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자음은 원래 전탁
- 백괴 -
현재 쌍자음(각자병서各字竝書, 쌍기역 쌍디귿 등) 표기는 된소리로 읽혀지지만 원래 창제 시에는 두 가지 발음이 있었습니다.
한자의 중국음 표기에 있어서는 전탁全濁(유성음有聲音, B D G .. )으로 발음하였고, 고유어固有語의 표기에 있어서는 무성음無聲音(P T K...)인 된소리를 표기하는데 쓰였습니다.
* 참고문헌 ~ 한국어 역사 음운론(저자 백응진, 도서출판 박이정) p14
* 훈민정음 초성 체계에서는 ㄱ,ㄷ, ㅂ, ㅈ, ㅅ, ㆆ이 전청全淸, ㅋ, ㅌ, ㅍ, ㅊ, ㅎ이 차청次淸이 된다. 한국어에서 전탁全濁은 유성음 대신 ㄲ, ㄸ, ㅃ, ㅉ, ㅆ, ㆅ 등 된소리가 전탁으로 분류되었다. 차탁次濁은 훈민정음에서는 불청불탁(不淸不濁)이라고 해서 청음이나 전탁에 들지 않는 ㆁ, ㄴ, ㅁ, ㅇ, ㄹ, ㅿ을 분류하였다. - 위키백과 -
예를 들어 한자음으로 쌍비읍(ㅃ)의 음가는 유성음 [b]인데, 고유어에서 쌍비읍은 음가는 무성음으로 [p]정도인 것입니다.
이러한 두 가지 발음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조선 후기 ‘ㄲ, ㅥ, ㄸ, ㅃ, ㅉ’ 대신에 ‘ㅺ, ㅻ, ㅼ, ㅽ, ㅾ’으로 된소리를 표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한글 맞춤법에 의해서 다시 ‘ㄲ, ㅥ, ㄸ, ㅃ, ㅉ’ 로 쓰게 되면서 쌍자음의 유성음 음가를 버리고 무성음 음가로만 쓰게 된 것입니다. 단 ‘ㅆ’의 표기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요즘 안 쓰는 쌍히읗(ㆅ)도 미루어 생각하면 원래 창제 당시 중국 한자음에서는 유성음으로 여린 발음의 히읗(ㅇㅎ, 음가音價는 국제음성기호로 [ɦ])이었었을 것입니다. 고유어에서 쌍히읗 발성은 된소리 무성음의 발성으로 히읗과 키읔 사이의 음가로 발음 기호 [χ]에 해당합니다. 요즘은 쌍히읗을 쓰지 않으므로 ‘어떻해’는 ‘어떻게’로 ‘그렇해’는 ‘그렇게’로 표기가 변형된 것입니다.
영어의 [v]와 [f]발음 표기는 훈민정음 창제 시 이미 중국 36자모字母를 배경으로 하였으므로 이미 정리되었었던 사안事案이었었습니다. 세종대왕 시절 순치음(f v .. 등)에 대해서 이미 순경음 ㅸ, ㅱ, ㆄ, ㅹ으로 정의하여 해결하였었습니다. [v]는 ㅹ로 [f]는 ㆄ로 표기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이라도 [f]는 ㆄ으로 표기할 만합니다. 그런데 유성음有聲音 전탁全濁이였던 쌍자음이 지금은 무성음無聲音 된소리로만 발음하므로 [v]에 대해서 훈민정음으로 표기할 방법이 없어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