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도 뜨거운 커피를 식혀서 마십니까
마시기 위해
커피를 탄 것이 아닙니다
가슴을 파고드는 찬바람이
그대 빈자리에 그날 같은
커피를 놓게 만든 겁니다
살다보니 웬만한 일에는
감동 따위를 느끼지 못한지가 오래 되지만
먼 그대 생각이 불쑥불쑥 떠오를 때면
가슴은 흥건한 눈물바다를 이룹니다
늦가을 차가운 강변을
맨발로 걷는 것처럼
마음의 두어 평 평온의 공간이
온통 시린 통증으로 가득 찹니다
그리움 같은 커피!
그 시절 우리는
서로를 위해 수없이 커피를 탔습니다
마시고 나면 사랑이 줄어들 것 같아
차마 마시지도 못하면서
자꾸만 커피를 탔습니다
나뭇잎이 하나 둘씩 곱게 물들어갈 때면
어김없이 찾아드는 그리움입니다
손 안에 감싸고 있는 뜨거운 커피 잔과
코끝에 맴도는 유연한 향기가 좋아서
커피를 탑니다
그대도 가끔
뜨거운 커피를 식혀서 마십니까?
- 임은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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