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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향 입암

죽장 두마리 천제단

작성자권태일(상민8)|작성시간13.06.09|조회수182 목록 댓글 4


하늘에 제사지내 풍우순조 기원

 

죽장면 전체가 하나의 산간오지인데, 면소재지가 있는 입암리에서 옛 죽장현 소재지인 현내리를 지나 서쪽으로 좁은 산길을 따라 20리를 가야 하는 곳, 보현산(1124m)과 면봉산(1113m), 베틀봉(930m)에 둘러싸인 해발 400m의 고원분지,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는 ‘하늘 아래 첫 동네’가 바로 두마리다.


두마리 일대에는 벚나무가 많다. 두마리의 벚나무는 일제시대 이후 삼천리 방방곡곡에 심겨진 ‘사꾸라’가 아닌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토종 벚나무다. 이 곳은 해발 고도가 높아 다른 지역보다 보름 정도 늦은 4월 중순경에 꽃이 피는데, 마을 입구인 무학재에서부터 보현산 기슭까지 화사한 빛으로 장관을 이룬다. 큰 숲에서 큰 나무가 난다던가. 벚나무가 많다보니 좀처럼 보기 힘든 아름드리 벚나무 노거수가 곳곳에 있고, 느티나무나 팽나무, 소나무를 제당의 신목으로 모시는 다른 마을과는 달리, 이 곳에는 벚나무를 모신다. 그래서 봄철에 이 마을에 들어서면, 벚나무는 원래부터 ‘우리 나무’였음을 깨닫게 된다. 마을 남쪽 산기슭에는 천제단(天祭壇)이란 이름의 제단이 하나 있다. 둘레가 자그마치 3.2m나 되는 3백년생 벚나무가 한 그루 있고, 그 아래 넓적돌로 차곡차곡 쌓아올린 제단이 있는데, 매년 정월보름과 유둣날(6.15)에 천신께 제사를 지내 오던 곳이다. 마을 근처에 설치해 놓고 동신에게 마을의 안녕과 풍농을 기원하는 여느 동제당과는 달리, 우주 만물을 관장하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평소에도 심하게 가물면 비를 내려 달라고 기원하고, 또 홍수가 지면 비를 그치게 해 달라고 빌기도 한다. 가뭄이나 홍수에 제사를 올리면 사흘 안에 비가 오거나 곧바로 비가 그친다고 한다. 2003년 ‘매미’ 태풍 때는 이 지역에 700㎜의 비가 쏟아지고, 제당 좌우 30m 지점에 산사태가 나도 천제단은 무사했다고 한다. 천제단에 대한 이러한 믿음은 외지 사람들로 하여금 개인적으로 와 치성을 드리게 할 정도로 영험성을 떠받치는 힘이 되고 있다. 2004년 유둣날의 경우 제사 참례자 여러 명이 벚나무 신목 구멍 속에 둥지를 튼 말벌떼에 쏘이면서도 주변 청소를 말끔히 한 다음에 제사를 지낼 정도로 정성 또한 각별하다.


천제단 제사의 제물로는 백찜, 해물(돔, 깜바구, 대구포), 통닭 찜, 나물(콩나물, 미나리, 무), 돼지머리, 메(밥)를 쓰는데, 특이한 것은 밥을 현장에서 지어서 쓴다는 점이다. 제단 바로 옆으로 흐르는 물(‘물탕’이라 함)에 쌀을 씻고, 임시로 만든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짓는다. 백찜은 시루째 올린다. 천제단 하면 우리는 당장 개천절에 단군께 제사를 지내는 강원도 태백산 정상(1567m)의 천제단을 떠올린다. '환단고기(桓檀古記)'에 보면 “5세 단군 구을(丘乙) 임술 원년에 태백산에 천제단을 축조하라 명하고 사자를 보내 제사를 지내게 하였다.”는 기록이 나온다. '삼국사기'에는 “일성왕 5년 10월에 왕이 친히 태백산에 올라 천제를 올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산꼭대기 신사가 있는데, 태백천왕당이라 한다. 여러 고을 백성들이 봄가을로 천제를 올린다.”고 했다. 모두 이 산을 신성시했음을 전하는 기록들이다. 태백산 천제단은 이렇듯 단군 사상 내지 천신 사상과 관련돼 있다. 그래서 두마리 천제단도 혹 태백산 천제단과 같은 성격을 가진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두마리 천제단의 성격을 살피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의 천제단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경북 고령 미숭산(734m) 기슭에 예부터 천제단이라 부르는 제단이 하나 있다. 이 곳은 심하게 가물 때 고을 사람들이 모여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다. 그런가 하면 두마리와 가까운 죽장면 매현리에도 천제단이 있다. 이 마을에서는 당터에서 지내는 동제와 별도로 매년 하천 바닥에 돌로 단을 쌓아 제사를 지내는데, 농사에 필요한 물이 풍부하도록 하늘에 기원하는 의식이다. 고령 미숭산의 천제단, 매현리의 천제단을 두마리 천제단과 비교해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바로 천신께 농사의 풍흉을 좌우하는 비를 기원하는 의식을 거행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두마리 천제단 제사가 유둣날이요, 매현리 천제단 제사가 백중날(7.15)인데, 농사에서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시기에 지낸다는 점에서 그러한 추측을 가능케 한다. 특히 가뭄에 제사를 지내면 사흘 안에 비가 오고, 장마에 제사를 올리면 비가 그친다는 두마리 주민들의 믿음은 이 곳이 풍우순조를 기원하는 제사 공간임을 증언해 준다. 단군 사상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천신께 제사를 지내는 점에서는 태백산 천제단과도 상통한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보면 두마리 천제단은 고령이나 태백산의 그것처럼 원래 고을 사람들이 천신께 제사를 지내오던 곳이었으나 후대로 오면서 마을 단위의 제사로 규모가 축소된 형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두마리는 면소재지에서 이십 리나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이 말해 주듯 문명의 혜택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여느 농촌처럼 젊은 사람들은 모두 도회지로 떠나고, 지금은 이런 전통을 이을 사람도 몇 없다. 18년 전부터 10여 년 간은 천제단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 그 사이 벚나무 가지 위로 다래덩쿨만 무성해지면서 신목은 쇠약해졌다. 이어 마을에 좋지 않은 일들이 생기자 마을 노인들이 다시 몇 년 전에 유둣날 제사를 복원하였다. 마을은 바로 평온을 되찾게 되었다 한다. 10여 년 만에 천제단 제사를 복원하면서 주민들은 변화를 모색하였다. 밤늦게 깊은 산중에서 제사 지내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시간을 낮으로 바꾸고, 금기 때문에 제주 맡기를 꺼리는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 경로회장이 당연직 제주가 되어 제사를 주관하도록 했다. 마을 공동체 신앙의 계승 가능성을 보여 주는 발전적 변화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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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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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카페지기 | 작성시간 13.06.10 대문에 바로 보이지 않는 게시물 중에 꼭 봐야할 내용은
    "카페에서 알립니다'에서 적정기간동안 보이도록 합니다.
    죽장 두마리에 관한 글 잘 봅니다.
    감사드리고,
    이러한 공적인 자료는 원저자의 수고도 인식하고
    자료를 정확하게 보관관리하는 차원에서
    가능하시면 "원저자와 출처"도 밝혀주시면 좋겠습니다.
  • 작성자참매,참수리 | 작성시간 13.06.10 중학교 시절에 한번 친구들하고 구경한적이 기억이 가물거리네요..
    지금은 버스도 다니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기억속에서 잊혀져 가는것을 세롭게 기억을 되살리는
    입암의 문화재가 아닌가 봅니다. 좋은 정보와 설명이 휼륭합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권태수 | 작성시간 13.06.10 천제단! 어렴풋이 들은것 같은데 아우님 덕분에 확실히 알았네 감사 감사~~~나는 모르는데 내가 두마에서 태어났다고 하여
    내 아명이 두수 이지요 아버님은 훈장을 하셨답니다
  • 작성자권태준(상민35서울) | 작성시간 13.12.11 형님 고향의 귀한 정보 잘 알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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