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참나무 아래에는 사슴벌레가 산다
남상진
갈참나무 이파리 뒤를 들여다보면
사슴벌레의 감춰진 울음이
숭숭한 털로 일어선다는 걸 아니
그물 같은 고독을 온몸에 휘감고
스스로 포획을 꿈꾸던 아버지
그늘을 지니지 못하고 땡볕에 섰을 때
민얼굴을 갉아대는
태양의 이빨을 본 적 있니
갈참나무 아래에 서면
나를 갉아대는 소리가
사슴벌레의 울음에 섞여 사삭사삭 들린다
아버지는 왜 하루에도 몇 주전자씩
목젖에다 고독을 들어부으셨는지 아니
세상을 꽉 붙들고 매달릴
단단한 집게 턱 하나 필요했던 건 아닐까
어디를 떠돌다
물렁한 집게 턱 하나 달고
아버지가 사슴벌레의 동굴 속으로
칩거에 들어간 지 수 십년
그때의 아버지 같은 내가
갈참나무 아래,
태양의 이빨이 여전히 날카로운
그 어두운 동굴에다 막걸리를 부었다
꾸르르꾸르르 몇 모금 넘어갔다 싶은데
꿈질꿈질 동굴이 움직이더니
황금빛의 사슴벌레가
아니,
견고하고 빛나는 집게 턱의 아버지가
칩거를 걷고 스르륵스르륵 내게로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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