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젤 맛있는 제철 음식
햇감자와 햇양파가 많이 나오는 계절엔 그에 어울리는 생선들도 입맛을 당깁니다. 아무리 우럭이나 도미가 맛있다해도 유월의 병어나 서대를 능가하지 못하는 건 그에 어울리는 제철 식재료인 감자나 양파가 너무도 맛있게 어우러지기 때문일 겁니다. 가끔 외국인 지인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뭐냐는 질문을 할 때면 참 난감합니다만 그래도 자신있게 대답합니다.
그 계절에 가장 흔한 게 가장 맛있다구요!
요즘 우리방에는 가장 작은 자랭이부터 가장 큰 덕자까지 병어류의 생선들로 가득하고 모두가 맛이 올라 입에 짝짝 달라붙지만 그 중 전 자랭이 병어조림을 젤 좋아합니다.
자랭이가 가지는 부드러운 식감에 포근포근한 감자의 어우러짐은 세상의 어떤 식재료보다 이 빛나는 초여름에 어울리는 음식이라는 생각때문입니다^
소소는 올해 병어와 덕자를 여러 번 샀고 정말 다양하게 즐겼는데요 덕자는 부위별로 맛이 각기 다 달라 그 맛을 보는 즐거움이 상당합니다. 아직 맛보지 못한 분들에겐 꼭 맛보시라 권하고 싶은 미묘한 맛의 멋진 식재료라능~!
한마리는 회와 조림으로 먹고 나머지 한 마리는 우리아빠 기일에 찜으로 쓰려고 냉동해 두었습니다. 아빠는 남도음식 중 일미라며 가끔씩 방석만큼 큰 덕자찜요리가 나오는 음식점에 데려가시곤 했죠. 그때 병어인줄만 알았던 생선이름이 순희까페에 와서야 덕자라는...그 그리운 이름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나는 생선들은 미처 기억하지 못할 내 유년의 시간까지 하나하나 떠올려줍니다.
가족이 단출하고 모두가 너무 바빠서 제 어린시절은 거의 혼자였다는 불행한 기억 한 자락이 있는데 여기서 만난 꼴뚜기, 서대, 덕자, 참돔, 꽃게들을 보며 엄마아빠와 함께 했던 행복한 기억들이 떠올라 놀랍게도 제 어린시절의 황량함에 대한 자연스런 치유가 되는 게 느껴집니다.
음식은 그렇게 내가 살아온 환경과 온갖 그리운 사람들과의 시간이 녹아있는 것이기에 단순한 먹거리로만 음식을 대한다면 먹는다는 것은 참 단순하고 재미없는 일일 것 같습니다. 저는 제 삶의자리 속에 모든 그리운 기억들을 하나하나 채워가며 이곳의 생선들을 먹습니다^^
오늘은 쏘가리님의 숟가락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마치 한폭의 산수화같습니다. 인왕산도 보이고 그 속에 숨어있는 절집도 보이는 듯 합니다.. 이 멋진 풍경은 하나의 놋쇠숟가락속에 그려진 그림이예요..
한두달 전 쏘가리님으로부터 택배가 왔습니다. 더덕무침에서 물김치까지 오밀조밀 만드신 온갖 반찬들 속에 자리잡은 숟가락 하나. 놋쇠숟가락을 가지고 싶어하는 제게 보내신 선물입니다. 얼룩 없이 깨끗하게 닦을까하다 저 그림이 좋아서 그냥 씻어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숟가락은 쏘가리님의 어머님께서 사용하시던 것입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고 부유한 집안으로 혼인해 와 세상물정 모르는 상태에서 홀로되셔서 쏘가리님 표현에 의하면 철없이 재산관리도 못하던 할머님은 지금도 남에게 한없이 퍼주는 걸 좋아하십니다. 저는 해마다 할머님께서 손수 썰어 담아주시는 유자차를 얻어먹고 살고있어요^ 그런데 정작 그렇게 불만인 쏘가리님께서도 한없이 남에게 퍼주는 것을 보니 유전인자는 어쩔 수 없나봅니다 ㅎㅎ
제겐 하얀 교복칼라가 깨끗한 쏘가리님의 여고시절 사진 한장이 있는데요 통통한 두볼에 쏙 들어가는 보조개의 청초한 여고생의 모습은 남학생들 가슴을 설레게 했겠다 싶습니다^ <사진 첨부>!!
이 가느다란 손잡이를 가진 놋쇠숟가락이 한없이 좋네요.. 어린시절 우리 외할머니의 엄마 때 부터 쓰셨다는 놋쇠숟가락 뭉치 속엔 끝이 다 닳아버린 숟가락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은 감자껍질을 벗기느라 그리 되었다 합니다. 주변 할머니들 아무도 그런 숟가락을 쓰지 않는데 모든 생활용품들을 소중히 간직하셨던 할머니댁에만 그런 숟가락이 있었던 기억. 할머니의 할머니때부터 사용하던 반다지 속엔 오래된 반짓그릇이랑 골무, 정말 사소한 것들까지 아기자기 다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할머니 돌아가신 후 모든 흔적들 다 사라져버린 지금 수놓아진 작은 비단조각들로 만들어 주셨던 제 미사보 주머니를 잃어버린 게 젤 가슴 아픕니다.
어린시절 할머니께서 하셨던 것처럼 저도 놋쇠숟가락으로 감자를 긁어봤습니다... 맘이 찡하더라구요.
아직 햇감자라 쉽게 벗겨지네요. 칼로 깎아내는 것보다 훨 정겹습니다^
30미 병어 다섯마리의 알과 머리입니다. 요즘 나오는 감자와 양파랑 절묘한 궁합이라 간장졸임을 포기하고 탕으로 끓여보려 합니다.
국물 충분히 잡고 감자랑 양파 풋고추만 넣은 탕입니다. 알과 머리에서 나온 구수하고 기름진 맛이 다른 양념이 필요없네요.
친구들은 국물을 선호하는 저를 노땅입맛이라 놀립니다ㅋㅋ 하지만 맛있는 국물을 지닌 식재료는 국물로 먹어주는 게 예의인 것 같습니다.
거의 작은 곰솥으로 하나인 이 시원한 탕을 이틀동안 아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글을 쓰다보면 늘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 제 자신을 봅니다만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살면서 내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여러번 되풀이해도 늘 새롭고 신선합니다.
음식도 작년에 내게 최고였던 게 올해 역시 최고인 걸 보며 창의적이지 않은 소소..늘 한결같은 소소에게 스스로 작은 격려를 보내게 됩니다 ㅎ
아무리 먹어봐도 내 입맛 앞에 절대진리인 이 유월의 병어감자탕을 여러분께 올해에도 권해드리고 싶어요. 늘 허접한 제글 읽어주시고 다정한 댓글 주시는 님들..고맙구 사랑합니다.
전 낼 출장이라서 이만 잠자리로 들어갑니다. 모두들 좋은꿈 꾸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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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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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쏘가리 작성시간 13.06.28 저희집에선 생선대가리는 어무니몫이라 감히 못 넘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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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소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3.07.01 홍회장님 쪽지 수신거부 해놓으셨나봐요?
댓글 삭제했습니다 ㅎ -
작성자제이~ 작성시간 13.06.28 늦은밤 졸린눈 비비면서 보게 하는 마력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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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쏘가리 작성시간 13.06.28 제이님이 요리글 올리시면 저도 눈부비면서 읽게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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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소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3.06.29 제이님~
저 꼴뚜기 두번째로 구매했는데요
첫번째보다 알이 더 꽉 차서 입안에 터지는 맛이 얼마나 고소하던지
넘넘 매력있는 맛이었답니다.
기회되면 이 시즌에 구매 한 번 더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