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딸기 익을 무렵 / 나희덕 ◈
아기를 들쳐 업은 한 여자의
흙 묻은 발꿈치를 따라 걷다가
나는 보았네.
숨어서 익어가는 산딸기를
숨어서 도란거리는 지붕들을
입 맞출 수도 없이 낮은 곳에 피어나
잎새 뒤에 숲 뒤에 숨은
작은 마을을
등에 업힌 아기가 울고
그 울음에 산딸기 좀 더 익으면
땅거미가 내려와
붉은 열매를 감추는 저녁
흙 묻은 발꿈치를 따라 걷다가
나는 들었네.
산딸기에게 불러주는 자장가를
무사하라 무사하라 부르는 그 노래를
녹슬어가는 함석지붕 아래서
나는 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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