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을 모두 품은 신, 아브락사스.
데미안은 세상이 정해놓은 착하고 나쁜 것의 기준을 넘어서, 그 두 가지를 모두 내 안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세상의 일반적인 규범은 밝고 선한 것만 정답이라 가르치지만,
우리 중 그 누구도 내 안이 온통 빛으로만 가득 차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남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어두운 욕망과 충동을 품고 살아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나 역시 조금 더 어렸을 때, 내 안의 어두운 욕구들을 다스리지 못해 엇나갔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 충동을 올바르게 다루는 법을 몰라 싱클레어처럼 삐딱하게 분출하기도 했고, 그 어둠에 휩쓸려 후회 섞인 밤을 보내기도 했다.
부끄럽게도 나이가 든 지금 역시 완벽하지는 않다.
여전히 순간순간 내 안의 욕구에 지기도 하고, 가끔은 삐딱한 방식으로 어둠을 터뜨려 버릴 때가 있다.
어릴 때의 방황이 철없던 시절의 서툰 시행착오였다면, 지금 마주하는 어둠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계와 현실 속에서 마주하는 어둠이기에 또 다른 무게로 다가와 내면을 흔들어놓는 듯하다.
하지만 사람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나이가 든 지금도 여전히 내 안의 어두운 부분과 끊임없이 투쟁하며 조절하는 법을 배워가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내 못난 모습을 발견했을 때 스스로를 옥죄고 죄책감의 감옥에 빠지기보다는, 내가 가진 명암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어두운 에너지를 나를 파괴하지 않는 건강한 방법으로 해소하는 법을 알아야 하고,
만약 그 방법을 아직 잘 모른다면 그것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면의 어두운 부분을 인정하고 수용할 때, 나를 둘러싸고 있던 단단한 알에 균열이 가며 기존의 세계가 깨진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의 세계가 깨지고, 또다시 깨지고, 계속 깨지는 투쟁의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나만의 확고한 인사이트가 구축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과거의 후회나 현재의 흔들림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모순을 치열하게 다스리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나만의 온전한 삶의 기준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