수행을 통해서 마음을 구속하고 부자유스럽게 하는 번뇌에서 자유로워져야 하는데, 수행법 자체에 구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는 마음챙김 수행법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수행법은 뗏목과 같은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집착하지 않는 수행이 되려면, 음악 연습의 경우와 같이 올바른 수행의 길을 제대로 따라가야 할 것이며, 이렇게 해서 수행이 무르익으면 자연스럽게 마음의 번뇌를 다스려 자유로움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아찬 수메도가 말하는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아찬 수메도와 아마라와티 사원에 대한 최근의 정보는 불교진흥원에서 발간하는 격월간 불교와 문화, 2004년 11-12월호와 2005년 1-2월호(근간)를 참조)


김재성 (경전연구소 소장)


[출처 : 법보신문]


☞'세계의 수행자들' 목차 바로가기☜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