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올해에도
낮으막한 담장을 따라서
붉은 넝쿨 장미가 피여나기 시작했습니다.
5월이 되면 어김없이
라이락 , 아카시아의 향기가
훈훈한 밤바람을 타고 번져오고
또 가끔 씩 내리는 비는
은행나무의 잎을 무성하게 합니다.
또한 이맘 때에는...
어린 소녀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좁은 골목길을 돌아
푸른 하늘에
종달새의 합창이 되여 흩어집니다.
나는
담장의 어느 곳에 쯤에
가장 탐스럽게 피어난 장미가 있는 줄 알지요.
매일 아침,
골목길과 나란히 마주하고 있는
학교 담장을 지나면서
그곳 - 내가 꺾어다가 그님에게 드릴 -
가장 아름다운 장미꽃을 눈 여겨 보곤
하는 것이
요즈음의 내 일과 이니까요.
약 1년 전의 어느 날 밤
그날도 늦은 귀가 길이였나 봅니다.
밤하늘을 유유히 흐르고 있는
구름들과
그 사이로 수줍은 얼굴을 간간히 내 밀고 있는 달님.
뚜벅이던 내 발길이
한순간
그 담장위에 탐스럽게 피여 나기 시작한
장미꽃에 멈춰졌습니다.
오,....붉은 화려함의 유혹.
은은한 달빛을 머금은
그대의
고혹스런 미소.
페인트 칠이 벋겨저 있는
낡은 철제 난간을 붙잡고 손을 뻗어 올립니다.
마치, 도도한 여인에 대한
범할 수 없는 도전을 위하여.....
까아만 허공 속에 머물던 내 손 끝
그만, 날카로운 님의 가시에 찔리고
- 나를 설레이게 하던,
그 화려함의 붉은 빛과 같은 선혈이
내 손가락을 타고 흐릅니다.
그날 밤 -
외롭게 잠들어 있는 그 여인의 머리맡에
장미 꽃 한 송이를 놓았습니다.
살그머니 닥아 가서
그녀의 이마에 가벼운 키스를 하고
뒷걸음질로 그녀가 잠든 방을 빠져 나왔지요.
5월의 밤은
그녀의 새근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깊어만 갑니다.
.
계절의 축복을 즐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