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도 못합니다
南降/심현재
유월의 하늘 아래
국기가 반쯤 내려와 있습니다
바람은 불어도
깃발은 높이 오르지 못하고
햇살은 비추어도
마음 한쪽은 밝아지지 않습니다
이 땅의 봄과 여름이
너무도 당연한 듯 찾아오지만
당연하게 피어난 꽃은
세상에 없음을 압니다
누군가의 젊음이 있었고
누군가의 마지막 밤이 있었으며
끝내 돌아오지 못한
발걸음들이 있었습니다
이름 하나하나를
다 알지는 못합니다
어느 어머니의 아들이었는지
어느 아이의 아버지였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압니다
오늘의 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의 평범하지 않았던 희생 위에
서 있다는 것을
감사하다는 말은
너무 가볍고
미안하다는 말은
너무 늦은 것 같아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울지도 못합니다
눈물보다 깊은 침묵으로
먼저 가신 영령들 앞에
오래 서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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