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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발표시

갈참나무 아래에는 사슴벌레가 산다 [리얼리스트2010,03월]

작성자젊은나무|작성시간14.07.29|조회수24 목록 댓글 0

갈참나무 아래에는 사슴벌레가 산다 

 

 

 남상진

 

 

갈참나무 이파리 뒤를 들여다보면

사슴벌레의 감춰진 울음이

숭숭한 털로 일어선다는 걸 아니

그물 같은 고독을 온몸에 휘감고

스스로 포획을 꿈꾸던 아버지

그늘을 지니지 못하고 땡볕에 섰을 때

민얼굴을 갉아대는

태양의 이빨을 본 적 있니

갈참나무 아래에 서면

나를 갉아대는 소리가

사슴벌레의 울음에 섞여 사삭사삭 들린다

아버지는 왜 하루에도 몇 주전자씩

목젖에다 고독을 들어부으셨는지 아니

세상을 꽉 붙들고 매달릴

단단한 집게 턱 하나 필요했던 건 아닐까

어디를 떠돌다

물렁한 집게 턱 하나 달고

아버지가 사슴벌레의 동굴 속으로

칩거에 들어간 지 수 십년

그때의 아버지 같은 내가

갈참나무 아래,

태양의 이빨이 여전히 날카로운 

 어두운 동굴에다 막걸리를 부었다

꾸르르꾸르르 몇 모금 넘어갔다 싶은데

꿈질꿈질 동굴이 움직이더니

황금빛의 사슴벌레가

아니,

견고하고 빛나는 집게 턱의 아버지가

칩거를 걷고 스르륵스르륵 내게로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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