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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씨 새끼트라!"

작성자도공|작성시간14.01.10|조회수36 목록 댓글 1

" 벼씨 새끼트라!"

(운보 화백과 '청송교도소'에 얽힌 일화)


재소자 교화를 위해 30여 년 간 전국을 뛰어다니며 사형수의 대부가 된 삼중스님이란 분이 있었는데 어느날 청송교도소를 찾아 간 스님에게 교도소장이 재소자들의 정서를 순화시키려는 뜻에서 유명화가들, 그 중에서도 운보 화백의 그림을 꼭 기부 받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 뜻에 공감한 삼중스님은 전혀 만난 적이 없던 운보 화백의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림을 기부 받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며칠 뒤 기부하겠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는데 운보 화백 자신이 직접 청송교도소로 그림을 가지고 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유명한 화가들이 기부한 그림을 기념하는 행사는 재소자들 수백 명이 도열한 청송교도소 앞마당에서 열렸습니다. 간단한 식순에 맞춰 삼중스님이 <금강경> 법문을 끝내고 자리에 돌아오자 옆에 앉은 운보가 ‘나또 하마띠 타고 시타(나도 한마디 하고 싶다)’ 고 청했습니다. 행사 식순에 없던 갑작스런 그의 제안이었지만 삼중스님은 그의 손을 잡고 연단에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운보의 입에서 터져 나온 첫 마디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벼씨 새끼트라! (병신 새끼들아!)”

1981년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설립된 청송교도소는 ‘빠삐용 요새’라는 별칭처럼 고질적인 전과자나 흉악한 범죄자나 억울하게 잡혀 온 시국사범들이 섞여 있어서 그들이 뿜어 내는 드센 기운에 보통 사람들은 잔뜩 겁을 먹고 주눅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이런 사람들 앞에서 운보는 오히려 호통을 쳐가면서 강연을 이어나갔습니다.

병신은 나다.
내가 벙어리이니 내가 병신 머저리다.
그렇지만 나는 몸은 병신이지만 정신만은 건강하다.
그런데 당신들은 몸은 건강하나 정신은 병신이다.
그래서 내가 욕을 한 것이다.
나는 몸이 병신이지만 뼈를 깎는 노력으로 성공한 화가가 되었다.
나는 타고난 재주나 조건을 믿지 않았다.
내 재주를 갈고 닦아서 성실하게 열심히 노력했다.
그래서 성공했다.
왜 건강한 몸으로 이런 무시무시한 교도소에 들어와서 이 지옥에서 죽을 고생들을 하느냐?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두들 고개를 숙이더니 숙연하게 듣고 있는 게 아닙니까? 알아 듣기 쉽지 않았지만 피 토하듯 터져 나오는 한 마디 한 마디는 재소자, 교도관, 그리고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행사를 끝낸 후 운보 화백은 자신과 같은 처지인 벙어리 재소자를 만나 보겠다고 우겨서 청각장애 재소자의 감방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감방 안에 들어 선 운보 화백은 벙어리 재소자를 꽉 껴안더니 볼을 비비면서 울었어요.
‘병신된 것도 서러운데 왜 이런 생지옥에서 이리 서럽게 살고 있느냐?’
울음 속에 전혀 알아듣지도 못할 말들을 서로 주고받았어요.
볼을 서로 비비면서 우는 통에 내 눈에서도 눈물이 저절로 나왔어요.
통곡으로 변해 서로 엉켜진 몸 타래를 풀어내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말보다 뜨거운 가슴과 몸으로 진실을 전달했던 운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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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문희주 | 작성시간 14.01.11 그래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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