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
이 사진을 보고도 당신은 오만할 수 있을까?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1990년 2월 14일, 지구에서 가장 먼 곳에서 찍은 사진 한 장
우리가 사는 이곳은 암흑 속 외로운 얼룩일 뿐이다. 이 광활한 어둠 속의 다른 어딘 가에 우리를 구해줄 무언가가 과연 있을까. 사진을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들까? 우리의 작은 세계를 찍은 이 사진보다, 우리의 오만함을 쉽게 보여주는 것이 존재할까? 이 창백한 푸른 점보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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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2월 14일, 전 세계의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하는 발렌타인 데이지만, 천문학자들에게 이날은 아주 뜻 깊은 날이기도 하다. 1990년 2월 14일,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면서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지구를 촬영한 사진을 인류에게 전송했다.

64억 킬로미터 밖에서 촬영한 지구의 사진.
태양 반사광 속에 있는, 파랑색 동그라미 속 희미한 점이 지구이다.
이 사진에서 지구의 크기는 0.12화소에 불과하며, 작은 점으로만 보인다. 촬영 당시 보이저 1호는 태양 공전면에서 32도 위를 지나가고 있었으며, 지구와의 거리는 무려 약 64억 km(약 40억 mile) 였다. 태양이 시야에서 매우 가까워 좁은 앵글로 촬영했다. 사진에서 지구 위를 지나가는 광선은 실제 태양광이 아니라 보이저 1호의 카메라에 태양빛이 반사되어 생긴 우연한 효과이다.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은 보이저 1호가 찍은 이 지구의 사진을 부르는 명칭이다.
동명의 책 『창백한 푸른 점』은 저자 칼 세이건이 이 사진을 보고 감명을 받아 저술한 것이다. 이 사진은 칼 세이건의 의도에서 촬영된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함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 라고 밝혔다. 이런 의도로 그는 보이저 1호의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릴 것을 지시했다. 많은 반대가 있었으나, 결국 지구를 포함한 6개 행성들을 찍을 수 있었고 이 사진들은 ‘가족 사진’으로 이름 붙여졌다. 다만 수성은 너무 밝은 태양빛에 묻혀 버렸고, 화성은 카메라에 반사된 태양광 때문에 촬영할 수 없었다. 지구 사진은 이들 중 하나이다.
인류의 위기 극복과 우주 시대의 실현을 위한 폭넓고 힘찬 메시지. 『창백한 푸른 점』은 보이저 호가 찍어 보낸 사진 속의 지구이다. 그 작은 점을 대하면 누구라도 인간이 이 우주에서 특권적인 지위를 누리는 유인한 존재라는 환상이 헛됨을 깨닫게 된다. 책에는 거의 모든 페이지에 걸쳐 20세기 천문학의 성과를 거의 모두 담고 있다. 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에서 사진에 대한 소감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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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 봤을 모든 사람들, 예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삶을 누렸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들,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들, 경제 독트린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들,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 교사들, 모든 타락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 지도자들, 인간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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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에 대하여
우주 과학의 대중화를 선도한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미국 우주 계획의 시초부터 지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1950년대부터 NASA의 자문 조언자로서, 여러 행성 탐사 계획에서 실험관으로 활동했으며, 최초의 행성 탐험 성공(마리너 2호)을 목격했다. 또한 핵전쟁의 전 지구적 영향에 대한 이해, 우주선에 의한 다른 행성의 생물 탐색, 생명의 기원으로 이끄는 과정에 대한 실험 연구 등에서 선구적 역할을 했다. 그는 1975년 인류 복지에 대한 공헌으로 성 조셉 상, 1978년 『에덴의 용 The Dragons of Eden』으로 문학부문 퓰리처상, 미국우주항공협회의 존 F. 케네디 우주항공상, 소련우주항공가연맹의 치올코프스키 메달, 미국천문학회의 마수르스키 상 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을 수상했다.

또한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수많은 책과 논문, 기고문을 남겼다. 대중적이면서도 문학적인 칼 세이건 특유의 문체는 온갖 과학지식과 인문학적 상식을 종횡으로 엮어 우주라는 거대한 주제를 명쾌하면서도 알기 쉽게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 중 『코스모스 Cosmos』는 지금까지 영어로 출판된 과학 서적 중 가장 널리 읽힌 책이다. TV시리즈로 방영되어 현재까지 60개국 5억의 시청자를 매료시켰으며, “까다로운 우주의 신비를 안방에 쉽고도 생생하게 전달했다”라는 평가를 받아 에미상 및 피보디상을 수상했다.

그는 코넬 대학교의 데이비드 던컨 천문학 및 우주과학 교수, 행성연구실험실의 소장,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의 제트추진실험실의 초빙교수, 세계 최대 우주 애호가 단체인 행성협회의 공동 설립자이자 회장을 역임하였고, 1996년 12월 골수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주요 저서로는 『창백한 푸른 점 Pale Blue Dot』 『우주의 지적인 생명체 Intelligent Life in the Universe』 『대지의 속삭임 Murmurs of Earth』 『브로카의 두뇌 Broca's Brain』 『우주의 관계 Cosmic Connection』 등이 있으며, 외계 지적 생명체와의 조우를 그린 소설 『콘택트 Contact』는 조디 포스터가 주연으로 영화화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한영대역(韓英 對譯) 전문(全文)
사진제공 : 나사(NASA), 촬영날짜:
1990년 2월 14일 보이저 1호, 지구에서 거리 :
약 60억 km(37억 mile),
태양계 끝 명왕성을 지나면서 희미한 점 지구 촬영
용어설명/ Voyager 1
우리 은하 안의 태양의 모습을 그려봅시다. 파도에 흔들리며 바다를 가르는 한 척의 배를 통해 비유해보면, bow shock 은 배가 앞으로 나아갈 때 뱃머리에서 갈라지는 거품과 같다.
그리고 태양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행성들 너머에 넓게 퍼져 형성되어 있는 태양권은 (heliosphere) 바다를 가르는 배에 해당됩니다. 태양권의 바깥 부분엔 성간풍 (interstellar wind) 이라고 부르는 별들의 먼지와 가스의 바람이 잔잔히 불고 있는데 태양이 은하의 중심으로 공전해 들어갈 때 같이 움직이면 태양권도 같이 이동하며 성간 공간에 bow shock 을 만든다.
Termination Shock: 말단 충격
태양으로부터 수십억 킬로미터 밖에까지 도달하는 전기적 성질을 지닌 얇은 가스의 흐름을 태양풍이라고 합니다. 이 바람은 평균적으로 초속 약 300~700km의 속도로 (시속 약 700,000~1,500,000마일) 말단 충격 (Termination Shock) 구역 까지 이동하는데 이 지점에 이르면 성간풍의 영향을 받기 시작해 급격하게 속도가 줄어든다.
Heliosphere: 태양권 (太陽圈)
태양에서 발산되는 태양풍은 행성들의 공전 궤도 너머에 이르러 거품 같은 막을 형성합니다. 이 거품막을 태양권 (Heliosphere) 이라 부르고, 태양과 같이 이동하며 성간 공간에 긴 풍향계(wind sock)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Heliosheath:
태양권의 외곽 구역에 해당하는 부분이 헬리오시스 입니다. 보이저호는 태양으로부터 약 140억 킬로미터 (대략 87억 마일) 멀리 나아가 이미 헬리오시스에 진입했고 이 거리는 태양과 지구간 거리의 약 94배에 해당하는 거리이다.
헬 리오시스는 말단 충격 (Termination Shock) 바로 바깥쪽에 위치하는데, 이곳은 태양풍이 급격히 느려지면서 밀도와 온도가 상승하는 구역입니다. 여기서 태양풍의 입자들은 성간 공간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마치 압축 되듯이 밀집한다.
Heliopause: 태양권계면 (太陽圈界面)
태양풍과 성간풍이 마주쳐 평형을 이룰 때, 두 바람간의 경계부를 태양권계면(Heliopause) 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압력의 균형상태는 태양풍을 태양권의 꼬리쪽으로 되돌아 흐르게 합니다. 보이저호가 태양권계면을 통과하면, 이제 성간 공간으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Bow shock:
강물의 흐름을 갈라지게 하는 바위처럼 태양권은 성간 공간에 바우 샥이라 부르는 충격파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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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한영대역(韓英 對譯) 전문(全文)
저기 저 점을 생각해보자.
저것이 여기다.
저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저곳이 우리들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 봤을 모든 사람들
예전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이
저곳에서 삶을 누렸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들
이것이 진리다란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들, 이념들, 경제이론들
모든 동물사냥꾼과 인간사냥꾼들
모든 영웅들과 겁쟁이들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들
고귀한 모든 왕들과 천한 농부들
사랑에 빠진 모든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들
희망에 찬 모든 아이들
모든 발명가들 모든 탐험가들
착함을 가르치는 모든 교사들
부정에 물든 모든 타락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들
모든 최고 지도자들
천국에 간다는 모든 성인들과
지옥에 간다는 모든 죄인들이
여기서 살았던 것이다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1994, 02, 14
6 billion kilometers (3.7 billion miles)
6,054,558,968 km(3,762,136,324miles)
0.12 pixel in size,
a deeper meaning of the photograph
Look again at that dot.
That's here.
That's home.
That's us.
On it everyone you love,
everyone you know,
everyone you ever heard of,
every human being who ever was, lived out their lives.
The aggregate of our joy and suffering,
thousands of confident religions, ideologies,
and economic doctrines,
every hunter and forager,
every hero and coward,
every creator and destroyer of civilization,
every king and peasant,
every young couple in love,
every mother and father,
hopeful child,
inventor and explorer,
every teacher of morals,
every corrupt politician,
every "superstar,"
every "supreme leader,"
every saint and sinner in the history
of our species lived there--
on a mote of dust suspended in a sunbeam.
지구는 광막한 우주에서
너무나 작은 무대이다
생각해보라! 피의 강물을!
승리와 영광이란 깃발 아래,
이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려고 했던
역사 속 수많은 정복자들이 보여준 피의 역사를...
생각해보라! 끊임없던 잔혹함을!
이 작은 점의 한 구석에 살던 사람들이,
별 차이 없는 다른 구석의 사람들의 땅을 빼앗고자
보여주었던 무자비한 잔혹함들을...
서로를 얼마나 자주 오해했는지
서로를 죽이려고 얼마나 애를 써왔는지
그 증오는 얼마나 깊었던지 생각해 보라
우리가 우주에서
특별히 선택된 곳에 있다는
독선! 상상! 망상!은
이 창백한 작은 점을 본다면
도전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의 행성은 광막한 우주의 어둠속에서
외로운 한 점 얼룩일 뿐이다
우리가 아는 한 이 광활한 우주 어디에서도
우릴 구원해줄 무엇이 있단 증거를 볼 수 없다
아직까진 지구만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알려져 왔다
아주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이주해 살 수 있는 행성은 없다
탐사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거기서 사는 것? 아직은 어렵다
좋든 싫든 지금 이 순간
우리들이 발 디딜 곳은 지구이다
The Earth is a very small stage in a vast cosmic arena.
Think of the rivers of blood spilled by all those generals and
emperors so that, in glory and triumph, they could become
the momentary masters of a fraction of a dot. Think of the endless cruelties
visited by the inhabitants of one corner of this pixel on the scarcely
distinguishable inhabitants of some other corner, how frequent
their misunderstandings, how eager they are to kill one another,
how fervent their hatreds.
Our posturings, our imagined self-importance, the delusion that
we have some privileged position in the Universe, are challenged
by this point of pale light.
Our planet is a lonely speck in the great enveloping cosmic dark.
In our obscurity, in all this vastness, there is no hint that help will come
from elsewhere to save us from ourselves.
The Earth is the only world known so far to harbor life.
There is nowhere else, at least in the near future,
to which our species could migrate. Visit, yes.
Settle, not yet.
Like it or not,
for the moment the Earth is where we make our stand.
우주에 대하여 아는 것은
인간을 겸손하게 하고 인간을 돌아보게 한다
먼 우주에서 우리가 사는 조그만 세계를 찍은 이 사진보다
인간이 가진 자만심의 어리석음을 잘 보여주는 게 있을까?
이 창백한 푸른 점은,
우리가 서로를 따뜻하게 대할 책임감과,
지구를 소중하게 지켜야 함을 알려준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인 이 창백한 푸른 점을...
칼 세이건(1934-1996) 천문학자
It has been said that astronomy is
a humbling and character-building experience. There is perhaps
no better demonstration of the folly of human conceits than
this distant image of our tiny world. To me, it underscores our responsibility
to deal more kindly with one another,
and to preserve and cherish the pale blue dot,
the only home we've ever known.
Carl Sagan, Pale Blue Dot,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